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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Nov 11. 2017

모로코의 도자기

모로코 여행

직접 손으로 그리고 있는 모로코 도공.

모로코의 옛 도시, 페즈(Fez)의 전경이 아래로 바라 보이는 곳에 도자기 공장, ‘아트 나지(Art Naji)’가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견학하는 도자기공장이었다. 그것도 멀고 먼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에서 말이다. 이곳 페즈의 자기 공장에선 도공이 직접 전통방식으로 물레를 돌리고, 직접 손으로 둥글둥글 형태를 만들어 내며, 전통방식의 가마에 구워 도자기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전통을 고수하며 페즈만의 도자기를 생산하는 곳이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우리나라 이천의 자기 마을이 여기서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어슬렁대며 걷던 인사동 거리의 아기자기하게 전시된 갖가지 형태와 색깔의 자기들도 어른거렸고 동시에 따뜻한 녹차를 우아하게(?) 마실 때의 차도기도 떠 올랐다. 물론 고려청자같은 위대한 예술품은 여기 없을 것이다. 모로코인들을 위한 일상 생활 자기나 장식용 도기들이 대부분일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수시로 들어오고 나가는 걸로 봐서 관광객을 위한 특산품 도기도 만들고 있음을 알았다. 먼저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도기의 재료로 쓸 진흙같은게 여기저기 보였고 깨어진 자기 조각들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곳도 보였다. 산더미 조각들은 불길이 식은 가마에서 꺼낸, 아직도 따뜻한 도기를 살펴보고 마음에 안들면 도공들이 사정없이 내던져 깨부순 조각들일 터였다.



깨어진 도기의 조각들처럼 광활한 이슬람 세계에서 모로코는 역사적으로 미국개척시대 서부처럼 문명의 중심에서 먼 별볼일 없는  ‘야만의 서쪽’으로 인식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중동의 중앙 도시들, 예를 들어 바그다드나 다마스쿠스에서 지리상 멀다는 이유로 모로코는 중동의 칼리프에서 온 많은 반체제 인사, 반란군 그리고 피난민들의 천국이 되었다고 한다. 그 중에는 똑똑한 이드리스 압달라(Idris ibn Abdallah)도 있었다. 그는 아우라바 베르베르(Awraba Berbers)란 사람의 도움을 받아 788년에 이드리시드(Idrisid) 왕조를 세웠다고 하며 그의 아들 이드리스 2세가 이곳  페즈에 화려한 새 수도를 세우고 이곳을 이슬람 문명과 교육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태조 왕건의 고려 건국보다 100년도 더 앞서는 시기이다.  이 두 부자는 이슬람 세계의 변방을 중앙을 능가하는 곳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그래서 페즈는 모로코 왕국에서 가장 유서깊고 아름다운 곳 중 하나라고 이곳 사람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의 하나가 전통으로 내려 온 도자기 생산이었다.



모로코의 도자기는 복잡한 패턴, 뚜렷한 색채와 생산 방식으로 유명하다고 하며 6세기 이상 페즈에서 최상품의 도자기를 만들었다고 가이드는 자랑스레 설명했다. 모로코 자기의 독특한 문양은 이 나라 왕국의 시조였던 아버지를 이어받아 부강한 나라로 만든 그의 아들처럼,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이어지는 장인정신과 복잡한 기하학 문양 지식의 터득과 전수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전통이란 말은 이 도자기 공장의 가이드가 재차 강조하는 핵심 단어였다. 그 전통에 덧붙여 페즈는 그늘 효과(동양화의 농담 효과?)를 내는 산화 코발트를 사용해 페즈만의 독특한 도자기를 생산한다고 한다. 아직도 찾아내지 못한 고려청자의 신비로운 비취색을 떠 올렸다.



자기 공장에 마련된 전시장, 사실은 관광객을 위한 숍에서 본 이곳 자기들은 우리와 다르게 이슬람 양식이 많았다. 모로코 예술은 역사적으로 다양하게 영향을 끼친 여러 문화로 인해 다양하고 풍부한 배경이 있음에도 지금은 이슬람의 영향이 절대적임을 도자기 문양을 통해서도 알수 있었다. 7세기 후반에 들어 온 이슬람 양식의 영향으로  로마제국, 반달(Vandals), 비지고트(Visigoths) 시대와 비잔틴(Byzantine) 시대의 흔적은 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터였다. 아랍 세력이 급속하게 뻗어가던 7- 9 세기 사이 모로코 도자기는 실용적 식기, 장식용 도기 및 이슬람 건축 디자인 특징과 비슷한 도자기 생산의 대변동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특히 모로코에서 유명한 것은 도기 조각들로 이슬람 건축물에 기하학적 문양의 모자이크를 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모스크 건물 안과 밖, 벽에 새긴 기하학적 문양의 조각들은 유리 조각이 아닌 세라믹 조각들이었다. 그리고 벽뿐만 아니라 방바닥을 깐 것도 사실 대리석이나 시멘트가 아닌 타일(tile)로 도기처럼 구워낸 것이었다.



이곳 중세도시 페즈에는 스페인(당시 이슬람 북아프리카인이 이베리아 반도 지배) 안달루시아 출신의 8,000명 이상의 장인들이 끌려와 산화 주석, 납, 그리고 불투명 저온 유약을 사용하여 도자기를 만들어 그들의 기술과 스타일을 이곳에  전파했다고 한다. 이를 보면 조선의 도공들이 임진왜란으로 일본에 끌려가 일본자기의 발달에 지대한 공을 끼친것과 흡사하다.



모로코인들은 이슬람 신앙이 일상생활화 되어있다. 그래서 실용적인 집안 가구나 식기까지 알라의 영원함과 또는 코란 구절과 관련된 패턴을 넣어 이슬람 신앙을 직접 생활화한다고 한다. 여기엔 남성성 상징의 기하학적인 디자인과 여성성 상징의 아라베스크, 식물 또는 잎장식 사이의 균형에 대한 이슬람 원칙에 기반한 이슬람적 패턴이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옛 미신적인 요소도 남아있어 악령을 격퇴하고 도기의 소유자 및 도공을 보호하는 표시와 상징을 특징적으로 도기 제조에 사용한 것은 모로코 토착민인 베르베르 족의 영향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https://brunch.co.kr/@london/100


재료로 쓸 돌을 부수는지 먼지가 자욱했다.

문양을 만들고 있다.

그릇에 직접 손으로 그리는 모습. 손작업이 대부분이었다.

전시장의 도기들. 모로코라 전통음식인 '타진'의 도구도 보인다(삼각형 뿔모양 뚜껑).

그리 크지 않은 가마. 하늘이 보이는 그 위로 검은 연기를 볼수 있다.

한참 물레를 돌리며 형태를 만드는 도공. 영화 '고스트'의 패트릭 스웨이지일까? 건데 데미 무어는 어디?

칼을 갈고 있는 모습(?). 물어보질 못했다.

모로코의 중세도시 페즈가 아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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