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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희 Oct 21. 2020

#12 코로나 시대에 캄보디아 입국하기

나는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30일 밤 23시 59분부터 캄보디아의 입국 제한 조치가 발동되었다.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에 대응하여 캄보디아 정부는 코로나 감염 외국인 유입을 막기 위해 관광비자 및 도착비자 발급을 모두 중단하였고, 도착 72시간 이전에 발급한 코로나 음성 확인서, 5만 불 이상 보상 가능한 보험가입 증명서, 입국 후 격리가 끝나기 까지 2,000불의 보증금을 지불하게 하였다. 입국 제한 조치는 반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 코로나의 상황이 국제적으로 안정되지 않는 이상 쉽게 풀리지 않을 듯하다.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경유해서 캄보디아로 향하고 있다. ⓒ 박동희


앙코르 유적 복원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필자는 지난 3월에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한국으로 귀국하였다. 하지만 더 이상 현장을 멈춰 둘 수 없어 캄보디아로 재입국하게 되었다. 글을 쓰는 시점인 10월 20일 현재는 시엠립 자택에서 격리 중이다. 앞으로 10일 정도 더 자가격리를 한 후, 격리 해제 전 마지막 검사를 하고 보증금을 돌려받는 과정이 남아 있다. 따라서 아직 완전하게 입국을 완료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캄보디아 입국은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 가는 듯하다.


이번 캄보디아 입국은 예상했던 대로 까다로운 절차를 겪었다. 번거로웠던 준비과정과 입국과정에서 겪었던 복잡하고 답답한 일들, 그리고 대사관과 캄보디아 한인회로부터 받은 감사한 도움 등에 대한 특별한 경험들이 있었기에, 이 글을 통해서 일련의 과정과 느낌을 공유하려고 한다.


프놈팬 격리 호텔에서 바라본 전경, 캄보디아 왕궁이 보인다. ⓒ 박동희




1. 5만 불 이상 보상되는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기


출국에 앞서 여행자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캄보디아 정부에서는 5만 불 이상 보상 가능한 건강보험가입 증서를 요구한다. 실제로 입국에 이르는 과정 중에서, 비자 발급, 비행기 체크인, 입국 수속에서 모두 보험가입 여부를 확인하기에 보험가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보험가입 증서에는 영문으로 보장내용이 명시되어 있어야 하며, 가입기간은 최소 1개월이 필요하다. (1개월 미만 체류 시에는 그 기간에 맞추면 된다) 보장내용은 사망에 대해서만 5만 불 이상이고, 해외 질병 치료비는 300만 원이 넘으면 된다고 한다. 많은 보험사들이 코로나 시대에 맞춘 상품들을 제공하고 있으니 간단한 검색으로 찾을 수 있다. 보험 가입비는 잘 찾으면 만원 선에서 찾을 수 있다.



2. 코로나 음성 확인서 발급하기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는 1) 비자 발급 시, 2) 입국 시에 필요한데, 모두 72시간 이내에 발급받은 것이어야 한다. 두 번 검진하지 않기 위해서 비행기 현지 도착시간 72시간 이전에 진단서를 발급을 받고, 대사관에 가서 비자 신청, 발급, 그리고 출국의 순서로 바쁘게 진행하는 것이 좋다.


출국을 위한 검진은 일반 보건소에서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병원을 미리 확인해 보고 가는 것이 좋다. 병원에 따라 가격이나 발급에 소요되는 시간이 다르다. 음성 확인서는 영문으로 발급해야 하고, 병원의 압인 도장, 사인이 필요하다. 결과지에는 PCR 검사를 했다는 내용과 Negative(음성)이라는 표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서울백병원에서 출국용 코로나 검진 받는 과정 ⓒ 박동희


필자는 캄보디아 대사관이 가까운 인제대학교 백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아침 8시 반에 도착하여 등록하였고 9번째 대기자로서 9시 반쯤에 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검진 키트에는 두 개의 긴 면봉이 들어있는데, 하나는 입으로, 다른 하나는 콧구멍으로 검진한다. 실제 검진을 받으면 깜짝 놀랄 만큼 깊숙한 위치까지 면봉을 집어넣는데, 마치 눈알이나 뇌까지 면봉이 닿는 듯하다. 많이 아프지는 않은데, 이질감이 들고 눈물이 난다.


