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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희 Oct 28. 2020

#13 토끼가 달로 올라간 이유

나는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는 달로 올라간 옥토끼를 기리는 날이 있다. "삼뻬아 쁘레아 카에(Sampeah Preah Kae)"라고 하는 불교 축일로 물축제(본옴뜩, 3연휴)의 가운데 날과 겹친다.  날은 우기가 끝나는 시의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사람들은 이 날 밤에 보름달을 보면서 토끼가 좋아한다는 음식 암복(Ak Ambok)을 먹으며 옥토끼를 기린다.


토끼가 좋아하는 음식 Ak Ambok C. Wikipidia


캄보디아 사람들 달에 있는 옥토끼를 기리게 된 배경을 알 수 있는 구전설화가 있다. '찌아떡 이야기(Sovannasam Cheadok, ជាតក)'라고 불리는 설화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에 '뽀떼삿(Pouthesat)'이라는 토끼가 있었습니다. 이 토끼는 보름달이 뜰 때마다 자신의 몸을 공양하겠다고 다짐을 하였습니다. 어느 보름달이 뜬 날 프레아 앙(Preah Ean)이라는 신은 토끼의 다짐을 듣게 되었습니다. 토끼의 진심을 시험을 해 보고 싶어 진 신은 걸인의 모습을 하고 토끼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걸인: 토끼야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러니, 널 먹어도 되겠니?
토끼: 얼마든지 저를 드십시오. 이런 날을 기다려왔습니다.
걸인: 하지만 너는 오랜 기간 공덕을 쌓아와서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게 되었단다.
토끼: 그럼 불을 피워주십시오. 저 스스로 불에 뛰어들어 음식이 되겠습니다.

걸인의 모습을 한 신은 모닥불을 피웠습니다. 토끼는 불에 뛰어들기 전에 '죽은 뒤에는 달에 가서 평생 살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를 하고 불에 뛰어들어 위대한 보시를 행했습니다.

신은 토끼의 뜻을 기려 달로 올려 보내주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오늘날에 우리들은 달에서 토끼를 볼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 구전동화 "Cheadok (ជាតក)" 의역


보름달 ⓒ Pixabay


슬픈 이야기인지 기쁜 이야기인지 모를 이야기지만 불교적 이해에서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인 듯하다. 이 이야기의 기원을 찾아보면 인도까지 간다.


불교가 탄생한 인도에는 자타카(Jataka)라고 하여 석가모니가 고타마 싯다르타 왕자로 태어나기 이전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은 설화집이 있다. 싯다르타는 전생에 다양한 직업과 신분 심지어 다양한 동물로 태어나 보시를 행해왔다. 부처의 전생 이야기를 담았기에 자타카를 본생담(本生譚)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타카 이야기는 불교의 전파와 함께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었는데 나라나 시기에 따라 조금씩 각색되었다. 서 한 토끼 이야기는 부처가 전생에 토끼로 태어나 위대한 보시를 행했던 316번 사사자타카의 크메르판 변형이다. 원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옛날에 토끼와 원숭이, 수달과 자칼은 서로 불교의 5계를 지키자고 다짐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인드라 신은 이들의 진심을 알아보고자 이들 앞에 걸인의 모습으로 나타나 음식을 동냥했습니다.

수달은 물고기를, 자칼은 도마뱀을 그리고 원숭이는 망고를 보시했습니다. 하지만 토끼는 가진 것이 풀 밖에 없었습니다. 토끼는 스스로의 몸을 음식으로 보시하겠다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걸인은 불을 지폈습니다. 토끼는 망설임 없이 불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토끼의 몸은 타지 않았습니다. 걸인은 인드라의 모습을 드러내어, 토끼의 결심과 의지를 찬양하였습니다. 그리고 토끼의 숭고한 뜻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보름달에 토끼의 모습을 그려 넣어 모두가 기억하도록 하였습니다.

- 사사자타카 요약


스리랑카 Shailathalarama Vihara에 그려진 사사자타카 이야기 ⓒ  Anna Filigenzi 사진


두 이야기는 비슷하다. 토끼는 몸을 바치는 보시를  행했고, 이를 기리기 위해 달에 새겨졌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불교문화권에서 달에 토끼가 산다고 생각하는 것은 예로부터 이 이야기 공유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물축제에는 코로나에 대한 우려 보트 레이싱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축제 사진을 찍어 공유하고 싶었기에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 하지만 이번엔 물축제엔 캄보디아 사람들처럼 보름달을 보며, 달로 올라간 옥토끼 '뽀사뗏'을 생각해 보려 한다.


토구도, 한국 민화, 19세기



참고한 글


위키피디아 'Bon Om Touk' [Link]

사사자타카 [Link]

Shravasti Dhammika, 보로부두르의 사사자타카 벽화에 대한 글, 2011.12.15  [Link]

황순일, '사사 자타카-상', 법보신문 1389호, 2017년 4월 26일 [Link]

황순일, '사사 자타카-하', 법보신문 1390호, 2017년 5월 3일 [Link]

스리랑카 사사자타카 그림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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