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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희 Dec 02. 2020

#18 아침엔 '바이 싸잇 쭈룩'

나는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집 앞의 아침 식당 ⓒ 박동희

집 근처 아침에만 영업을 하는 식당들이 있다. 이 식당들의 주력 메뉴는 전형적인 캄보디아 아침 식사 거리로 앞서 말한 바이 싸잇 쭈룩 (돼지고기 덮밥), 보보 모안 (닭죽), 꾸이띠오 싸잇 꼬 (소고기 쌀국수) 등이다. 필자는 이 중에서도 특히 바이 싸잇 쭈룩을 즐겨 먹는데,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을 만큼 맛있다.


바이 싸잇 쭈룩 ⓒ 박동희


'바이 싸잇 쭈룩(បាយ សាច់ ច្រូក)', 직역 하자면 '밥' + '고기' + '돼지'인데, 크메르어는 식어가 뒤에 붙기 때문에 한국말로 하면 '돼지고기밥' 정도가 될 것이다. 지난 12년간 다양한 바이 싸잇 쭈룩을 먹어왔는데, 집집마다 고기의 맛이나 요리법이 달랐다. 어떤 집은 양념숯불구이를 하기도 하고 어떤 집은 불고기 같이 구워 내기도 했다. 심지어 육포같이 나온 적도 있었다. 사실 바이 쌎 쯔룩은 정형화된 레시피는 없고, 집집마다, 가게마다 나름 독특하게 특성을 가지고, 뜨거운 쌀밥을 넓은 접시 위에 펴 담고 돼지고기를 얹어 주는 것으로 그 이름값을 다 하는 음식이다.


아침 식당의 분위기 ⓒ 박동희


필자가 즐겨가는 집은 양념 숯불구이 스타일 바이 싸잇 쭈룩을 내어준다. 숯불에 구운 고기가 맛이 없을 리가 만무하다. 이 고기와 함께 돼지 뼈를 넣고 끓인 국, 그리고 파파야 러드(태국의 쏨땀과는 다르다)기 나온다. 가격은 5천 리엘. 우리 돈으로 약 1,500원 정도 된다. 처음 캄보디아에 왔을 때에는 보통 3천 리엘이었는데, 조금씩 오르더니 지금은 5천 리엘까지 되었다.


숯불고기가 올려진 바이 싸잇 쭈룩 ⓒ 박동희


이런 아침 식당들의 특징 중 하나는 큰 개가 늘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닭뼈나 남은 잔반을 노리고 하염없이 왔다 갔다 하는 개들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무서웠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아침 식당을 돌아다니는 개 ⓒ 박동희


이 개들은 닭뼈를 잘 먹는다. 한국에서는 닭뼈를 개한테 주면 죽는다고들 하지만, 여기 개들은 닭뼈먹는 기술을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다. 저 애처로운 눈빛 때문에 뼈가 나오면 던져주는데, 별거 아니지만 음식을 나눠 먹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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