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수는 배를 타고 잠시만 나가도 끝없는 수평선이 펼쳐지며, 파도까지 치기 때문에 마치 바다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수도 프놈펜과 씨엠립은 직선거리로 230km 정도 되는데, 이 두 도시가 똔레삽의 양 끝에 자리 잡고 있으니, 호수의 거대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톤레삽호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로, 우기에는 면적이 16,000 km²에 이른다. 이는 경기도 전체 면적(10,171 km²)보다 훨씬 크다. 다만 건기에는 3,000 km² 이하로 줄어들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라는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우기와 건기의 톤레삽 위성사진 ⓒ NASA GSFC
풍요로운 물고기와 자연
톤레삽이 크고 넓은 만큼 호수에 서식하는 식생 또한 많고 다양하다. 톤레삽 어류는 2003년 기준으로 149종이 확인되었다. 이 중에는 많은 수의 멸종 위기종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가장 유명한 종으로 '메콩 거대 메기(Mekong Giant Catfish)'가 있다. 이 물고기는 한 때, 세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로 기네스북에 올랐었다. 성체는 보통 2미터 정도로 150~250kg이다. 큰 경우에는 크기가 3미터에 달하고 몸무게는 300kg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메콩 거대 메기는 멸종 위기종으로 거의 볼 수 없다. 2000년대 이후로 한 해에 10마리도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톤레삽에는 어류 외에도 호수와 밀접하게 살고 있는 다양한 동물들도 있으며, 식물도 200종 이상이 확인되었다.
톤레삽에서 볼 수 있는 일몰 ⓒ 신보람
톤레삽과 함께 하는 사람들
이와 같이 톤레삽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산물들은 호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품어, 예로부터 캄보디아 사람들은 호수와 밀접한 생활을 해 왔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호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2013년에 발표된 보고서(Johnstone, G. et al. 2013)에 따르면 톤레삽에는 53개의 수상마을(floating village)이 있으며 150만 명의 사람들이 사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수상 마을에 사는 사람들 ⓒ 신보람
수상마을에서는 여러 가지 유형의 수상가옥들을 관찰할 수 있다. 강바닥에 기둥을 박고 지은 고정된 집, 배의 형태로 강의 확장에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집, 수위의 변화에 따라 수직 방향으로만 오르락내리락하는 집, 강에 위치한 섬이나 강가의 땅에 지은 집 등이 보인다.
수상마을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물 위에서 보내지만 그다지 불편해 보이지 않는다. 수상마을에서도 삶에 필요한 편의 시설들이 빠짐없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 위에서 사는 사람들 ⓒ 박동희
(좌) 수상 시장, (우) 수상 초등학교 ⓒ 박동희
(좌) 수상 상점, (우) 수상 돼지우리 ⓒ 박동희
톤레삽과 어업, 식문화
수상 마을 사람들은 주로 어업에 종사한다. 톤레삽에서 잡히는 물고기가 캄보디아 어업과 식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20여 년이 지난 자료긴 하지만 1997년 발간된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 민물고기 생산량은 총 40만 톤인데, 이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단백질 섭취량의 80%를 책임진다고 한다. 또한 이는 캄보디아 국가 총생산의 16%에 해당한다. 현재 상황 수치는 어느 정도 달라졌겠지만, 그 중요성은 여전할 것이다.
톤레삽에서 그물을 던지는 사람들 ⓒ 박동희
톤레삽에 사는 물고기가 다양한 만큼 사람들이 잡는 물고기도 다양하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는 리엘(Riel; Siamese mud carp)이라고 불리는 작은 물고기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 물고기를 소금에 담가 쁘로혹(Prahok; 젓갈의 일종)이라는 식재료를 만든다. 쁘로혹이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이자 국민 음식이라고 하는데, 외국인 입장에서 발효 민물생선은 쉽지 않은 음식이다. 또한 쁘로혹을 만들 때 나온 소금물 '뜩뜨러이(어간장)'도 애용되는 조미료이다. 필자도 볶음밥을 먹을 때, 뜩뜨러이에 쥐똥고추를 썰어 넣고 살짝 찍어먹는데 꽤 별미이다. 그 외에도크고 작은 맛있는 물고기이 많이 잡힌다.
다양한 민물 생선 바베큐 ⓒ 박동희
아무래도 이렇게 방대한 민물고기의 산지가 곁에 있다보니 캄보디아에서는 민물생선 요리법이 상당히 발전했다. 특히 흙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연구가 상당히 반영되어있음이 엿보인다. 보통 레몬그라스나 고수와 같은 향신료들이 적절히 들어가고, 타마린드나 라임과 같은 신맛도 잘 활용한다. 이런 느낌의 맛과 향은 일반적인 한국사람에게 다소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레몬그라스와 향신료를 배에 넣고, 소금을 뭍혀서 구운 민물 생선 ⓒ 박동희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물고기를 먹는데,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말려서 먹는 것이다. 소금을 적당히 뿌려 햇빛에 말리면 북어처럼 노랗게 변하는데, 이를 숯불에 구워서 먹는다. 많은 경우 흰 죽이랑 같이 먹는데, 쫄깃하고 짭쪼롬한 맛이 죽이랑 정말 잘 어울린다. 마치 한국에서 굴비를 구워 찬 물에 만 밥과 함께 먹는 느낌이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고급스러운 맛을 즐길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이 방법으로 만든 물고기는 장기 보관이 가능해 고대 앙코르 왕국 사람들도 애용해서 즐겨 먹었을 것 같다.
톤레삽의 맹글로브 숲 ⓒ 신보람
캄보디아와 수상 문화
캄보디아는 톤레삽을 옆에 두고, 물 그리고 물에서 나온 산물과 관련된 문화를 오랫동안 발전시켜왔다. 아직은 톤레삽에서 이러한 모습들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물고기의 남획, 세계 문화 획일화의 흐름 속에서 이러한 캄보디아 수상 문화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톤레삽의 일몰 ⓒ 신보람
참고자료
Johnstone, G. et al., "Tonle Sap scoping report", CGIAR,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