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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희 Dec 23. 2020

#21 오토바이를 타고 새로운 캄보디아를 만나다

나는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2008년 7월 28일, 반년 간의 인턴생활을 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처음 도착했던 날, 지도 교수님께서 캄보디아 생활을 잘해보라고 하시며 자전거 한대를 사주셨다. 바퀴가 얇고, 바구니가 달린 전형적인 '엄마 자전거'였다. 따로 모아둔 돈 없이 덜렁 몸만 왔던 '가난한 고학생'이었기에, 자전거는 너무나도 유용한 선물이었다.


다음 날 새벽, 기쁜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앙코르 유적 공원의 큰 코스(Grand Tour, 약 30km)를 둘러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크라방 사원을 시작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유명한 사원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얇은 바퀴의 자전거로 비포장도로를 운전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지칠 때쯤 하나 둘 나타나는 고대 사원에 대한 기대감으로 피곤한 줄 몰랐다.


새벽 자전거를 타고 처음 만난 사원 크라방 ⓒ 박동희


그 후로 캄보디아에서의 생활은 자전거와 늘 함께였다. 매일 아침, 숙소에서 현장인 바이욘 사원까지 8km의 비포장 도로를 자전거로 질주했다. 대략 30분 정도 걸렸는데 현장 도착 후 코코넛 주스 하나가 마치 감로수와 같았다. 마칠 때에는 반대로 코코넛을 먼저 마시고 숙소로 돌아갔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당시의 몸무게가 지금보다 10킬로 정도 적게 나갔는데, 자전거가 중대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자전거 생활은 쉽지 않았다. 도로의 상태도 좋지 않았지만, 타이어 상태도 원래 안 좋았던 것인지 3일에 한 번씩 펑크가 났다. 펑크 난 자전거를 끌고 땡볕 아래에서 자전거 수리소를 찾아가는 것은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다시 하라면 절대 못 할 것 같은 생활이다. 하지만 자전거 생활은 3년간 지속되었다.


유적 주변에 묶여있는 자전거들 ⓒ 박동희


자전거 생활이 힘겨우니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 것이 오토바이였다. 당시 씨엠립에서 오토바이는 우리나라에서의 차와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고, 오토바이 한 대에 두세명 타는 일이 흔하고, 많게는 다섯, 여섯 명 온 가족이 타고 다니는 것을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다.


오토바이를 생활화 한 동남아시아 사람들(베트남) ⓒ 박동희


캄보디아에서 오토바이를 사용하는 방법 ⓒ 박동희


그리고 오토바이 뒤에 수레를 달아서 택시와 같이 사용하는데 이를 툭툭이라고 부른다. 툭툭 사람이 많게는 열명도 탄다. 아마 이 오토바이를 만든 혼다에서도 일인용 오토바이가 이렇게까지 이용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모습들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토바이를 마련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년 시절부터 오토바이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했으니 캄보디아에 오지 않았다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처음 구매한 오토바이는 100cc짜리 중고 오토바이였다. 혼다에서 나온 웨이브라는 모델이었는데, 850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샀다. 기어가 4단까지 있었는데, 오토바이를 처음 몰아본 당시의 나는 당연히 기어를 1단부터 놓고 타야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기어 1단은 원래 오르막길을 거나 거친 길을 다닐 때 사용하는 것인데, 초심자가 1단으로 운전하려 하니 쉽지가 않았다. 이렇게 어려운걸 괜히 샀나?라는 후회가 들려던 중, 다행스럽게도 길 가던 행인이 기어를 2단에 두고 운전하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 뒤로는 쉽게 탈 수 있었다.


새로 산 오토바이 ⓒ 박동희


오토바이를 타게 되니 세상은 완전히 달라다. 자전거를 탈 때의 세상이 반 10km였다면, 오토바이는 마음만 먹으면 캄보디아 전역을 누빌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실제 가장 멀리 간 것은 160km였다.)


주말마다 일부러라도 다소 멀리 있는 유적들을 둘러보러 가게 되었다. 가까운 반띠아이 스레이를 시작으로 동남쪽으로는 삼보 프레이 쿡, 동쪽으로는 벵메아리아와 코켈 사원, 서쪽으로는 바탐방까지 갔었다. 세상이 확 넓어진 기분이었다. 이미 오래 살아 익숙했던 캄보디아가 새로워지니 정말 즐거웠다.




이미 10년 전의 일이지만 회상을 하다 보니 그 느낌이 되살아난다. 자전거로 시작해서 오토바이를 거쳐 현재의 자가용으로 주요 운송수단이 변화하면서 그에 따라 편해진 몸이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불편하게 여기게 되었다. 게다가 안전 문제도 있어 지금은 자동차를 더 자주 이용 하지만, 종종 오토바이를 타고 유적지를 누비며 처음 캄보디아에 와서 느꼈던 설렘을 재현해 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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