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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Jun 18. 2017

700년 역사의 오두막교회

아이슬란드 여행 에세이 4

지금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 않는다.
벌써 잊어버렸나?

내 기억은 이렇게 단편적이었다.
그러나, 사진을 보면 쑥쑥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들...

이 작은 시골 오두막 교회에서 같이 간 45명의 신자와 미사를 드렸다. 45명이 들어가자 교회안은 꽉차, 반수는 서서 미사를 볼 수밖에 없었다. 놀란것은 이 오두막 교회가 장장 700년이 넘는다고 한다.

700년!
우리나라 고려시대때다...

그러니까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이전에 가톨릭 성당으로 지어졌고, 후에 루터교의 교회로 자연히 변한 것이다. 하지만 제대와 성찬의 전례는 루터교에도 그대로여서 교회는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교회의 원형을 파괴하지 않아 내내 감사했다. 미사때 쓴 성반(patten)과 성작(chalice)은 600년이 넘었고 내가 빌려입은 미사복(chasuble)은 500년이 넘는다고 했다. 아이슬란드 할배가 직접 이 500년된 옷을 직접 입혀주셨다. 혹시 바스라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모두 박물관 유리안에 있어야 할 물건들이 여기 있었고 아직도 사용되고 있었다.

600년된 성물을 사용하고 500년된 옷을 걸치니 꼭 시간이 거꾸로 간것 같았고 초현실적(surreal) 이었다. 제단뒤의 그림도 약 200년 전에 이곳 외딴 시골의 선원들이 폭풍에서 구해준 '감사의 예'로 그린 그림이라고 했다. 이 오두막 교회를 돌보는 할배가 교회안에서 사진은 절대 못찍게하셨다. 대신에 바람치는 바깥에서 오두막 교회를 찍었다. 할배는 이 교회를 가슴속에 품어 가져가라고 우리에게 신신당부하셨다.


이 미니 교회를 나오자 이 할배가 우리를 지척의 마을 박물관으로 안내했다. 잡아 박제한 새들도 있었고, 물고기 뼈도 있었다. 특히 허옇고 거대한 고래뼈는 신기하였다. 얼마나 컸을까 상상으로 가늠도 햐보았다. 그것도 그냥 박물관 바깥에 던져 놓은 것이었다. 허만 멜빌의 '모비딕'이 생각났고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도 기억나게 했다. 바깥은 거센 바람이 계속해서 불고 있었다. 마을 박물관에서 차로 가는 지척의 거리에도 모두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옷깃을 단단히 여며야 했을만큼 추웠다. 여기가 최북쪽 나라 아이슬란드임을 다시 느꼈다. '모비딕' 소설속 인물들과 같이, '노인과 바다'의 그 노인과도 같이, 자연과 사투하며 또 자연과 공존한 이 작은 아이슬란드 어촌 사람들에게 경의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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