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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e Jul 11. 2023

같이의 가치

영화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

<다음 소희>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한 학생이 졸업을 앞두고 학교에서 추천한 회사에 나가 실습을 하면서 사건을 겪게 되고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데, 그 사건을 추적하면서 이 사회의 거대한 시스템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어느 순간부터 직접적으로 사건의 중심으로 훅 밀고 들어오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이 영화의 흐름이 조금은 거칠어 보이기도 하지만, 끝까지 그 힘을 떨어뜨리지 않고 유지해 가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이 장점으로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 타인으로 인해 어떠한 문제를 겪고 있다면 분명 피해를 준 사람이 존재하고, 그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영화에서 가해자를 쫓아가면 가해자도 피해자 같아 보이고 또 다른 상위 가해자가 존재한다. 그렇게 계속 추적하다 보면, 피해자만 계속 늘어나고, 가해자는 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지는 지경에 이른다. 먹이사슬 피라미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듯 이 또한 현대사회에서 당연히 수용해야 하는 사슬고리인 것만 같다는 생각에 봉착하게 된다. 


알면서도 외면하던 진실을 향해 너무 직진으로 달려가는 이런 방식의 영화는 사실 내 취향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림을 주는 이유는 유진의 태도 때문이다. 소희의 사건을 추적하는 유진은 누가 뭐라든 간에 갈 수 있는 데까지는 끝까지 가 보려고 하고, 무언가 얻을 수 있는 답을 기어이 찾으려 애쓴다. 어디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도 놓아버리지 않는 그 모습이 마음 어딘가를 때린다. 물론 배두나 배우의 연기가 무엇보다도 큰 역할을 하는 것도 있다.


다음 소희는 분명 또 생겨날 것이다. 감독은 모든 관객을 이 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영화 제목을 <다음 소희>라고 정하지 않았겠는가. 다음 소희는 내가 될 수도 있고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뭘 어쩌나. 유진도 어쩌지 못하는 걸. 당장 내가 뭘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싶지만 영화는 다그친다. 손 놓고 있는 그 마음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근데 그 친구가 춤은 왜 췄을까요?

라는 유진의 질문은 아주  중요하다. 


물론 분명한 답을 내놓을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 힘들이지 않고 그 정도의 관심만으로라도 서로 돌아보면서 우리 "같이"있다는 것을 나누어보면 어떨까 제안한다. 함께 하는 것. 손이 차갑게 꽁꽁 얼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다른 이의 언 발도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서로를 알아본 사람들이 외면하지는 말자는. 물론 언 손으로 언 발을 녹여줄 수는 없지만, 그런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서로에게는 토닥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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