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들기름 후리가케 삼각김밥

딱 한주먹만큼의 밥이 있을 때

by 로라see

아침에 압력밥솥을 열어보니 딱 한주먹만큼의 밥이 남아 있다. 한 그릇에 못 미치는 한주먹만큼의 밥을 누구 입에 넣어 주나. 난 요즘 압력밥솥이 대신해주는 밥도 너무 하기가 싫고 해야 한다면 하루에 딱 한번 해서 하루를 해결하고 오늘처럼 다음날 아침 한주먹의 양을 남길 수 있다면 더없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지금껏 내 인생에서 이보다 더한 미니멀 라이프가 또 있었을까.


어제부터 2주간의 부활절 방학을 맞은 아들은 어제저녁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늦게 귀가하여 해가 중천에 떠서 아침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까지 숙면을 취하고 있다. 평소 남편은 과일과 요플레로 아침을 대신하고 나는 커피와 비스킷으로 아침을 때우고 아들은 우유와 콘프레이크 또는 빵 등으로 요기를 하고 학교를 간다. 오늘처럼 방학을 시작하고 이틀째가 된 날 아침도 아니고 점심도 아닌 애매한 시간에 기상을 할 예정인 아들에게 한주먹만큼의 밥을 먹여야겠다.(주먹을 날리겠다는 의도가 절대 아님)


한국 슈퍼에서 사다 놓고 아끼고 아껴 먹는 삼각김밥용 김을 한 장 꺼낸다. 이 삼각김밥용 김은 한국의 편의점에서 유통되는 삼각김밥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포장되어 있어 마치 방금 집 앞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사 온 것 같은 비주얼을 연출해 준다. 게다가 삼각김밥 비닐을 1,2,3번 순서대로 벗겨낼 때 대략 3초간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삼각김밥용 김을 포장하기 전에 먼저 고등어와 꽁치 등의 말린 생선이 들어간 고소하고 영양도 풍부한 후리가케를 한주먹 양의 밥 위로 넉넉히 뿌려주고 그 위로 향긋한 들기름도 한 방울 쪼르륵. 1회용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또는 나무주걱으로 : ) 밥과 양념이 한데 어우러지도록 골고루 슥슥 비벼준다.


후리가케와 향긋한 들기름이 골고루 버무려진 한주먹만큼의 밥을 삼각김밥용 김 위로 올리고 삼각모양으로 꼼꼼하게 각을 잡아 야무지게 포장해준다.


그리곤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아들에게 무심한 듯 다정하게 얘기한다.

배고프면 식탁 위에 있는 삼각김밥 먹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