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소는 너무 말랐군요!!
캄보디아를 다녀간 지인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캄보디아 소는 왜 이렇게 말랐어?"이다. 다소 소 차별적인 발언이지만 그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게, 갈비뼈가 앙상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의 소는 왜 이렇게 말랐을까? '먹을것이 없나?'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소들은 대부분 하루종일 부지런하게 풀을 뜯어먹고 있다. 딱히 굶어서 마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 더워서 그런가?' 이 쪽이 더 타당한 것 같다. 더위에 잘 버티려면 두터운 살과 긴 털은 방해가 될 것이니 동남아 기후에 적합하게 진화된 종일 것이다.
요즘 소들은 농사 짓는 일보다 먹는게 일인듯 하다. ⓒ 박동희
좀더 확실한 확인을 위해서 캄보디아 소의 종에 대해서 찾아봤다.
캄보디아의 소는 인도에서 '제부(Zebu)'라고 부르는 '인도혹소'의 잡종이 대부분이다. 학명으로는 '보스 타우러스(Bos Taurus)'이다. 이 종의 특징은 등에 지방이 가득한 혹을 가지고 있으며, 귀가 처진 외형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강한 열과 햇빛에 강하다. < 인터넷 자료 취합 >
소들의 귀가
캄보디아의 시골에는 해가 질 무렵이 되면 한 무리의 소 때들이 도로를 가로막는 경우가 종종있다. 언제나 소를 모는 것인지 모는 시늉을 하는 것인지 모를 꼬마아이 한 둘이 붙어있는데, 의외로 수십마리의 거대한 소들이 꼬마 목동들의 말을 잘 듣는다. 꽉 막힌 도로는 오래치 않아 열린다.
그런데 이 소 때들을 관찰하다보면 상당히 영특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캄보디아의 시골 마을은 많은 경우 길을 따라 집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길을 따라가던 소들이 자기의 집 앞을 지날 때가 되면 누가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들어가는 것이다. 별 특별한 장면이 아닌데도 이런 풍경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집으로 가는 길이 험난한 소들 ⓒ 박동희
이렇게 집집마다 소들을 키우는 이유가 있다. 소는 캄보디아 시골 농민들의 소중한 자산이자 저축 수단이기 때문이다. 소는 당연히 농사를 짓거나 수레를 끄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키우는 동안 새끼를 낳으면 큰 이득이 된다. 마치 은행에 맡겨둔 목돈에 이자가 붙는것과 같다.
(좌) 크메르 인들이 소를 사용해서 농사를 짓던 모습 ⓒ 박동희, (우) 농사에 동원된 소 ⓒ 박동희
소는 캄보디아에서 특별한 동물이다. 우리나라도 소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는 것처럼, 농경이 중심이 되었던 대부분의 나라들은 소에 대한 고마움을 가지고 소를 소중한 존재로 대하는 문화가 있다. 그 감사함을 넘어 숭배까지 하는 인도도 있다. 인도에서는 소가 종교와 결부되어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캄보디아도 인도에서 유입된 힌두교의 영향이 있었기에 예로부터 소에 대한 대우가 특별하였을 것이라 생각된다.
프레아 꼬 사원의 돌로 조각된 소, 난디 ⓒ 박동희
캄보디아의 소고기 요리
그렇다고 캄보디아에서 소를 먹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소를 이용한 요리가 정말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캄보디아식 아침 메뉴 '커 꼬(소고기 스튜)', 쌀국수 중에 가장 많이 팔리는 '꾸이띠우 싸잇 꼬(소고기 쌀국수)', 크메르 요리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크메르 요리인 '록 락 싸잇 꼬(소고기 스테이크)', 산으로 올라간 소라는 특별한 이름을 가진 '꼬 라응 프놈(소고기 바비큐)', 맥주와 딱 어울리는 '싸잇 꼬 쯔루어(소고기 꼬치구이)'와 '싸잇 꼬 응이읏(소고기 육포)'. 캄보디아에는 나열하자면 끝없는 종류의 소고기 요리들이 있다.
(좌) 록락 싸잇 꼬 ⓒ Wiki(CC BY-SA 4.0), (우) 꾸이띠우 싸잇 꼬 ⓒ 박동희 (좌) 미 커꼬ⓒ 박동희, (중) 싸잇 꼬 쯔루어ⓒ 박동희, (우) 싸잇 꼬 응이읏 ⓒ 박동희
이 중에서 하나만 소개하라면, '꼬 라응 프놈'을 소개하고 싶다. '싸잇 꼬 프놈 플릉(화산 소고기)'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 요리는 우리나라의 신선로와 닮아있는데 많이 다르다. 중간이 솟아오르고 주변으로 홈이 둘러진 불판에 육수를 붓고 고기를 구워 먹는다. 육수에는 야채를 넣고 천천히 익혀 먹는다. 그런데 고기를 굽다 보면 흘러나온 육즙이 자연스럽게 육수와 어우러진다. 점점 깊어져 가는 수프의 맛을 즐기는 것이 묘미이다. 그리고 이 요리는 고기와 야채를 구이와 국으로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관대한 요리이다. 마지막에는 면을 넣어서 먹기도 한다.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딱이다.
싸잇 꼬 프놈 플릉(향후 이쁜 사진으로 교체 예정) ⓒ 박동희
Video killed the 'Svak Thom' Star
캄보디아의 전통 공연 중에 '스바엑 톰(Svak Thom)'이라는 그림자극이 있다.
스바엑 톰 공연 장면 ⓒ 박동희
이 그림자극은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무형유산으로 세계 무형유산에도 지정되어 있다. 그림자극의 원리는 단순하다. 무대 위에 넓고 긴 흰 천을 펼쳐 새우고, 무대 뒤로 거대한 모닥불을 피운다. 흰 천의 뒤에서 구멍이 뚫린 패널을 대었을 때 생기는 또렷한 그림자를 이용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 장식 패널에 사용되는 재료가 '소가죽'이다. 스바엑톰 공연은 길게는 10시간까지 진행된다고 하는데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사용되는 소가죽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안타깝게도 전통 공연인 '스바엑 톰'은 거의 단절될 위기에 놓여있다.
스바엑 톰에 사용되는 소가죽 공예 ⓒ 박동희
캄보디아의 소에 대해서 외국인에 시각에서 얕게나마 살펴보았다. 짧은 식견으로 풀어보았음에도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쏟아져 나왔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만으로도 캄보디아는 '소와 매우 밀접한 문화를 가진 나라'라고 정의내리기 충분해 보인다.
삼보 프레이 쿡 유적이 있는 숲 속의 소들 ⓒ 박동희
Thanks to Chatto's inspi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