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라의 독서노트 Ep.41
"오히려 내게는 어느 고정된 직함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글쓰기'이다. 글 쓰는 행위를 하며 '쓰는 사람'이라는 행위적인 정체성이야말로 내 삶의 핵심이다. 이 책에서도 특정한 명사로 나를 규정하는 대신, 내가 먹고사는 구체적인 행위를 동사적 방식으로 풀어 가려한다." -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 정지우
독립을 앞두고 있거나, 막 독립한 사람에게 그 어려운 여정을 먼저 걸어간 선배의 발자국은 큰 위로이자 이정표가 된다. 특히 정지우 작가님의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은 하나의 단어로 자신을 표현하기 어려운 모호한 정체성을 가진 나와 같은 이들에게 아주 구체적이고 유익한 길잡이가 되어주리라 확신한다.
평소 정말 존경하는 롤모델 작가님의 책이기도 하고, 글쓰기는 실제로 내가 회사를 떠나 독립을 하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해주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기에 꼭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역시나, 책을 읽는 내내 한 문장 한 문장이 주옥같아 문장 기록을 멈출 수가 없었다.
1. 명사가 아닌 동사로 사는 삶
정지우 작가는 자신을 하나의 직함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평론가, 작가, 변호사, 이사장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를 정의하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이라는 행위적 정체성이다. 이 책은 그런 동사적 삶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담고 있다.
나 역시 '말하고, 쓰고,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이 대목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 하나의 명함으로 설명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저자는 그것이 오히려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진짜 관계를 만드는 법
SNS 시대, 우리는 숫자에 집착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자극적인 콘텐츠로 얻은 조회수는 진짜 관계가 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실제로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빠른 시간 내에 핫해진 1인 브랜드를 위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영보스'라는 계정에서, 사실이 아닌 정부지원사업 정보 등을 담은 콘텐츠를 발행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 일로 담당 기관 직원과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로 인해 시간적/정신적으로 피해를 봤다.
처음엔 AI로 만든 콘텐츠를 검증 없이 올리셨던 건가 싶어 댓글로도 남겼지만 아무런 대응 없이 또다시 잘못된 정보를 올리는 것을 보니 의도적인 행동임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그렇게 사람을 끌어모을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신뢰자본을 잃게 되어 계정주에게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업계에서 아는 지인이 광고를 위해 이 계정주와 계약을 한 것을 알게 되어, 지인에게 연락해 이러한 상황을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감사함을 기반으로 한 관계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와닿았다. 눈앞의 이익, 돈 한 푼에 급급하기보다 인연 자체를 소중히 여기고, 내가 상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관계가 시작된다는 것을 마음에 새겼다.
그리고 '밖에서 인연을 맺듯 온라인에서도 하나하나 진심으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 '단순히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겠다는 맹목적인 목표가 아니라 진정성 있게 나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상호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읽으며 오히려 막막했던 방향성이 명확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뜨는 콘텐츠에 목매기 보다, 진짜 나의 이야기를 차근히 쌓아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일에만 인생을 올인할 게 아니라면, 관계에도 우선순위가 필요하다는 말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특히 한 명 한 명의 인연이 어떤 기회로 이어질지 몰라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는데, 가장 소중한 5명, 그다음 10명, 35명, 40명 등 차등적으로 분류하여 시간과 에너지를 분배하는 작가님의 방식을 나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3. 나만의 조합법 찾기
작가는 '종적 전문성'이 아닌 '횡적 전문성'을 강조한다. 한 분야의 정상이 아니라, 나만의 조합으로 만든 고유한 위치 말이다. 직업, 사는 지역, 취향, 가정환경 등 모든 요소를 녹여 나만의 레시피를 찾는 것이 독립 초기의 핵심 과제라고 말한다.
나만의 레시피는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다. 나는 마케팅의 전문가도, 디자인의 전문가도, 개발의 전문가도 아니지만 #커뮤니티, #창업, #투자, #루틴, #로컬 등의 키워드를 접목시켜 나만의 전문성을 계속해서 쌓아나가고 있다. 이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 무엇을 남기고 정리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라 믿는다.
4. 시간의 주인이 되기
내가 독립을 선택한 이유는 내 시간을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다. 그런데 독립 후 아직까지는 인바운드로 들어오는 외부 기회에 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가는 오히려 더 휘둘리는 삶이 될 수도 있겠다고 느끼고 있다.
그는 6개월간 외부 연락이 없어도 의미 있게 시간을 채우며 생활비를 충당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글쓰기 모임, 독서 모임, 유튜브, 온라인 강의 플랫폼, 전자책, 뉴스 플랫폼 기고 등 자기 힘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갈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
나 역시 지금은 이전 월급 이상의 월 수익을 벌고 있지만 이게 언제까지 갈지 모르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입원을 구축하기 위해 계속해서 콘텐츠를 쌓아야 한다. '자유'를 누리기 위해 독립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 모든 경험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적어도 글로 써서 두 번, 세 번 이상 활용할 줄 알게 되자 시간은 점점 내 것이 되기 시작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한 번의 경험을 거친 날것의 감상으로 SNS에 올리고, 조금 더 정교하게 다시 써서 칼럼으로 기고하고, 팟캐스트나 유튜브에서도 이야기하고, 이후에 책으로 출간하는 식이다.
단발성 일을 많이 하면서 단가를 높여가는 것도 좋지만, 작가는 장기적으로 무언가를 쌓아가는 일의 중요성을 훨씬 강하게 느낀다고 했다. 오늘 먹고사는 일에만 몰두하지 말고, 장기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워 점차 시간의 주인이 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서 한 번으로 그치는 일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이어지고 쌓이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여하려고 의식적으로 애써야 함을 배웠다.
5. 불안을 이기는 법
독립 이후 불안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당연히 독립을 선택했다면 회사에 다닐 때만큼 안정적인 월급과 복지를 받을 수 없으니 불안함과 조급함을 피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이 삶은 분명 내 인생에 좀 더 중요한 가치를 지키며 살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사실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상기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내년에는 꼭 책 한 권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할 일 목록도 정리했다. 상한 없는 보상구조 마련하기, 서평을 통한 신뢰자본 쌓기, 강사 플랫폼 등록, 퇴직연금과 세액공제 활용, 수입과 지출 관리까지. 독립 후 마주하게 될 과제들을 잘 챙기며, 불안함을 하나씩 없애나 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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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독립을 꿈꾸는 이들에게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은 단순한 독립 가이드를 넘어 시간의 주인으로, 의미의 창조자로, 진심 어린 관계의 건축가로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독립을 준비하는 이들뿐 아니라, 이미 독립했지만 방향을 재정비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나를 설명하는 동사는 무엇일까, 내년쯤에는 좀 더 명확히 나만의 조합법으로, 나만의 동사를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롤라의독서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