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런던 율리시즈 Dec 18. 2017

다윗왕의 무덤에서 돌팔매를 묵상하다...

이스라엘 성지순례-예루살렘

다윗왕(King David)은 누구나 다 아는 유대인의 성왕이다. 그는 약 3000년전에 이스라엘을 통치한 유대인의 왕이었을 뿐 아니라 구약성서의 인물로 그리스도교인들에게도 또 이슬람교도들에게도 모두 중요한 인물이다. 다윗왕만큼 서양사에서 문학과 예술에 언급됐던 인물도 별 없을 것이다. 민족적 자긍심으로 똘똘뭉친 어린 목동 다윗의 돌팔매가 거인 골리앗을 물리친 이야기는 이제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도 잘 아는 이야기다. 어른이 되면 이런 영웅적 에피소드보다 그의 불륜과 속임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의 배신에 초점을 맞춘 인간 다윗을 조명한다. 코난 도일의 명탐정 셜록 홈즈 시리즈의  “사악한 자의 모험(The Adventure of the Crooked Man)”에는 다윗왕이 아름다운 유부녀 밧세바를 차지하기 위해 남편인 히타이트 사람 우리아(Uriah) 장군을 배신하는 이야기로 평행선을 긋는다. 추리의 여왕 아가다 크리스티도 그녀의 소설 “그리고 거기 아무도 없었다(And Then There Were None)”에서 한 인물이 자신의 상황이 마치 다윗왕과 우리아 장군의 처지라고 말한다. 이 소설은 “열명의 인디안(Ten Little Indians)”으로 알려졌는데(미국판 이름)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들이 즐겨 불렀던 그 노래이다(One little two little three little Indian…). 그리고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는 아예 다윗왕의 아들 압살롬을 제목으로 갖다 붙여 “압살롬, 압살롬!(Absalom, Absalom!)”이란 소설로 아들 압살롬의 반항과 배신을 참고로 하였다. 미술에서도 물론 다윗왕은 빠지지 않는다. 피렌체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이나 도나텔로의 ‘다비드 상’은 미술사에서 항상 언급되는 작품이라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카라바지오의 그림 ‘다윗과 골리앗’도 빼놓을 수 없다.



오늘날도 회자되는 이 유명한 다윗왕이 3000년전의 인물이라니 까마득하다. 그는 물론 성서의 땅 팔레스타인 지역의 인물이었고 그의 아들이자(불륜으로 태어난) 예루살렘 성전산에 거대한 첫 성전을 세웠던 지혜의 왕 솔로몬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다윗왕은 ‘제부사이트’라고 하는 팔레스타인 부족들이 살았던 이 예루살렘 언덕으로 계약의 궤를 옮겨 이곳을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로 삼았다. 예루살렘은 그로인해 이스라엘 12부족의 중심이 된 것이고 별명도 ‘다윗의 도시’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이 3000년간 수도였다고 주장하는 이유…)



예루살렘의 최후의 만찬과 성령강림의 장소인 ‘세나클’을 나오면 바로 가까운 곳에 다윗왕의 무덤이 있다. 이곳은 사실 무거우 보이는 청색포로 뒤덮은 석관무덤을 고대의 벽앞에 둔 유대교의 회당(Synagogue)이 되어 있다. 구약성서 열왕기 상편 2:15에 보면 다윗왕은 ‘다윗의 도시( the City of David)’에 묻혔다고 나와 있다. 성전산이 고대의 다윗의 도성이라 한다면 이곳 시온산 구역은 성전산 밖 서편쪽이니 약간 이상하기도 하다. 그래서 고고학적으로 정확히 이곳이 다윗왕의 진짜 무덤인지는 누구도 장담 못한다. 다른 구약성서 구절엔 베들레헴이라 해석할 수도 있고 또 예루살렘의 다른 지역이라 할 수도 있다. 고대 역사서들에는 딱 집어 어디라고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가 ‘계약의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겼기에 성전산의 성전과 더불어 이 무덤도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그 계약의 궤를 찾는 열쇠라고 오래전부터 ‘다빈치 코드’류의 루머와 아마추어 역사 탐험가들도 이곳을 주목하였다. 하여튼, 다윗왕의 무덤은 그의 먼 훗날 자손인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곳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어찌보면 서로 연결이 된다. 복음서의 첫구절 다윗왕부터의 예수 그리스도까지 수많은 이름들이 나오는데 읽으면 머리가 복잡해지는 족보로 서로 연결이 된다. 즉 예수 그리스도는 다윗의 자손이란 뜻이다.  



