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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희 Dec 09. 2020

#19 '바라이'에서 배운 생존 헤엄

나는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나는 수영에 자신이 있다. 2019년 라오스 남부에서 매일 메콩강을 바라보며 일할 때에는 라오스의 상징인 메콩강을 수영으로 한번 건너봐야 하지 않겠냐고 직장 동료와 의기투합을 하기도 했었다.  물에 뛰어들기 직전에 현지인이 물뱀한테 물린다고 만류하는 바람에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메콩강 횡단 수영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라오스 팍세의 메콩강 C. 박동희


그런데 사실 필자가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캄보디아에 처음 왔을 당시만 해도 바닥에 다리가 닿지 않는 물에는 들어갈 엄두를 못 냈었다. 도시에서 자란 많은 수의 한국인들이 그렇듯이 필자도 수영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물놀이를 가게 되면 항상 얕은 물가에서 가볍게 물놀이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캄보디아에 오고 나서 생각보다 물놀이를 할 기회가 많았다. 개울가에 가면 항상 동네 아이들이 헤엄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무더위 속에서 현장 일을 하다가 그 모습을 보면 다 같이 개울가에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헤엄을 못 치는 것이 한스러웠다.


서바라이의 현지인 유원지 ⓒ 신보람


이랬던 필자 '서 바라이(West Baray)'에서 수영을 배울 수 있었다. 사실 서 바라이는 천년 전에 앙코르 제국이 만든 인공 저수지 유적이다. 그런데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동서가 8.2km 남북이 2.1km이다. 수심은 강우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기본적으로 사람 키보다 훨씬 깊기 때문에, 바닥에 발이 닿아야 수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장비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캄보디아 사람들은(주로 아이들) 여기서 쉽게 수영을 하고 있었다.


뚝 위에서 본 서바라이 모습 ⓒ 신보람


사실 많은 캄보디아 사람들 서 바라이를 유적지가 아니라 유원지로 사용한다. 수심이 가장 깊은 동서 쪽 물가에 원두막들이 늘이서 있는데, 여기서는 구운 고기와 맥주를 판다. 사람들은 물을 보면서 여유를 즐기다가 헤엄도 치고, 그물 침대에서 낮잠도 자는데, 상당히 괜찮은 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필자도 바라이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여담이지만 물고기 구이가 정말 맛있다.


     

바라이에서 파는 바베큐 C.박동희


그러다가 바라이에서 헤엄치는 아이들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 보다 보니 생각보다 수영하는 방법이 매우 쉬워 보여 나도 헤엄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속에서 팔로 하늘을 그리듯 크게 휘젓고, 그다음으로 다리를 크게 한 번 휘저었다. 이를 계속 반복하여 가라앉지 않는 듯했다. 심지어 머리가 물속에 들어가지 않았다. 바라이는 흙탕물이기 때문에 머리가 물속에 들어가서 좋을게 하나도 없어 캄보디아에서 이보다 적합한 헤엄 법이 없어 보였다.


수영을 시도한 첫날엔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보였다. 그 덕에 한 6개월 정도 꾸준히 시도했고, 결국 머리를 물에 넣지 않는 크메르식 수영을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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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조만간 출간될 '난생처음 떠나는 문화유산 ODA 여행'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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