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홍차도 함께
지난주 2박 3일 일정으로 온 가족이 다 함께 맨체스터에 다녀왔다. 온 가족이라고 해봐야 나와 남편과 아들이 전부인 조촐한 구성이다.
예전에 영국으로 갈 때면 집에서 차를 타고 출발해 프랑스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항구도시에 가서 차를 유로터널에 태우거나 페리에 태워 바다를 건넜다. 이번에는 하늘을 날아올랐다. 기대한 만큼 시간이 단축되거나 덜 번거롭다기보다 장거리 여행으로 인한 졸음운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는 여정이었다.
첫날과 둘째 날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일본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오랜만에 가게 된 영국 여행에서 예전에 경험한 영국 음식에 대한 어떤 막연한 불만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희망이 반영된 결과였다.
남편은 맨체스터에 도착한 첫날 늦은 오후 저녁식사부터 걱정하기 시작했다. 곧바로 노트북을 펴고 열심히 서치를 하더니 호텔 근처에 진짜 맛있는 이탈리안 화덕구이 피자집이 있다며 좋아했다. 그날 저녁 미리 예약한 화덕구이 피자집을 갔더니 화려한 붉은색 화덕 두 개에서 끊임없이 피자가 구워져 나오고 있었고 꽤나 큰 홀은 저녁식사 손님으로 가득 찼다. 이탈리안 억양의 주인이 직접 서빙하는 정통 이탈리안 피자였다. 파리에서도 만나기 힘든 피자 맛집이었다.
2박 3일의 일정은 빨리도 흘러갔다. 어느새 파리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 아침을 맞이했다. 이틀 연속 세계 미식 여행을 체험한 뒤라 별 기대 없이 호텔 근처에 있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전문점에서 맨체스터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기로 했다.
한창 출근할 시간인 9시경 카페로 들어서니 조찬 모임으로 조식을 하는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은 테이블이 여럿 있었다. 카페의 한 면은 전면 창으로 아침 햇살이 가득 들어오고 있었다. 가뜩이나 흐린 날이 많은 영국의 날씨에 기분 좋은 햇살 샤워를 할 수 있는 시원한 통창 아래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메뉴를 보기도 전에 그냥 기분이 좋다.
스몰, 빅, 슈퍼로 나뉜다. 스몰은 모든 재료가 한 개, 빅은 두 개, 슈퍼는 예상대로 세 개씩이다. 나와 남편은 스몰, 아들은 빅으로 주문했다. 커피를 마실까 하다, 이른 아침 빈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홍차를 주문했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기본 구성은 Egg pouch(달걀 수란), 베이컨, 소시지, 볶은 버섯, 구운 토마토, 콩조림이다. 빅과 슈퍼의 경우 블랙 푸딩(돼지피에 오트밀이나 보리를 넣어 만든다. 우리나라의 순대와 비슷하다)이 추가된다.
메뉴를 주문하고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홍차부터 한 잔 마신다. 은은한 과일향이 입안 가득 채워진다. 차향을 음미하며 조금씩 천천히 삼킨다. 산뜻하고 달콤하다. 지금까지 마셔본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홍차와 확연히 다르다. 입안에서 부드럽고 달콤한 잔향이 은은하게 맴돈다. 왠지 모르게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도 기대된다.
오랜만에 먹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가 기대 이상이다. 아침은 역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다. 구성이 생각보다 알차고 아침에 필요한 열량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든든하다. 혈기왕성한 청년이 아니라면 스몰로 충분하다. 버터와 함께 제공되는 식빵 두 조각 중 한 조각은 남겨야 했다.
분명 아침 메뉴이지만 점심이나 저녁으로 먹어도 좋을 것 같다. 영국에 오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홍차를 곁들여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먹어보자. 하루 종일 비 오는 변덕스러운 날씨도 조금은 견딜만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Cafe North(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전문점)
66 Shudehill
Manchester M4 4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