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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Oct 16. 2020

겨울정원

고흐가 사랑한 풍경


"아버진 날 공감도 동감도 못하신다. 그러나, 난 부모님과 같은 틀에 박힌 일상엔 정착못함을 잘 안다, 그건 날 옥죄는 것이고 숨막히게 한다(Pa cannot empathize or sympathize with me, and I cannot settle in to Pa and Ma’s routine, it’s too constricting for me – it would suffocate me)."


고흐는 1881년 동생 테오에게 부모님과의 관계를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했다. 고흐의 부모님은 부모님데로 화가가 되려는 아들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컸다. 그랬기에 그들은 이 화가지망생 아들이 사회적으로 실패했다고 절망했다. 충분히 이해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고흐와 부모님과의 관계는 그렇게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3년 뒤 1884년 고흐는 부모님 집이 있는 네들란드 북쪽 브라방트(Nuenen) 지역으로 돌아왔다. 이 스케치는 익숙한 부모님 집 뒤쪽 풍경을 드로잉한 것이다. 음산한 북유럽 겨울풍경이 고흐의 당시 정서를 말해주는 듯하고 겨울같은 그와 부모님의 관계를 암시하는 듯하다.


앙상하고 굴곡진 나무와 공허한 들판... 모르몰라도 삭풍이 불고 있었을 것이다. 바람에 화구를 잡고  손을 호호불며 드로잉했을 고흐는 멀리 고향집 교회 탑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드로잉 중앙의 검은 인물은 누굴까?


고흐는 자신의 편지에서 "검은 환영(a black apparition)"이라 칭했다. "Apparition"은 현을 의미한다. 루르드의 성모님 현과도 같은 단어다. 부모님과의 소원했던 관계, 그러나 천륜인 부모와 자식의 관계처럼 끊을래야 끊을 수 없었던 정든 고향땅과 풍경 그리고 그곳 사람들, 고흐는 이 모두를 사랑했고 가슴에 담았다. 사실, 그는 이렇게 따뜻한 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비록 그 누구도 쉽게 이해못할 예술의 길을 가고 일반대중들이 못보는 풍경뒤의 모습을 고흐는 예술가의 시력으로 이 비가시적 세계를 보였다. 그는 이 검은 인물을 이 삭막한 겨울풍경에다 정점을 찍듯 중앙에 그렸고 이 비가시적인 인물을 가시적으로 검게 표현해 삭막한 풍경 더했다. 화가의 길을 가며 고통의 나날을 보냈을 고흐도 '가끔 가끔 자주 가끔' 이 검은 인물처럼 부모님이 그의 마음에 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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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1853 - 1890), Nuenen, March 1884
pencil, pen and ink, on paper, 40.3 cm x 54.6 cm
Credits (obliged to state): Van Gogh Museum, Amsterdam (Vincent van Gogh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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