코로나 검진 모식도 ⓒ 보건복지부


검진 결과는 당일 저녁에 핸드폰 문자로 받았다. (결과는 음성이었는데, 양성이었다면 문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들이닥쳤으려나?) 검진 결과는 익일 11시 이후에 발급 가능하다고 하여 12시 정도에 다시 병원을 방문하였다. 총비용은 10만 7천 원 정도가 소요되었다. 금액은 병원에 따라 많이 다르니 사전에 잘 알아보는 것이 절약하는 방법이다.



3. 비자 발급


도착비자, 관광비자 발급이 중단되었기에 캄보디아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필자가 평소에 발급받던 C타입 비자도 중단되었다. 복수비자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1개월짜리 일반 비자(비즈니스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캄보디아대사관은 '서울 중구 세종대로 66 부영태평빌딩 14층 (시청역 9번 출구)'에 위치해 있다. (몇 년 전에는 주택 가였던 거 같은데 옮긴 듯하다.) 업무시간은 9:00~12:00, 14:00~17:00이다. 필요한 준비물은 여권, 증명사진 1장, 음성 확인서 원본(돌려줌), 여행자보험 증서(돌려줌) 그리고 현금 7만 원이 필요하다. 신청서는 대사관에 비치되어 있다.


필자는 2시 20분경에 방문하였는데, 신청서를 미리 써서 갔다. 신청서를 건네고 약 20분 뒤에 발급이 되었다. 영수증이 필요하여 별도로 요청하였는데, 수기 영수증을 작성해 줬다. 비자발급 업무는 중년의 한국인 남자분이 담당을 하였는데, 매우 친절했다.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에서 비자 발급받기 ⓒ 박동희



4. 공항 가기


평소 인천공항은 리무진 버스를 이용해서 다녔다. 코로나 이후 리무진 버스는 운행수를 매우 많이 줄여서 운영한다. 정보를 찾아보니 하루에 단 5번, 2~3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고 하였다.(예전에는 30~40분에 1대 였다.) 다행스럽게도 리무진 버스 시간이 출국 항공편의 시간대와 맞아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었다. 리무진 편 수가 줄어 손님이 많을까 걱정했지만, 정작 타 보니 나를 포함하여 단 3명의 승객만 탑승했다.  


인천공항에 내려서도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공항 내의 많은 창구들이 이 기회에 리모델링을 하는 듯했다. 발권카운터에서 코로나 검진 결과서와 보험, 비자, 그리고 2천 불(보증금) 소지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하였다.


텅 빈 인천 공항 ⓒ 박동희


출국장으로 가기 전에 세관에서 마스크 소지량에 대한 확인이 있었다. 세관에서는 한 달에 30장 정도 허용하는데, 4개월 이상 출국하는 사람에겐 150장까지 허락하였다. 이미 전 세계에 마스크가 넘처나는데, 코로나 유행 초반에 만들어진 행정의 잔여물 같았다.


짐검사도 이렇게 꼼꼼하게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내 짐을 확인하기 위해 세 명의 담당자가 붙었고, X레이 검사대에서는 수 차례 왕복하며 짐을 확인했다. 가방 내에 전선이 많다고 노트북 외에 전선도 다 꺼내 확인했다. 지금 공항은 테러로부터 가장 안전할 시기임이 분명하다.


마스크 세관 확인 부스 ⓒ 박동희


면세점도 탑승터미널도 다 텅텅 비어있었다. 코로나의 여파로 공항공사도 타격이 클 듯하다. 내년 성과급은 다 나온듯.


프놈펜으로 향하는 비행기 탑승장만이 유일하게 사람이 북적였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많은 사람들...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 보아하니 중국인들 같았다. 코로나의 발상지가 중국인 점, 그리고 중국 정부가 이미 코로나 종식을 선언한 점 등등이 떠오르며 아이러니한 현 상황에 웃음이 났다. 그 웃음의 정점은 공항에서 신나게 먹고 마시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였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 중에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14일간 호텔에서 강제 격리를 당한다고 하는데, 비행기를 타기도 전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5. 기내에서


공항은 텅 비어 있었지만 기내는 만석이었다.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연일 만석이라 한다. 스튜어디스들은 보안경과 마스크 그리고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 코로나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는 듯했다. 하지만 기내식이나 음료 등등의 서비스는 여전히 제공되고 있었다. 필자는 기내에서 화장실도 사용하지 말라는 아내의 엄명이 있어서 물도 마시지 않았지만, 방호복을 입은 중국인들은 개의치 않고 식사를 했고, 옆사람들과 떠들어 댔다. 기내는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과 무심함이 혼재하는 특이한 곳이었다.


