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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Jan 31. 2018

“나이지리아에도 책방이 있나요?”

런던 에세이- 문학

치누아 아체베(Chinua Achebe). www.guardian.co.uk


“나이지리아에도 책방이 있나요?”

“Are there bookshops in Nigeria?”



이런 황당한 질문을 던진 기자가 있었다. 그것도 나이지리아 출신의 유명 작가앞에서, 문화강국이라는 프랑스의 기자가, 또 ‘사상의 밤(La Nuit des Idées)’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공공행사에서, 거기에다 프랑스 정부가 주최해 유명인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미국의 소위 내노라하는 명문대학들을 거친 그리고 문학상도 여럿 받은 작가인 ‘치마만다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는 이런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너무 황당해 그녀는 이런 사실을 자신의 트위트와 페북에 올렸다. 처음 이런 질문을 받자 엄청 황당했을 것이다. 이 무식하고 예의없는 프랑스 기자의 이름도 나왔다. 그녀의 이름은 카롤린느 브루에(Caroline Broué)였다. 처음 질문은 치마만다의 소설을 나이지리아에서도 읽느냐는 질문이었고 다음이 나이지리아에도 서점이 있느냐는 거였다.



이 황당한 여기자의 질문으로 유럽인의 사고를 재단할수는 ‘절대’ 없지만 한편으론 아직도 유럽인의 비-유럽 문화권인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은 존재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어 씁쓰레하다. 어느 소시적 이야기 같은일이 일반생활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유럽인의 사고에 영향을 주는 미디어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나라들은 거의 다 부정적인 이미지다. 크게 떠들며 떠벌리기 좋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S...hole’이란 상스런 단어로 재단해 버렸으니… 그건 한국에도 해당되고 전세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 사람임에도 북한에 대해서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과도 엇비슷하고 중국인에겐 끊임없이 달라이 라마와 인권문제만 들먹이는 것도 비슷하다. 무슬림 신자이면 테러리스트를 먼저 떠올리는 인간의 이미지 형성에 절대적 영향을 행사하는 미디어의 현실 지배력의 실상이다. 이 실상은 철학자 마르쿠제가 말한 ‘일차원적 인간’의 현상이며 비판적 사고력 부재의 현상이고 그래서 이는 일종의 질병이다.



사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나라중에서도 덩치와 인구 그리고 영향력에서 힘께나 쓰는 나라이다. 그런만큼 내부에 문제도 엄청많은 나라이다. 대부분이 부정적인 뉴스를 장식하는 나이지리아이다. 그러나, 그런 다양하고 복잡한 그리고 끊임없는 부패의 사슬로 인한 나이지리아 사회와 정치문제로, 그걸 해석하고 고발하는 문학에서는 나이지리아가 세계에서도 잘 알려졌다. 영국식민지였고 영어를 사용하는 이점으로 오히려 다른 아프리카나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민족문학을 숫자적 통계로 비교한다는게 이상하지만) 대단한 나라이다. 우선 우리나라 문인도 수상 못한 노벨문학상을 1986년에 받은 나라가 나이지리아이다. 월레 소잉카(Wole Soyinka)는 그래서 문학을 모르는 사람들도 들어본 세계에 알려진 작가이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작년에 와서 고은 시인과 대담도 가졌다. 영국에도 자주 오며 런던 SOAS 대학에서 강연도 하였다(Youtube에 그의 강연이 있으니 보시길…). 몇년전에 돌아가신 치누아 아체베(Chinua Achebe)는 노벨상을 받고도 남을 문인이었다. 혹자는 노벨상을 받은 소잉카보다 더 깊이가 있는 작가라고 한다. 영국대학 영문학과에서는 ‘탈식민지 문학’과목이 대부분 개설돼 있으며 그의 작품과 이력은 자주 인용되고 포함되는 그런 유명 작가이다. 그는 2007년에 맨 부커 문학상의 국제부문(한강 작가가 받은)상을 받았다. 그전에 그는 또 조셉 콘라드의 소설 ‘어둠의 핵심’을 비판하고 논쟁을 야기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이제리아 출신 영국인이며 에섹스 대학 출신의 벤 오크리(Ben Orki)도 동시대 영국문학을 이끌어 가는 작가이다. 그는 1991년 맨 부커 문학상 본상을 수상한 작가이며 그의 소설 ‘굶주린 거리(The Famished Road)’는 그의 대표작이다. 그런 고로, 카즈오 이시구로, 이안 맥기언, 데이비드 미첼, 살만 루시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현 영국작가이다.



하여튼, ‘나이지리아에 서점이 있는가?’의 질문은 또 나이지리아 국민이 책을 읽는가 아니면 책에 관심이 있는가? 하는 질문이 될수도 있다. 독서인구가 줄어드는 면에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다른 세계의 여러나라들도 마찬가지이다. 인도 영화를 빗댄 ‘볼리우드’를 따라 나이지리아의 영화산업을 일컫는  ‘놀리우드’의 영향으로 나이지리아에서도 책읽기보다 영화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의 본질은 ‘책’이라는 지성과 문화의 상징성, 그리고 ‘서점’이라는 문명의 거룩한 상징성을 들추어내 보면 이런 질문 자체가 아주 상대방과 상대방 문화에 대한 오만과 불손 그리고 비하가 담겨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 프랑스 여기자의 무례와 무식을 탓하면서 또 책 안읽는 요즘 세태를 우리 스스로 반성해보아야 하지않을까?


 ‘치마만다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 www.guardian.co.uk
벤 오크리(Ben Okri).  www.telegraph.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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