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구정때였나.
"신드롬맨"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정용화의 로그아웃신드롬에 대해서 잘 담아내었고.
혼자 있는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어
몇주동안 온라인에서 화자가 되었던게 문득 기억이 났다.
밖에서는 사교적이고 활달하지만- 집에 들어오는 순간,
모든것들과 차단, 로그아웃상태가 되어서
왠만하면 집밖에 나가질 않고 시간을 보낸다는 정용화.
기존 직장인들의 번아웃신드롬과는 달리.
자신이 선택하여 로그아웃한다는 "로그아웃 신드롬"
제작진의 기획/아이디어 기발하단 생각이 든다.
밖에 나가, 지인들과, 친구들과, 선후배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흐릿하던 것들이 정리가 되고
갑갑한 것이 풀리며 후련한 마음이 드는것은 사실.
그렇지만 결국 내가 남에게 애기하는 것만큼
나도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듣고 그의 감정을 담아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즉, 어떤 날은 수지타산에서 막심한 감정의 적자를 보는 날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철저히 혼자였던 시절이 있었다.
번아웃이었는지. 로그아웃이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주말만 되면 꼼작않고 기숙사에 웅크리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보여줄 구석이란게 손톱만큼도 없는
혼자만의 시간은 내 방안에서 더없이 느릿느릿 지나갔다.
조그만 방안의 빛바랜 회벽이 감방같아서 포스터들로
온 방안을 무당집처럼 도배한 일도 있었으니깐.
** 참고로 그당시에 기숙사에는 TV반입불가,
인터넷도 저녁에만 가능한 상황이어서-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거나..
혹은....공부를 하거나 (?! 물론 그런일은 없었다.. 쿨럭)
방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나는 종종 침대에 누워서 멍때리거나.
곰곰히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밀린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뜨거운 물이 가득한 욕조에 앉아서
눈을 감고 몸이 이완되는 것을 느끼며
무력하게 늘어져서 이 생각, 저 생각
무심히 흘려보내는 그 순간이 좋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오롯한 혼자가 되는 것이 일순위.
시간은 걸리지만 이렇게 물을 한번 빼주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바로 그 흔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면 다시 완충되는 느낌.
그러고보면 오바마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글을 좀 쓰고 싶다. 좀 조용히 있고 싶고
나 자신이 너무 떠드는 것은 듣고 싶지 않다.
소중한 시간을 내 딸들과 보내고 싶다.
그런 게 올해 내가 우선하고 싶은 일이다.
-오바마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밝힌 계획-
그게 바로 혼자력의 새로운 발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