캄보디아로 떠나는 기내의 모습 ⓒ 박동희


6. 현지 도착과 수속


자정을 넘어 프놈팬 공항에 도착하였지만, 긴 입국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특별한 설명 없이 앞이 보이지 않는 대기줄 뒤에 약 30분간 서 있어야 했다. 안내가 없었기 때문에 30분은 1시간과 같이 느껴졌다. 30분 대기 뒤 첫 수속은 1) 서류검사였다. 보험가입증서와 코로나 검진 확인서류를 제출했다. 이어 2) 2,000불의 보증금을 납입하는 과정이었다. 납입 은행은 세 군대 중에 선택이 가능한데, 사전에 알아 본 바에 의하면 CAB은행이 평이 좋았다. CAB에 2,000달러를 납입하고 납입 증명서류를 받았다. 현금으로 납입하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보증금 납입 후 3) 입국 심사대를 통과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입국 심사대에서 여권을 가져갔다. 사전에 검진 결과 발표 후에 여권을 돌려준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당황하지 않았는데, 몰랐으면 당황할 수 있을 듯하다. 짐을 찾고, 4) 코로나 검진을 받았다. 한국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진행되었는데 뇌까지 파고드는 검진 면봉에는 익숙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공항 내에 형성된 대기줄. 뒤로 200명 정도가 줄 서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분개한 상황에서 사진을 찍기 어려웠다. ⓒ 박동희
서류 검사, 보험 증명서와 코로나 확인서를 체크한다 ⓒ 박동희
보증금 납입 카운터 ⓒ 박동희
코로나 검진 대기 열 ⓒ 박동희


7. 호텔 입실


코로나를 검진한 후에는 캄보디아 정부에서 지정한 호텔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강제 격리된다. 결과는 하루 정도 소요되는데, 비행기를 같이 타고 온 사람 중에서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14일간 강제 격리되고, 나오지 않으면 자가격리를 하게 된다.


한인회가 운영하는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서, 오늘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온 사람들은 오케이 팔레스 호텔에 머물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항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고 오케이 팔레스 호텔로 이동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체크인을 해야 했기에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냥 기다렸다. 역시 몇몇 사람들이 대신 클레임을 걸어주었다.


14층 방을 배정받고 방에 들어섰는데, 화장실 배수구 냄새가 날 반겼다. 캄보디아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 조금만 참으면 익숙해진다는 것을 알았기에 참고 방으로 들어갔다. 피곤했기에 빨리 샤워하고 곯아떨어졌다. 현지시간으로 2시, 한국시간으로 치면 새벽 4시였다.



8. 호텔 격리


다음날 아침 8시에 전화벨이 울려서 깼다. 도시락을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격리 기간 중에 한 끼에 10달러로 식사가 제공되는데, 한국사람들에 한해서만 한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당연히 한식을 선택했다. 한식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런 강제로 먹어야 할 음식인데 캄보디아 정부에서 제공하는 식사가 분명 만족스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음식은 역시 매우 잘 나왔다. 꽁치찌개와 밥이었는데,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맛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한국인 식사 별도 공급은 한인회에서 신경을 많이 쓴 특혜라 하였다. 다시 한번 한인회에 감사를 표한다.


호텔 격리 조식 도시락 ⓒ 박동희


식사를 마치고 창문을 열어봤는데, 절경이었다. 방은 14층에 불과했지만 호텔 주변으로 높은 건물이 없어서 부감경관이 매우 좋았다. 왼쪽으로는 왕궁도 보였다. 식사는 어떤 게 나올지 기대하면서 컴퓨터 작업을 하며 기다리다 보니 하루는 금방 지났다. 혹시 확진자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 호텔이라면 잘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격리 호텔 방에서 바라본 프놈팬의 경관 ⓒ 박동희


(좌) 점심 수제 버거, 아보카도와 수제 페티가 특별했다. 오랜지 착즙 주스도 좋았다. (우) 코다리 찜. 함께 들어있는 무, 감자, 고구마들이 별미였다.


19시경에 한인회 톡방에 "확진자 없음"이라고 떴다. 운이 좋았다. 확진자가 나왔다면 14일간 호텔비에 식비... 어마어마하게 나갔을 것이다. 오늘 밤에 체크아웃할 사람은 1.5일 치만 내고 체크아웃이 가능하다 하였다. 하지만 필자는 시엠립까지 가야 했기에 2일간 머물렀고, 다음 날 아침 시엠립으로 향하는 택시를 탔다.




입국과정을 되돌아보니 한인회에 대한 감사함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 직접 전하지는 못하였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함을 전한다.



참고자료


코로나 이후 캄보디아 입국에 대한 공지


캄보디아 한인회에서 제공하는 정보 페이지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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