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실라에는 유명한 스투파들이 많다. 다르마라지카나 자울리안, 발랄톱 그리고 만끼알라에 이르기까지 규모도 방대하지만 담겨있는 전설마저도 유명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아름다운 스투파를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필자는모라모라두(Mohramoradu)를 꼽고 싶다. 길지 않은 산길을 따라 들어가면 마치 숲 속에 숨겨둔 보물과 같이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낸다. 탁실라 발굴의 거장 존 마셜도 협곡 안으로 펼쳐지는 모라모라두 스투파와 승원의 그림 같은 전경에 대해 특별하다고 평가했다.
협곡 속에 놓여있는 모라모라두 스투파와 승원
모라모라두는 구법승들의 기록이나 역사서에 등장하는 유적은 아니다. 하지만 유적 자체만으로도 볼 만한 요소들이 많다. 입구 초입에 있는 대형 스투파나 스투파와 마주 보고 배치되어 있는 승원은 규모가 큼에도 단아한 매력을 품고있다. 아마도 협곡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특별한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입구 초입부터 나타나는 대형 스투파
개별 요소 중에서 인상적인 볼거리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꼭 봐야 할 것은 바로 간다라 유일의 '완형 봉헌 스투파'이다. 이슬라마바드 박물관, 탁실라 박물관의 중앙에도 이러한 모양의 스투파가 있는데, 모두 모라모라두의 봉헌 스투파를 모델로 만든 레플리카이다.
봉헌 스투파는 승원에 있는 27개의 승방 중 한 방 안에 위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대형 스투파 주변에 봉헌 스투파를 설치하는데, 이 경우는 특이한 위치이다.(유일한 경우는 아니다.) 아마도 그 승방에 기거하며 수행했던, 어떤 승려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좌) 모라모라두 봉헌 스투파, (우) 모라모라두 봉헌 스투파 모형(이슬라마바드 박물관)
봉헌 스투파는 세로로 높게 솟아오른 형태로 전형적인 간다라 양식이다. 높이는 약 3.6미터이고, 재료는 대리석과 칸쥬르 스톤이다. 가장 아래 기단에는 짐승과 아틀라스가 탑을 들어 올리고 있는 형태이며, 그 위의 공간에는 불상들로 장식된 세 층의 원형 공간이 이어진다. 그 위로는 충분히 작아진 둥근 안다(복발)가 놓이고, 가장 윗 상륜부에는 일곱 겹의 양산이 놓여있다. 모라모라두의 봉헌 스투파는 형태의 아름다움이나 완성도의 높음도 중요하지만, 완형이 보존된 유일한 사례이며 이를 원래의 자리에서 실견할 수 있다는 점이 경의롭다.그 가치가 높은 만큼 특별히 관리되고 있다. 해당 스투파는 거대한 나무 문을 설치해서 꼭 잠가두고 있는데, 관리자에게 요청하면 열어서 보여주니 놓치지 말자.
특별히 관리되고 있는 모라모라두 봉헌 스투파
또한 모라모라두의 회반죽 조각도 상당히 고급스러운 것으로 유명하다. 회반죽 조각의 아름다움으로 널리 알려진 자울리안 유적의 회반죽 장식보다 더 높은 기술을 가진 장인이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대부분의 중요한 회반죽 조각들은 탁실라 박물관으로 옮겨져 전시되어 있지만, 다른 유적들에 비해서, 많은 회반죽 조각을 원래의 위치에서 관찰할 수 있는 편이다. 새삼원래의 위치에서 유산을 본다는 특별함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물론, 대형 스투파 측면에 위치한 소형 스투파의 회반죽 조각이나, 승원지 안뜰에 놓여있는 회반죽 대형 불상의 잔재들만 봐도 원래의 웅장했던 모습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모라모라두를 답사 한 뒤, 탁실라 박물관에 옮겨진 조각들을 실견해 보면, 이렇게 정밀한 조각들로 온 공간이 가득 차 있었음을 상상하게 되어 더욱 놀라게 된다.
모라모라두 사원, 승려들의 생활 공간
그 외에도 27개의 승방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우물, 주방, 회의공간 등 당시 승려들이 생활했던 공간이 명확하게 남겨져 있다. 이는 과거에 이 승원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요소들이다.
(좌) 모라모라두에 남겨진 회반죽 조각상, (우) 탁실라 박물관 소장 모라모라두 출토 회반죽 조각
모라모라두는 대부분 파괴되어버린 탁실라의 불교 유적 중에서도 좋은 보존 상태로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에 그저 오래된 유적지를 넘어, 간다라 시대의 정교한 조각 기술과 건축미를 실견할 수 있는 귀중한 장소이다. 특히 완형으로 보존된 봉헌 스투파와 우아한 회반죽 조각들은 간다라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거기에 더해 고대 승려들의 생활상을 폭넓게 상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모라모라두야말로 탁실라에서 간다라 시기불교의'높은 격'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John Marshall, "A Guide to Taxila", 1918, pp.103-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