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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희 Apr 07. 2024

스라바스티의 기적

간다라 이야기 #16

라호르 박물관의 주인공인 '싯다르타 고행상'의 맞은편에는 심상치 않은 조각이 있다. 이는 '스라바스티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조각으로 페샤와르의 무하마드 나라이(Muhhamad Narai)에서 출토되었다. 고행상에 비해 세상에 덜 알려졌지만 라호르 박물관의 메인을 나란히 장식할 만큼 훌륭한 걸작이다.  


라호르 박물관에 소장 중인 '스라바스티의 기적'



스라바스티의 기적 이야기


유물을 이해하기 위해 여기에 담겨 있는 이야기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한다. '스라바스티의 기적'은 한국에서 '사위성의 기적' 혹은 '쌍신변의 기적' 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고부터 7년 뒤, 코살라국의 스라바스티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이야기의 배경이 된 코살라국을 비롯하여 당시 북인도 지역은 종교에 대한 자유가 보장되어 있었고, 다양한 사상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었다. 그중 특히 이름난 여섯 명의 사상가들이 있었는데, 불교에서는 이들을 육사외도라고 부른다. 이들은 불교가 확장되기 이전부터 세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새로이 확장하는 불교와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당시 사상가들은 자신들의 세력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신통(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초능력)을 부렸는데, 부처는 제자들에게 이를 금하였다. 이에 육사외도들은 석가모니가 신통 대결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공개적으로 신통 대결을 요청하였다.


육사외도와 불교 간의 갈등이 점점 커지자 코살라국의 왕은 부처에게 공식적으로 신통 대결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자 부처는 신통을 금지한 것은 제자들이지 자신은 아니라며 흔쾌히 승낙해 버렸다. 그리고 6월 보름날 저녁 사라바스티의 망고나무 아래에서 신통을 보이겠다고 공언하였다. 난처해진 외도들은 사라바스티 인근의 모든 망고나무를 베어버려 약속을 행할 수 없게 하고, 부처가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


약속한 6월 보름 아침이 되었다. 코살라국의 정원사 간다가 부처에게 망고를 공양하였다. 부처는 망고를 먹고 성문 밖에 씨앗을 심었다. 그러자 그 씨앗으로부터 거대한 망고나무가 자라났고, 금방 꽃이 피더니 망고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부처의 신통에 감탄한 왕은 육사외도들의 비겁함을 나무라고 사람들에게 시켜 망고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지키게 하였다.


저녁이 되자 군중들이 망고나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부처는 몸은 하늘 위로 몸을 띄어 올랐다. 이어 상반신에서 불을 뿜었고, 하반신에서 물을 뿜는 기적을 보였다. 그리고 연못에서 금빛의 거대한 연꽃들이 피어났다. 이어 부처는 많은 연꽃 위에 자신의 분신들을 만들어내었다. 분신들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군중들을 교화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군중들은 불교에 귀의하였고, 놀란 외도들을 달아났다. 


기적을 보인 부처는 곧장 어머니 마야부인이 있는 도솔천으로 올라가 3개월간 설법을 하고 내려왔다고 한다.  



스라바스티의 기적을 표현한 조각들


스라바스티의 기적을 담은 조각은 여러 지역에서 확인되는데, 특히 간다라에서의 사례가 많다. 간다라의 사례 중, 이 이야기를 담은 형태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볼 수 있는다. 하나는 상반신과 하반신에서 각각 불과 물이 쏟아져 나오는 쌍신변의 모습으로 표현된 사례이다. 공중에 떠 있는 모습까지, 부처가 군중 앞에서 기적을 보인 이야기와 완전히 일치한다. 


상반신에서는 불이, 하반신에서는 물이 나오는 기적을 일으키는 붓다 (좌) 간다라 출토 (우) 카불 출토 쌍신변 조각상 (출처: 위키피디아)
거대한 연꽃 위에서 설법인을 취하는 부처의 모습을 작성한 사례들 (페샤와르 박물관)


또 다른 하나는 처음에 소개했던 라호르 박물관의 조각과 같이 거대한 연꽃과 함께 군중들이 부처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첫 번째 도상이 이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음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두 번째 형태에 대해서는 스라바스티의 기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무하마드 나라이 출토 조각을 스라바스티의 기적으로 본 것은 1900년대 초반에 프랑스의 불교학자 푸세(Alfred Charles Auguste Foucher)였다. 하지만 이후 여러 학자들은 반론을 제기했는데, 예를 들자면 부처의 주변으로 나타난 화불들이 부처가 아닌 보살의 모습을 하고 있고, 각각 설법을 하는 형태가 아니라 청취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 것 등이 스라바스티의 기적의 이야기와는 상이하다는 것이다. 대신 아미타 정토를 나타낸 장면이라는 의견, 대광명 신변을 나타낸 이야기라는 점 등이 새롭게 제시되고 있다.


모하메드 나리 출토 스라바스티의 기적의 세부



참고자료

이주형, '인도 불교미술과 동아시아 불교의 시점: 아미타불을 찾고자 하는 열망에 대한 연구사적 조망', "불교학 리뷰", vol.34, 2023. pp. 9-42

이선이(태경), ‘사위성 신변’과 대승불교미술의 기원-연구사와 전망[번역(「舍衛城の神変」と大乘佛敎美術の起源-硏究史と展望-,宮治昭)], 불교학리뷰 제20호, 2016. pp.201-251

강소연, '강소연 교수의 석가모니 발자취를 따라가는 <불교미술> 여행 20 - 석가모니 붓다 포교의 장소(7) 쌍신변의 기적과 외도의 굴복 -, 미디어붓다, 2020.7.10.(인터넷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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