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프랑스 전역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폭염으로 땅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전부터 전국의 농민들은 이미 오랜 가뭄으로 가슴이 타들어 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도심은 연일 대기질이 나빠졌다.
그렇게 불쾌지수가 최고조로 치닫던 지난 주말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전날 열대야에 잠을 설치고 이른 아침 눈을 떠보니 소나기가 거침없이 내리고 있다. 거실 창문을 열어 잠시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오랜 가뭄 끝에 마른땅을 적시는 단비 같은 소나기는 소리마저 경쾌하고 청량하다. 태고의 자연에서 잉태된 것이 틀림없는 땅 위의 모든 생명과 만나고 부딪치는 빗소리는 강렬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소나기가 비교적 짧은 시간 많은 양의 수분을 쏟아내는 동안 대기는 수증기로 가득 차고 땅 위에 켜켜이 쌓여있던 먼지들이 수중 낙하하는 빗방울들의 총공격에 못 이겨 대기로 밀려 떠오른다.
그렇게 날아오른 먼지와 수증기는 서로 한 데 뒤섞이며 부유하는데, 형태도 흔적도 없는 그들의 만남을 나는 냄새로 감각한다.
비는 살아 있는 것들 속에 숨어 있던 냄새를 밖으로 우려내서 번지게 한다. 며칠씩 비가 내리는 거리에는 젖은 가로수들의 몸 냄새가 자욱이 배어 나오고 마주 스치는 여자들의 지분 냄새는 젖은 공기 속에서 칼끝처럼 날카롭다.
_라면을 끓이며. 여자 1. 김훈
김훈 작가는 이토록 절묘하게 비 내리는 날의 공기 속 냄새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그 어떤 미사여구 없이도 예민한 후각을 글로 풀어낸다. 담백한 김훈 작가의 글 속에는 그의 성실한 일상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나는 그의 글을 한 단어 한 단어 읽어나갈 때마다 그의 치열하고 성실한 하루를 온몸으로 감각할 수 있다.
거치고 마른땅을 적시는 강렬한 소나기 덕분에 땅 위의 모든 만물이 먼지를 씻어내고 또다시 소생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