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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김정
Dec 13. 2024
지금 이 힘든 시기에,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사진의 저 분은 누굴까요.
그 얘긴 후반에 하겠습니다.
먼저.
중국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에 양혜왕이 있었습니다.
양혜왕이 나왔으니 눈치채셨을 분도 계시겠네요.
맞습니다.
맹자입니다.
맹자에 대해 얘기할 겁니다.
장자가 장자를 썼듯이, 맹자는 일단 맹자를 썼습니다.
옛날 중국 철학은 책 제목 짓는데 고민이 없어서 좋습니다.
나두 책 쓰면 이김정 이라고 꼭 할 꺼얌.
아무튼.
수능 공통과목이 독서, 문학, 수학1,2, 영어1,2, 한국사라면.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과거시험에는 공통과목이 뭘까요.
사서입니다.
사서는 다시 뭘까요. 대학, 논어, 맹자, 중용입니다.
이중에서도 탑티어는. 또는 투톱은.
당근 논어와 맹자입니다.
논어는 공자가 썼고, 맹자는 맹자가 썼으니까요.
유교 경전의 원조 보쌈, 원조 뼈다귀해장국, 원조 돼지국밥인 셈이죠.
원조지만 스타일은 다르다고 합니다.
논어는 안성재이고(개념에 충실하고, 어렵지만 고급지고),
맹자는 백종원이라고 합니다(철저한 실용서라는 거죠).
누가 그러더냐고요? 제가요.
고로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어쨌든 그런 현실 정치의 실용서, 맹자의 목차 한번 보겠습니다.
양혜왕, 공손추, 등문공, 이루, 만장, 고자, 진심입니다.
뭔 말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양혜왕이 제일 먼저 나오죠.
고등수학1 목차 맨앞이 뭡니까. 방정식이죠. 제일 기본인 거죠.
그래서 양혜왕을 말씀드린 겁니다. 방정식처럼 기본이니까요.
근데 왜 소제목이 양혜왕이었을까요.
간단하죠. 맹자가 위나라 양혜왕에게 조언한 거니까요.
맹자가 써서 맹자라 제목을 붙인 책에 무엇을 바라십니까.
다시 얘기로 돌아가.
뭐를 과연 조언했을까요?
토요일 밤 로또 번호 맞추기. 설마.
왕도 정치죠.
근데 이게 좀 잔인한 게 있어서 심약하신 분은 피하심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게 현실 정치 실용서이다 보니까요, 시대가 또 춘추전국시대고 하니, 그 시대가 원래 그랬거든요.
이점 먼저 밝혀둡니다.
다시 갑니다. 양혜왕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나라에서 새로운 종을 만들게 되네요. 땡땡땡 종이요.
옛날 시대는 종이나 북이 중요해요. 용도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그때는 종이나 북을 만들 때 백화점 기프트처럼 포장을 좀 합니다.
뭐냐면, 깨지지 않고 좋은 소리가 나도록 짐승의 피를 바르고 제사를 지냈다고 하네요.
우리 신라는 애를 에밀레 종에 집어넣었다고 하니 말 다했죠.
그렇게 종을 만들려고, 아랫 사람이 동물 피를 쫘아악 뽑기 위해, 소를 한 마리 끌고가 죽이려고 합니다.
소가 그걸 알고 “음메” 하고 눈물을 흘리고요. 영물이니까요.
아이 불쌍해라.
그러자, 이를 본 양혜왕이 “그 소가 너무 불쌍하지 않니.” 하고 왕이니까 폼 잡고 근엄하게 말합니다.
아랫 사람이 시계를 보며 아, 바쁜데, 왜 그러시지 표정으로 묻습니다.
“그럼 종에 피는 바르지 말깝쇼.”
뭐 일하는 분들이 그렇잖아요. 약간 짜증이 나는거죠.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하고요.
그런 애티튜드를 보더니.
이 자식 봐라, 왕이 말하는데 네이 하고 답만 하지, 하고 양혜왕이 성질이 납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죠.
“아니, 발라.”
이거 똥개 훈련도 아니고, 아랫사람이 그럼 어쩌라구 하는 표정을 짓자.
“대신 양을 한 마리 잡아라.”
엥? 양. 양꼬치의 그 양.
어? 그런데 이야기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소는 불쌍하고, 양은 불쌍하지 않은 건가요? 아랫사람도 이게 뭔소리야 하고 갸우뚱하는데.
“나 안볼 때. 잡으라고. 멍충아. 아니면 내가 눈 가리고 있을까.”
이게 무슨 조삼모사 같은 얘기도 아니고, 얼굴만 숨은 타조 숨기 같은 얘기도 또 아니고 그러네요.
어쨌든 양혜왕은 그렇게 해서 소를 엑시트합니다. 생명을 구한다는 것이지요.
제 글의 본업은 아닌데요, 여기서 얼렁뚱땅 고사성어 나갑니다.
이것이 이양역우(以羊易牛)입니다.
이를 두고 맹자 선생께서는 유명한 얘기를 하십니다.
양혜왕이 소를 불쌍히 여겼듯.
왕이란 무릇 백성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 유명한 측은지심을 말합니다.
(제가 지금껏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진한 폰트 써봤습니다)
“만약
백성의 고통을 공감할 줄 모르면
? 측은지심도 없고, 내가 생각하는게 맞으니까, 백성이 당장 고통이 있어도 왕인 내가 해야겠다면.” 하고 양혜왕이 맹자에게 잘난 척을 좀 합니다.
