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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Jan 08. 2019

자연의 한 찰라를 화폭에 박제시켜버린 모네

런던 오후

‘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1893년 영국쪽에 가까운 프랑스 북서쪽 지베르니(Giverny)에 토지를 구입했다. 이곳에다 몇년동안 연못도 만들고 꽃도 심고 채소도 가꾸었다. 그리고 물론 그가 창조한 정원 곳곳을 화폭에 가득 담았다.



“즐기기위해 수련을 심었다; 수련을 그릴 생각없이 가꾸었다. 풍경이란 그저 단번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연못이 주는 마술에 특별경험을 했다.(I planted my water lilies for pleasure; I cultivated them without thinking of painting them. A landscape does not get through to you all at once. And then suddenly, I had the revelation of the magic of my pond."


19세기 말 당시 프랑스에 일본풍이 한창 유행하고 인상주의가 주도를 잡던 시절 모네도 고흐처럼 일본풍을 좋아했다. 뭔가 유럽과는 색다르고 이국적인 동양, 특히 일본식 정원과 그 디자인에  풍부한 영감도 받았다. 일본식, 즉 반듯한 격자식이나 규칙적이지 않고 자연을 그대로 모방해 놓은 듯 아기자기하게 옮겨놓고 꾸며놓은 정원디자인에 호감이 갔다. 그는 심지어 대나무와 은행나무를 프랑스로 수입해 심었다니 그 정성을 알만하다. 그 후 30년동안 그는 그가 창조한 정원 그리고 특히 물이 고인 연못이란 주제는 그의  그림주제였다. 모네의 수련은 이제 세상에 너무 유명해졌다. 수련은 이제 대명사처럼 그의 이름과 함께 따라 붙는다. 그는 그만큼 공도 들였는데 그것도 무려 30년이 넘는 기간이었다.




원예(Horticulture)란 정원을 가꾸는 것을 말한다. 특히 프랑스에선 영국처럼 19세말 경 열광적인 정원가꾸기가 유행이었는데 특히 먹고 살만한 중산층사이에 붐이 일었다. 원예는 ‘예’자가 붙어있는만큼 예술적이고 또 꽃과 식물을 가꾸기에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마인드도 필요하다. 보통 가정에서 채소와 과일나무를 기르는 실용적인 정원(utility gardens)이 있었는가 하면 다양한 꽃들을 심고 사이에 산책길을 낸 공원같은 ‘놀이 정원(pleasure gardens)’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온실(conservatories)로 꽃과 식물을 가꾸며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네는 이 세가지 정원 모두를 지베르니에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모네는 고흐에 비해 운이 좋은 화가였다. 그는 그가 창조한 정원에서 수많은 꽃들과 식물과 채소들을 계절마다 만끽하며 날씨변화에 따라 빛의 상태도 관찰하며 넉넉하고 풍족하게 그림을 그렸으리라. 그리고 또 그의 밥상에도 싱싱한 채소와 과일은 항상 있었으리라.   



모네의 일본교 그림을 대강 살펴보면 인상주의 화풍 이데올로기답게 뚜렸한 윤곽선이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림속 일본교는 식물이 보이는 풍경을 압도하지않는다. 거기엔 넓은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저 그 정원속에 고요히 잠겨있다. 이 인간 인공창조물인 일본교는 인간이 자연과 교감하는 상징으로 또 자연에 인간이 다가가는 태도로 볼수있다. 자연을 관찰하고 다가서는 인상주의의 본모습이다.



모네는 자기가 직접 그리듯 창조한 이 정원에서 자신이 원하던 모든 것, 즉 ‘빛’과 ‘색’ 그리고 ‘정지된 한 찰나(frozen in time)’를 화폭에 오롯이 담을 수 있었다. 그래서 100년도 훨씬 지난 오늘에도 모네의 붓질이 막 끝난 바로 그 한순간을 이 그림에서 느낄수 있다. 100년전 모네에 의해 정지되었던 바로 그 순간말이다. 그러므로 모네는 자연뿐 아닌 시간을 화폭에 담았다. 절대 똑같은 그 순간이 반복되지 않는, 절대 같을 수 없는,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인상(impression)'을 말이다.



정원가꾸기를 통해 자연을 응시하고 관찰하며 상시 변하는 자연의 한 찰라를 화폭에 박제시켜버린 모네는 행복한 화가였다.




*Claude Monet (French, 1840-1926), ‘The Waterlily Pond (1899)’, Oil on canvas, 90.5 x 89.7 cm. National Gallery,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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