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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Jan 03. 2019

왕은 왜 새해마다 뺨을 맞았을까?

런던 새해 아침

새해가 밝았다. 많은이들이 벌써 ‘새해결심(New Year's Resolution)’을 했을 것이다. 긴 목록을 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한편, ‘작심삼일’이라고 아예 새해다짐을 하지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랬든 저랬든, 결심을 했든 안했든, 둘 다 후회할 것이다. 미안…


새해결심은 그냥 재미삼아 하는 것이지, 이 우스꽝스러운 새해결심을 비꼬는 이도 많다. 사실 ‘다짐’을 해도 변덕스런 삶의 길은 전혀 다른 어디로 우릴 데려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이걸 '실패'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우린 가끔 이런 쓰잘데없는 결심을 개의치 않는다. 될대로 되라 하고 마음을 풀어 놓는다. 논리적인 사람들은 이런 우스꽝스러운 짓들이 공허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실패’라고 단정짓기 전 우린 이런 구속력없는(noncommittal) 것에 우리 소중한 새해(기회)를 위탁하기보다 한번쯤 다시 곰곰히 생각해봄도 좋지 않을까?


새해에 새결심을 하는 유례는 몇천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약 2천년 전, 그러니 약 4천년전 고대 바빌로니아에선 ‘보리’심는 봄이 시작되는 달을 니산누(Nisannu)달이라고 하였는데 구약성서의 언어인 히브리 말의 니산(Nisan)달과 비슷하다. 이 달은 봄에 해당되는 3월과 4월경이었다. 이 니산누 달 1일에 새해가 시작되는데 바빌로니아의 태양신인 마르둑(Marduk)의 재탄생 축제와도 관련이 있다. 이 축제를 아키투(Akitu) 축제라 했으며 12일동안 진행되었다. 이 12일간의 축제기간 동안 날마다 하는 의식이 달랐는데 그 중에서도 5일째 되는 날이 특히 재미있다.


바빌로니아 왕은 에사길라(Esagila)라고 하는 신전에 사제들을 대동하고 들어가며 신전안에서 대사제는 왕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바닥에 내려놓고(내동댕이 치고?) 왕의 옷을 벗긴다. 왕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자신이 지난해에 지은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마지막으로는 태양신 마르둑의 대리자로 대사제가 왕의 뺨을 거칠게 때렸다. 그냥 때린게 아니라 눈물을 철철 흘릴만큼 세차게 때려야만 한다. 만약 왕의 눈에서 눈물이 나지않으면 무효로 다시 때려야 한다고 한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이것은 왕이 자신들의 신앞에서 백성들을 위한 헌신(dedication)의 징표이며 절대 겸손해야함을 되새겨주는 행위이다. 비록 육체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지만 몇천년전에 이런 새해축제가 있었음에 놀라지 않을수 없다. 뒤따라 다른 사람들도 왕에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만약에 타인에 진 빚이 있다면 갚겠다고 태양신인 마르둑에게 다짐해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왕은 이 신전에서 백성을 지혜롭게 다스릴 신탁(oracle)을 받았다고 한다.


이 고대의 새해축제엔 새해다짐뿐 아니라 지난해의 잘못을 뉘우치고 바로잡는 것이 선행되어있다. 이 새해에 모든 것이 잘되길 소망한다면 지난 해에 지은 업보를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다는 지혜를 잘 보여준다. 이는 꼭 ‘고백성사’와도 같다. 다만 뺨을 때리는게 석연치 않지만 말이다.


(그리고 뺨맞을 짓이나 하지 않았는지 두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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