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용의 나라 캄보디아

나는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by 박동희
나가 난간, 벵메아리아 사원


앙코르 유적을 안내하다 보면 "왜 캄보디아 사람들은 사원을 뱀으로 장식해뒀어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앙코르 유적을 장식하고 있는 동물 중 가장 많은 것이 이 뱀모양 조각 '나가'이다. 이 질문에는 보통 부정적인 늬양스가 내포되어 있다. 뱀은 사람들로 하여금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이 질문의 의도를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사실 나가는 뱀보다는 용(龍)에 가깝다.


나가가 뱀이 아니라 용이라는 점에 대해 누구나 대번에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캄보디아에도 우리나라와 같이 12간지(干支)가 있는데, 우리와 같이 12마리의 동물을 사용하고, 순서도 같다. 단, 여기에 포함되어 있는 용띠가 캄보디아에서는 나가띠라고 불리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나가띠 다음에 이어지는 띠는 뱀띠로 나가띠와 구분된다.


나가띠에 태어난 사람을 위한 성금함, 캄보디아의 어느 절


사실 캄보디아는 용의 나라이다. 용이라고 하면 중국을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 보면 캄보디아만큼 용과 밀접한 문화를 가진 나라가 없을 것이다. 캄보디아와 용의 밀접한 관계는 건국신화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옛날 옛적에 인도에 '프레아 통'이라는 왕자가 있었다. 통 왕자는 멋진 나라를 만들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나라를 만들 땅을 찾아다니던 왕자는 틀록 나무가 있는 멋진 섬을 발견했다. 섬에는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었고 나무 열매들도 많았다. 여기에 나라를 지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어떻게 사람들을 데려올지가 문제였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틀록 나무 아래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통 왕자가 깨어났을 때에는 이미 해가지고 보름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때, 바다에서 신비한 빛과 함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섬으로 올라왔다. 통 왕자는 틀록 나무 둥지 뒤에 숨어서 지켜봤다. 바다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해변가에서 춤을 추며 파티를 벌였다. 사실 이들은 바닷속 용궁에 사는 사람들로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뜨는 밤 이 섬에 와서 몰래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나무 뒤에서 숨어서 지켜보던 통 왕자는 그 무리 속에 있는 아름다운 한 여인을 보게 되었다. 그는 첫눈에 반해 사람들 앞으로 나아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용왕의 딸인 나가 공주였다. 사실 통 왕자의 행동은 상당히 무례한 것으로 당장 나가 공주가 죽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가 공주는 통왕자에게 반해서 그의 무례를 용서하였고, 결국 서로 사랑에 빠졌다.

통 왕자와 나가 공주는 결혼을 하기 위해 용궁으로 향한다. 용왕은 결혼을 승낙하고, 틀록 나무 섬 주변의 물을 모두 빨아 없애 넓은 땅을 만들어 선물하였다. 그 후로 통 왕자와 나가 공주는 왕국을 통치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통 왕자와 나가 공주로부터 태어난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것이 지금의 캄보디아다.

- 캄보디아 왕실 연대기 "프레아 통 왕자와 소마 공주 이야기" 필자에 의한 의역


건국신화에 따르면 캄보디아 사람들은 용왕의 후손이며 용왕으로부터 선물 받은 땅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정도 신화라면 캄보디아 사람들이 용을 좋아하고 친밀하게 느끼는 감정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을 알게되면 캄보디아는 뱀의 민족이 아니라 용의 민족이라고 생각 할 수 있다. 또한 앙코르 유적도 용의 민족이 만든 고대유적이라고 생각하면 사뭇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부처의 수행을 도와주는 나가, 바이욘 사원 본존불


'우유 바다 휘젓기' 장면의 나가, 앙코르왓 부조 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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