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배달음식 구경도 못하는 이의 혼끼

by 로라see

아침 일찍 일어나 집 근처 마르셰에서 점심에 먹을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사온 신선한 재료들을 깨끗하게 다듬어 손질한 뒤 파스타에 어울릴 예쁜 접시도 미리 꺼내 놓는다. 브런치 시간에 맞춰 여유 있게 요리를 하고 준비한 접시에 파스타를 먹음직스럽게 담아내고 냉장고에 차게 넣어 둔 화이트 와인을 꺼내어 와인잔에 찰랑찰랑 담아 우아하게 한 모금... 은 블로그나 별그램에서 많이 봤다.


오늘 나는 점심시간에 혼자 집에 있으면서 끼니를 때우게 되었고 갓 배달된 바삭한 치킨에 맥주 한 캔 하거나 매콤한 아귀찜 양념에 하얀 쌀밥을 비벼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났다. 하지만 난 배달음식은 구경도 할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는 현실을 곧바로 자각하고 배속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를 들으며 냉장고를 열었다. 재료를 손질할 필요가 없고 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그 무언가를 꺼냈다. 500cl 맥주 한 캔과 게맛살 그리고 튜브형 마요네즈가 전부였다. 잔을 꺼내기 귀찮고 맛살과 마요네즈를 담을 그릇도 번거롭게 느껴졌다. 혼끼의 좋은 점은 잠깐이지만 일정한 형식도 필요 없고 시간도 절약되고 그 순간만큼은 자유 영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SNS에서 멋진 공간을 배경으로 예쁜 그릇에 담겨 있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에 홀리듯 빠져들어, 나도 한 번 따라 만들어 볼까, 막연한 의욕을 내세워 보지만 막상 현실의 나는 쉽고 간단하고 저렴한 음식을 찾게 된다. 요즘 혼자서 끼니를 때울 때면 유독 한국의 배달음식이 그립고 편리한 편의점 도시락이 먹고싶다.


한국은 배달음식의 천국이라 할 수 있고 파리만 해도 요즘 배달음식이 유행이라 하던데 나는 파리의 외곽 지역에 살고 있고 파리와 파리 외곽 지역의 삶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난다고 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게 가능할까 의심이 들겠지만 여기 프랑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차이가 너무 당연하게 존재하는 곳이다. 나도 배달음식을 먹을 수 있는 파리에 살고 싶지만 서울 크기 6분의 1 면적의 손바닥 만한 파리는 내 이름 아래 Paris 주소를 새겨 넣을 기회를 쉽게 주지 않는다.(그런 현실에도 Paris 주소를 새겨 넣으신 분들에게 엄지 척 올려드리고 싶다: )


500cl 맥주 한 캔과 탄수화물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맛살로 허기를 때우며 괜히 그리움과 아쉬움만 쏟아 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