너 머리 똑똑하지, 한번 말해봐 하고요.
똑똑한 왕이니, 불쌍한 백성이니, 선택해봐. 이죠.
그러자 맹자가 눈을 부릅뜨고, “그런 놈은 죽여야지.” 단칼에 말합니다.
맹자의
죽여야 한다는 말이 심하다고 느끼시겠지만, 옛날에는 신하가 마음에 안든다고 목자르고 했던 시대 분위기를 감안하시면 되겠네요.
그래도
좀 터프했죠.
“헉!”
아무리 시대 분위기라도 왕 면전에서 너무 잔인하게 말하는 맹자에게 양혜왕은 되묻습니다.
“에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백성이 왕을 죽여.” 설마 자기도 죽이기야 하겠어 하고요.
“왕이 왕 노릇을 못하면 뭐야?” 맹자가 따집니다.
“왕이 아니지.”
“그래 맞아.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사내 새끼겠지. 그런 놈 못죽일 거 없잖아. 지금 무슨 시대야?”
“춘추전국시대지.”
“그래, 이런 시대는 밥만 먹으면 피 터지게 싸우잖아. 옆집 개똥이가 죽어도 모르는 시대라는 거야. 신하도 말 안들으면 목 자르는 판에. 길 가던 사내 새끼 하나 잡아서 죽이는 거 일도 아니지.”
맹자가 조금 터프하죠. 어쨌든.
“그렇겠네.” 양혜왕은 떨떠름합니다. 그래도 왕인데 하고요.
“내가 언제 왕을 죽인데. 왕 노릇 못하고
,
어디 길 가던 사내놈으로 뿅하고 변신을 하면 죽인다는 거지.”
“근데 왜 자꾸 죽인데. 무섭게. 대체 누가 죽이는 건데.”
“아까 말 안했나. 백성이 죽이겠지.”
“헉.” 양혜왕은 자신의 목을 부여잡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읇조립니다. “난 그래도 소를 살린 남자야.”
유교의 경전 맹자에서는
.
왕이란 무릇 백성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이렇듯
세게
강조합니다.
아무리 왕이 똑똑하다고 해도,
아무리 왕의 생각이 옳다고 해도,
그것이 백성의 고통으로 이어진다면 정치가 아닌 것입니다.
그런 백성의 고통을 전혀
공감할 줄
모르는 왕은 없애야 한다고 맹자는 그 시대 용어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 시대 용어라서 문자를 썼다는 것이 아니라...요로콤.
맹자 왈
"저걸 죽여 말어."
여기서 그냥 끝내려다 얘기 하나 하겠습니다.
얼마전 시에 대해 얘기했는데, 이번엔 진짜로 시에 대해 얘기 하나 하겠습니다.
젊은 시절 저는 시를 좋아했습니다.
군대에서 시집을 잔뜩 갖고있다가 단속에 걸린 적도 있을 정도로요.
단속나온 정훈 장교가 묻습니다.
“너 시 쓸줄 알아?”
“아니오?”
우르르 쏟아져 나온 시집들을 보며 말합니다.
“그럼 이건 다 뭐야? 만화책이야.”
“폼인데요.”
진짠데.
그때 폼으로 알던 시인이 한분 있습니다.
신동엽입니다. 개그맨 신동엽이 아닙니다.
시인 신동엽입니다.
1930년에 태어나 간암으로 39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김수영과 더불어 대표적인 60년대 참여 시인입니다.
제 아버님보다 나이 많으신 분을 어찌 제가 알까요.
이분의 대표시가 이상하리만치 저와 인연이 있기 때문이죠.
대학 졸업반때 대학신문에서 땜빵으로 기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급한 모양인지, 학회장이 찾아와 “낙서라도 좋으니까, 대충 한페이지 갈겨서 줘봐요.” 하고 교내식당에서 안쓰면 밥도 못먹게 해서, A4지에 후다닥 써서 줬습니다.
그 글중 시인의 대표시 일부가 들어간 거고요.
졸업하면 우리 앞으로 열심히 살자 하는 내용인데, 조금 멋있게 보이려고, 시 하나 넣어야겠는데, 생각나는 게 이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처럼 마지막에 넣었는데, 왜 일부냐고요?
시를 다 기억 못했으니까요.
“빨랑, 끝내고 줘봐요.” 하고 옆에서 엄청 쪼니까요.
그거 내면 술도 사주고, 여자도 소개시켜준다더니, 그 뒤에 흑흑.
그때 일부만 썼던 그의 대표시는 이런 겁니다.
시인은 순수한 목적으로 시작한 혁명이 변질되는 것을
안타까워합
니다.
혁명을 일으킨 그들이 기득권이 되고, 시간이 지나 오히려 타도의 대상이 되니, 순수한 정신을 되찾자는
것이 무릇 시의
내용입니다.
전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에는 될 수 있는 한 열을 내지도, 관여하지도 않으려 하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쪽이 됐든 한가지는 분명합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하는 분들은 처음 시작은 모두 좋습니다. 또는 잘할 것 같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처음 가졌던 그 순수한 가치는 어디로 간데 없고, 본질을 훼손했다면.
그건 맹자 선생님의 말씀처럼 없애야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본질이 뭐겠습니까.
백성의 고통을
헤아리
는,
공감할 줄 아는
마음입니다.
그것뿐입니다.
그의 대표시는.
‘껍데기는 가라’입니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아래 사진은 시인의 고향 부여 생가입니다, 시인의 방은 단촐하군요. 전 시인은 될 수 없을 듯. 제껀 쓰레기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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