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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희 Jan 20. 2021

#25 태국에서 살고 있는 '크메르' 민족

나는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2008년 12월, 태국의 이산지역 유적 조사를 갔을 때의 일이다. 함께 간 캄보디아인 전문가 타롱씨가 태국의 지역주민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평소 타롱씨의 지적인 모습을 종종 봐 왔지만 이렇게까지 태국어를 잘 하는지 몰랐기에 순간 그를 다시 봤었다. 그리고 언제 그렇게 공부를 했냐고 물었더니, 그 주민이 '크메르인'이라 크메르어로 대화했고 이 지역에는 크메르인들이 많이 산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당시의 나는 태국에 캄보디아어를 사용하는 크메르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신기했었다.


2008년 태국 이산지역 파놈렁 유적 조사 ⓒ 박동희


'크메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크메르(ខ្មែរ, khmer, 현지 발음: [크마에])'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단어로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한(韓)'과 비슷한 느낌의 단어이다. 캄보디아를 구성하는 인구 중 대부분의 민족이 '크메르인'이기 때문에 크메르인이란 대부분의 경우 캄보디아 사람을 의미한다. 또한 캄보디아에서 사용되고 있는 말은 '크메르어', 캄보디아 사람들의 요리는 '크메르 요리'이다. 이런 방식으로 캄보디아 문화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크메르'라는 단어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오직 캄보디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캄보디아의 인접국인 태국이나 베트남에도 100만명이 넘는 '크메르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총 인구가 1500만명인 점을 생각해 보면 이는 결코 적지 않은 수치이다.


이산 지역에서 본 사람들 ⓒ 찬비타롱


태국에 살고 있는 크메르인들은 대부분 이산(Isan)지역에서 살고 있다. 이산지역은 비록 지금은 태국영토에 있지만 과거에는 앙코르 제국이 다스렸던 영토였다. 이산지역은 앙코르에서 여러대에 걸쳐 왕을 배출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앙코르 왕조의 몰락과 함께 차츰 태국의 영토에 편입되어갔다. 통치하는 국가가 바뀌었지만 그 땅에 살던 사람들은 그대로 남아있었고, 그 결과 태국의 이산지역에 현재 그 후손, 100만명의 크메르인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태국 이산 지역의 현지인 가족 ⓒ 박동희


이러한 상황이 우리나라와 많이 겹쳐 보이면서도 또한 다르게 느껴진다. 한민족은 분명 남한과 북한 이외에도 만주와 일본에 많이 살고 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근현대사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들이 한국어를 한 다는 것이 참으로 당연하게 생각된다. 하지만 이산지역에 살고 있는 크메르인들은 적어도 500년 이전에 캄보디아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크메르어를 유지하고 전통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은 대단하게 느껴진다. 


분명 태국에 사는 크메르인들은 소수민족 취급에 태국의 주류에 들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삶은 크메르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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