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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Dec 29. 2018

메멘토 모리: 로마인의 지혜

런던 초저녁

한국 단체관광 리스트에 항상 포함되는 로마 유적지인 폼페이에서 발견된 '모자이크'다. 한때 지하에서 터져나와 모든 걸 녹여버릴듯한 주체못했던 뜨거운 용암과 화산재로 뒤덮였던 곳, 이제 무심한 세월이 뜨거움을 식혀내고 비밀처럼 깊숙히 덮어놓은 흙을 걷어낸 폼페이를 걷다보면 흘러간 시간과 사람들 그리고 지금 이 한몸 몸담고 사는 자연의 거대한 힘에 경외와 묵상을 절로하게 된다. 폼페이는 '산'과 '수'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산수화에 나올 법한 그런 풍수 좋은 곳에 있었다. 폼페이 타운 바로 앞까지 그때는 바다가 있었다. 지금은  멀리 떨어져 나가 보이는 나폴리 앞바다와 뒤로 우뚝 선 베스비우스 산 그 사이에 로마인들은 타운을 만들어 문화생활을 즐기며 살았다. 흘러내리는 풍성한 토가를 걸치고 와인을 홀짝이는 영화속 장면을 떠올리며 그들이 북적대고 살았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 시간차이 지리차이가 엄청나도 그 간격을 느끼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하지만 그 간격의 차이가 크다 하더라도 인간은 인간이고 그 인간들이 모여살며 부대끼는 사실은 똑같다. 거대한 자연의 힘은 산수풍경도 바꾸어 놓는다. 그러기에 풍수해석은 자주 오판이 되는 경우가 많고 또 그 거대한 자연의 힘이 어디로 향하는지 예견하는 '점쟁이들'은 어느시대에도 있었다. 그걸 가끔 운명(Destiny)이란 말 아래 종속시키며 위안을 삼기도 하였다.

위 사진의 모자이크는 원래 이곳 폼페이의 어느 가정집 바닥에 있던 것이다. 모자이크 한가운데 해골이 있고 그 아래 6개의 살을 가진 수레바퀴가 있다. 흐르는 세월처럼 굴러가는 바퀴이다. 힌두교와 불교에서 말하는 '생과 사'가 끊임없이 돌고도는 사이클, 즉  삼사라(Samsara)의 상징인 바퀴와도 같다. 심지어 대국 인도의 국기에도 이 바퀴는 있다. 세월따라 굴러가다보면 가끔 행운도 찾아오고 불행도 찾아온다. 행운이 찾아오길 항상 고대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가끔 체념도 한다. 매주 로또 티켓을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이없음을 알면서 또 로또를 구입한다. Who knows? 행운이 올지 불행이 올지 그 누가 예상할 수 있을까? 그런데다 로또 티켓값은 항상 싸다. 싸게 사서 당첨되면 그게 로또다. 로또가 비싸다면 도대체 누가 살까? 로또값은 싸지만 당첨가능성이 있다.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말이다. 가능성은 가능성이다. 불가능이 아니다. 이 가능성에 사람들은 미혹되고 그 가능성을 철썩같이 믿고 로또를 사는 사람들이 많다. "혹시나..." 단, 당첨일이 지난 로또는 그 싼 가격에도 휴지가 되어버린다. 이와 비슷하게, 대박을 노리는  런던을 비롯한 세계 주요도시의 스톡마켓에서 열심히 행운의 주문을 외쳐대는 현대의 점쟁이들인 스톡브로커들과 애널리스트들이 살판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대박스럽게 말했던 어느 점쟁이는 지금 감옥에 있다.

다시, 모자이크로 돌아가서 '행운의 바퀴'의 가능성의 결과물을 살펴보자. 먼저 눈을 돌려 왼쪽을 보면 꽤 값이 나가 보이는 튜닉이 걸려있다. 굴러가는 바퀴가 다행히도 행운쪽으로 굴렀다. 그럼 반대편인 오른편을 보자. 누추한 넝마같은 튜닉이 걸려있다. 불행이 찾아 온 것이다. 이 운명의 바퀴는 이렇게 교양있고 문화생활을 하던 폼페이 사람들을 행운과 불행 둘 다를 보여주고 '준비'하라고 은근슬쩍 실용적인 교훈을 준다. 당첨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로또와 대박을 힘주어 강조하는 점쟁이들인 스톡브로커들과 애널리스트들은 모자이크의 왼편만을 비춰 보여주는 꼴이다. 오른쪽은 슬쩍가리거나 small print로 숨긴다. 폼페이의 로마인들은 그래도 양심이 있다. 행운과 불행 둘 다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교훈은 역시 중앙에 박힌 해골이다. 해골이지만 그렇게 무서워보이지 않는다. 행운이 찾아와 부자가 되었든 바퀴가 나락에 떨어져 굴러 가난에 찌든 삶이든 어느날 우리 모두는 "죽음(death)"을 맞는다. 진리(Veritas)이다. 그래서 이 모자이크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인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효과적으로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성직자의 설교나 강론보다도 효과적이다. 폼페이의 로마인들은 그들의 신전은 물론이고 일반 가정집에도 섬세하고 정교한 모자이크 바닥을 많이 설치하였다. 정물화나 신화 그리고 역사를 모티브로 한 주제들이 많으나 위의 모자이크처럼 익살적이며 교훈을 주는 모자이크도 많다. '메멘토 모리' 모티브는 훗날 가톨릭 미술에도 여러모로 영향을 주었는데 많은 성인의 성상에도 해골이 따라붙고 르네상스와 바로크  회화에도 해골은 자주 등장한다. 특히 예로니모 성인과 프란치스코 성인을 주제로 한 성상과 성화에 자주 보인다. 모자이크를 매번 밟고 지날때마다 이 폼페이 가정집 사람들이 이 "메멘토 모리"를 마음에 명심하고 되새김질을 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중요한 것은 이 모자이크 주인집 사람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가운데 해골의 검고 텅빈 공허한 두눈이 자꾸 쳐다보며 소리치는 것같다.

"메멘토 모리: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시칠리아의 고대 유적도시인 타오르미나의 어느 상점앞에 전시된 바퀴 장식품.

Memento Mori: The Wheel of Fortune (c. 70-79 CE)Mosaic from Pompeii, 47 x 41 cm. Museo Archeologico Nazionale, Naples, Ita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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