세상의 유대인이 받드는 성왕인 다윗왕의 무덤치곤 이곳은 초라하고 겸손하다. 우선 규모면에서도 너무 작다. 남녀를 구분하는 엄격한 유대율법에 따라 회당안으로 들어가려면 여자분들은 입구의 왼편 남자분들은 오른편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작은 공간을 또 둘로 나누었다. 남녀칠세부동석은 조선시대뿐만이 아니다. 다만, 유대인이 아니더라도 입장은 허가된다. 통곡의 벽에서처럼 남자들은 키파(Kipppah)란 둥근 모자로 머리를 가려야 한다. 키파를 담아놓은 박스가 입구에 있어 애써 별도로 준비할 필요는 없다. 회당 안으로 들어가면 다윗왕 무덤은 정면의 벽 앞에 청색포로 덮어 놓았고 그 위에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토라(구약성서의 모세오경) 두루마리를 담던 은색관이 놓여있다. 그 무덤 앞 둥그런 벽쪽은 2000년전 쯤 그리스도교인의 집이었다고 한다. 고고학적으로 얼마 남아있지 않은 당시의 집 흔적이라 중요한 곳이라 한다.



이 다윗왕 무덤회당안에선 검은 정복을 입은 정통파 유대인들이 몸을 앞뒤로 흔들며 히브리어로 큰 소리를 내며 기도를 한다. 그것도 내 바로 옆에서 옷깃이 거의 부딪칠 정도이다. 낭랑하게 듣기좋은 기도소리는 아니다. 단체로 입을 맞춰 부르는 수도원의 그레고리안 챤트가 아닌 각자 개인적으로 기도하기에 조화를 찾을 수 없다. 음악적 재능이 우월한 유대인들이지만 여긴 오케스트라 음악당이 아니다. 하지만 우루루 순례객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해서 시끄러울 법 한데도 힐끔힐끔 누군지 옆도 돌아보지 않고 기도에 집중하는 걸보니 대단하단 생각도 들었다. 꼭 이런 분위기에 기도하는 유대인을 붙잡고 무얼 기도하는지 물어보고 서로 통성명하고 싶은 생각이 들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나만 힐끔힐끔 기도하는 옆자리 유대인에 관심이 갔다. 그러나 그런 기회포착은 오지 않았다. 신성한 회당에서 무슨 잡담을...하며 스스로 포기했다. 다윗왕의 무덤을 앞에 두고 남녀 구역 사이엔 심플한 우리의 병풍같은 것으로 양쪽을 구분해 놓았다. 이상하게도 옆의 여자구역은 조용하였다. 여자들은 기도도 안하나? 병풍 바로 옆이라 소리가 들릴법도 한데 말이다. 하여튼, 사람들이 들락거리지 않고 조용하다면 참으로 편안히 묵상할 수 있는 좋은 장소였다. 그렇지만 정숙하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유대인들의 기도를 보고 음송을 듣는 것만으로 나에겐 참으로 좋았다. 만약에 다윗왕이 직접 듣는다면 그도 좋아할 것이다. 그는 성서의 시편을 지은(다는 아니지만) 시인이었고 하프를 탈줄 아는 멋진 음악가였다. 유대인들의 예술적 재능은 다윗왕때부터?  거기에다 젊은 시절 그는 장사 골리앗을 돌팔매로 죽일정도로 체력좋은 소년이었다. 아아니, 머리가 총명했다. 그래서 성서의 땅 여러 곳을 정복전쟁하며 이스라엘의 기초를 놓은 정치인이자 군사지략가였다. 하여튼, 성서의 시편이 얼마나 깊고 심오한지를 생각하면 그는 분명 노벨문학상감이었다. 거기에다 이 시편을 부르며 하프로 반주까지 했으니… 그런 다재다능한 다윗왕이 하프를 켜는 동상이 이 무덤 회당을 나오면 볼수 있다. 팔을 뻗쳐 그의 발을 쓰다듬었다. 그 재능을 나에게도 좀...



***이 다윗왕 무덤도 파란만장한 예루살렘의 역사를 비켜갈 순 없었다. 1967년 6일 전쟁후에 이스라엘이 가까운 성전산을 포함한 동예루살렘 지역과 구시가를 점령했지만 그전까지는 요르단이 지배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그들의 거룩한 성전산이나 예루살렘 구시가를 들어갈수 없었다. 이스라엘이 지배하는 땅에서 성전산에 가장 가까운 곳은 이 시온산이었고 이스라엘은 이 다윗왕 무덤 회당을 성전산 대신으로 가장 거룩한 곳으로 삼아 기도를 했다고 한다. 물론 1967년 이스라엘의 서안지구(the West Bank) 점령후에는 성전산 서벽인 통곡의 벽이 최고로 거룩한 장소로 거기서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https://brunch.co.kr/@london/127

https://brunch.co.kr/@london/134

https://brunch.co.kr/@london/138

https://brunch.co.kr/@london/155


매거진의 이전글 최후의 만찬 최초의 교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