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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Sep 16. 2019

부처님 옆에 웬 나체의 인물이?

런던 율리시즈


도대체 웬일일까? 거룩하게 정좌하신 부처님 바로 옆에서 벌거벗은 채 서 있는 이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왜 이런 도발적 포즈로 서 있는 것일까?

이 나체의 인물에 대해 미술사가들은 오랫동안 그 신비를 벗겨내려 애썻다. 출토지역이 옛 간다라 지역(지금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북 인도 일부) 이라 손쉽게 고대 그리스의 영향으로 작품을 연결시켰고 그 주인공이 그리스 영웅 헤라클레스(Heracles)로 결론지었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이 지역을 점령한 뒤 이곳엔 그리스 식 문화와 예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불교가 성행하던 간다라 시기인 기원 후 2세기에도, 흔히 일컫는 간다라 미술, 고대 그리스 미술의 영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이후 많은 그리스 군인들이 이곳 지역 여인들과 결혼해 정착한 경우도 많았다고 하니 자연스런 그리스 문화의 영향은 있었을 것이다. 대왕의 정복 후 한참이 흘렀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이 간다라 미술이 실크로드를 거쳐 중국, 특히 둔황 미술, 그리고 우리나라의 석굴암에까지 그 영향이 미쳤다고 미술사학자들은 얘기한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그리스 영향 이전까지는 불교에서도 불상을 만들진 않았다고 한다. 그리스의 정복이후 석가모니 부처에 대한 상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그리스 조각의 영향으로 입체적인 인물상을 3차원적 조각들로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조각상에 보이는 것과 같이 고대 그리스 조각에서 흔히 보이는 나체상으로 또 헤라클레스의 주특기인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매로도 그리스 식 아이코노그래피(Iconography)와 스타일(Style)은 그대로 찾아 볼수 있다.  덧붙여, 덥수룩한 수염에다 얼굴형도 지중해인으로 보인다.

이 나체의 그리스인 헤라클레스는 좌대위에 가부좌한 부처상 오른쪽에 우뚝 서서 대승불교의 금강수보살(金剛手菩薩)로 변해있다. 이 금강수보살은 석가모니 부처를 보호하는 수호자이다. 한자 이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손(hand) 보살이며 이 손에 산스크리트 어로 바즈라(Vajra), 즉 번개(다이아몬드로도 해석)를 항상  쥐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그리스신 제우스(Zeus)로 해석하기도 한다. 영어 이름이 이 바즈라와 파니(Pani. 손)를 합쳐 '바즈라파니(Vajrapani)'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전에 고대 동양과 서양의 교류는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양문화의 정수인 그리스와 동양문화의 정수인 불교가 만나 이렇게 합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교리상으로 보면 이상한 면도 다분히 있겠지만 이 조각품은 당시 간다라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미술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정신적 교류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조각의 석가모니 부처를 호위하는 헤라클레스는 많은 점을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다.

-런던 율리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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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Heracles depiction of Vajrapani as the protector of the Buddha, 2nd century Gandhara, British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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