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라 이야기 #36
631년 현장법사는 날란다 대승원에 도착했다. 날란다 대승원을 직접 본 현장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듯하다. 현장은 날란다 대승원의 위상에 대해서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대당서역기 제9권에는 '승도는 수천 명이고, 외국에까지 유명한 승려가 수백이다.', '여기에서 유학했다고 허위로 말하며 다녀도, 어디서든 정중한 예우를 받는다.', '학식이 고금에 통달해 있는 자만이 비로소 입문할 수 있다.', '학문이 깊은 사람도 10중 7~8명은 물러나기 마련이다. 나머지 2~3명도 승중들의 질문 공세에 꺾여 그 명성을 실추당하지 않는 자가 없다.'와 같은 기록이 있다. 날란다에 들어가기 위해 외국에서도 줄을 설 만큼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지만, 반면 여길 나오면 출세가도가 보장되어 있음이 짐작 간다.
또한 내역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이곳은 부처님 사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샤크라디탸라는 왕이 세운 가람이다. 이 가람에 대해 니르그란타라는 수행자가 예언을 하길 천년 간 번창하며, 학자들이 이곳에서 많은 성취를 얻을 것이지만, 건립 과정에서 용을 다치게 하였기에 피를 토하는 자가 많을 것이라 하였다.'라 전한다. 여기에서 피를 토하는 자가 많을 것이라는 것의 뜻은 피를 토할 만큼 공부를 시켰다는 뜻일까?
현장은 날란다에 도착했을 때,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자은전에는 '200의 승려와 1000명의 신자들이 영접을 나왔다.'라고 하는데, 현장은 날란다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이미 인도의 불교계에서 인정받는 법사였음을 알 수 있다. 이어 현장이 날란다 대학의 총장과 만난 에피소드에서도 극진한 환대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에피소드는 다음과 같다.
날란다 대승원에 도착한 현장은 날란다 대학의 총장인 계현법사를 만났다. 계현법사는 중국에서 온 현장을 보면서 3년 전 이야기를 했다. 그는 풍병에 걸려 이십 년 간 고통을 참아왔지만 참지 못할 정도가 되어 몸을 버리고자 하였다. 그러자 꿈에서 미륵, 관음, 문수 세 보살이 나타나서 스스로 몸을 해한다고 한들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하였다. 그래서 계현은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지 여쭈었다. 그러자 문수보살은 지금 지나국에서 당신에게 유가론을 배우기 위해 한 승려가 출발하였는데, 그에게 가르침을 주면 고통을 벗어날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현장에게 여행을 언제 떠났는지 물어보았고, 출발일과 꿈을 꾼 날이 같음을 알았다.
한반도에 전해진 날란다의 명성
날란다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현장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구법승들의 꿈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승려 중에서도 신라의 아리야발마나 혜업이 날란다에서 공부를 했음을 알 수 있다(대당서역구법고승전). 다만 한반도 출신의 구법승 중 가장 유명한 혜초 스님은 날란다에서 공부를 하지 않은 듯 하다. 그가 쓴 왕오천축국전에 관련된 기록이 없는 것을 보면, 아마도 높은 문턱에 걸려 입학을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외에도 백제나 고구려, 통일신라를 지나 고려에 이르기까지 많은 승려들이 천축국으로 구법여행을 떠났는데, 아마도 그들 중 다수가 날란다에서 공부를 했을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날란다와 관련이 깊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지공선사와 회암사이다. 지공은 고려말 조선초 한국 불교의 중심에 있었던 승려로 자신의 제자인 나옹, 무학과 함께 삼대화상이라 불리며 존경받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지공은 마가다국의 왕자 출신으로 8살의 나이에 날란다 대승원에 들어가 불교를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지공이 양주에 회암사를 방문했을 때, 날란다 대승원과 닮았다며 크게 중창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 날란다 대승원은 1193년 이슬람 세력화된 정부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었다. 지공은 그로부터 거의 100년 뒤인 1289년에 태어났다. 이런 기록으로 날란다 대승원이 파괴된 뒤에도 명맥을 유지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지공이 실제로 날란다에서 공부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다. 여기서는 지공선사의 학위에 대한 진위 여부와는 별개로,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날란다 대승원의 명성은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건재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날란다: 세상을 바꾼 대학', BBC 뉴스 코리아, 2023.2.26. [link]
주경미, '날란다의 불교유적과 구법승', "미술사와 시각문화", no.4, 2005, pp. 128-165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