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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Aug 04. 2017

도대체 누가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을까?

150억짜리 기도: 엘 그레코의 '기도중인 도미니코 성인'

스페인 르네상스 화가 ‘엘 그레코(El Greco. 1541 - 1614)’의 그림 ‘기도중인 성 도미니코(St Dominic in Prayer)’는 그가 좋아했고 즐겨 그렸던 주제인 성인과 종교화의 정석처럼 보인다.본명이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폴로스(Doménikos Theotokópoulos)’라는 긴 이름의 ‘엘 그레코’는 ‘그리스 사람’ 이란 뜻의 별명으로 더 잘 알려졌다. 이는 그가 그리스의 크레타 섬 출신이기에 제2의 조국인 스페인에선 그를 그렇게 부른 것이다. 고향을 떠나 당시 예술계의 중심도시였던 베니스를 거쳐 스페인의 황금시대의 중심 도시 톨레도로 이주해와 살면서 성서에 기반을 둔 여러 종교화를 그렸고 가톨릭 성인들도 즐겨 그렸다.

이 그림의 중심 인물은 13세기 가톨릭 성인인 ‘도미니코(St. Dominic)’성인으로 ‘도미니코 수도회’의 창시자이시다. 이 수도회는 중세 신학자이며 철학자인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속했던 수도회이다. 그림에서 도미니코 성인은 바위위에 무릅을 꿇고 앉아 두 손을 모으며 기도하고 있다. 앞에는 조그만 바위를 베게삼아 십자고상이 놓여있으며 성인은 이 십자고상을 향해 눈을 지긋이 감고 묵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도미니코회의 전통 수도복인 흑색과 백색의 옷을 걸치고 있다. 안옷은 백색 그리고 겉옷은 검정색이다. 지금도 도미니코회 수도사들은 이 그림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있다. 영어로 도미니코회를 ‘블랙프라이어(Blackfriar)’라고 하는데 이는 이 겉옷의 검은 색깔을 따라 이름이 그렇게 붙여진 것이다. 예로 들면 프란치스코회는 ‘그레이프라이어(Greyfriar)’라고 하며 프란치스코회 수사들의 옷이 회색이어서 그렇게 부른다. 런던시내 ‘블랙프라이어(Blackfriar) 기차역도 중세에 이 도미니코회 수도원이 있던 자리라 그렇게 이름이 붙었고, 옥스포드 대학에 속하는 도미니코회 운영의 신학대도 ‘블랙프라이어’로 불린다.

엘 그레코가 활동한 시기는 베니스 중심의 ‘매너리즘(mannerism)’이 유행한 후기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사이에 있었다. 또 가톨릭 교회의 프란테스탄트에 대항한 ‘반-종교계혁(Counter-reformation)’ 캠페인의 한 방법으로 미술과 조각이 가톨릭 교회의 강력한 후원아래 ‘직접적인 종교적 감성’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의도적으로 제작됐다. 그래서 이 그림은 관람자에게 즉각적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던져주며 이 그림이 반-종교개혁 시기의 그림임을 잘 보여준다. 또 이 그림을 엘 그레코의 다른 성인 그림과 비교해도 재미있는데 그는 각 성인들과 그들의 주제는 다르게 묘사했지만 얼굴은 비슷비슷하게 그렸다. 그의 특기인 ‘길게 늘인(elongated)’얼굴과 몸은 여긴 그렇게 많이 느낄수 없다. 하지만 그가 사용한 색과 붓질은 금방 그의 그림임을 눈치채게 한다.

성인은 눈을 어렴풋이(?) 감은 채 기도중이며 조용히 내면으로 침잠하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인 그림의 느낌과 색채도 어둡고 정적이다. 다만 십자고상만이 황금색으로 밝은 편이고 하얀 수도복은 그림자로 채워져 오히려 회색같은 느낌이다. 고요하게 기도중이지만 이 그림에서 성인의 내면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이 짙은 청색의 하늘이다. ‘반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의 다이내믹한 운동성이나 ‘뭉크’의 ‘스크림(Scream)’에 나오는 공포의 하늘과는 긴장성이 떨어지지만 곧 폭풍이나, 아니면 어두운 밤이 오는 전조, 또는 석양후의 배경이다. 기도중이지만 성인의 내면은 짙은 청색으로 나타나는 하늘과 같은 불확실한 어두움이다. 엘 그레코적인 처리이다. 그렇지만 이 십자고상을 앞에 두고 십자고상이 전해주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조용히 묵상하며 인간으로선 예견할수 없고, 인간 스스로 치유할수 없는 내면의 어두움을, 전적으로 그리스도의 빛(은총)에 내맡기려는 단호한 의지도 그의 얼굴에 보인다. 그래서 이 성인의 기도는 우리 일반인의 기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폭풍이 일던 갈릴리 호수에서 모든 제자들이 폭풍을 두려워하고 난리를 칠때 그리스도는 한 말씀하셨다. ‘잠잠하라(Quiet! Be still!. 마르코 복음 4:39)’. 사실 기도란 우리의 마음에 이는 이런 폭풍을 조용히 잠재우는 것이 것이 아닐까?

이와 비슷한 그림도 엘 그레코는 여러장 그렸다. 이 그림은 개인 소장품으로 2013년에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무려 ‘천 사백만 달러(당시론 약 150억?)’의 엄청난 가격에 경매됐다.

도대체 어디에 이 그림은 걸려있을까? 그리고 누가 이 비싼  그림을 소유하고 있을까? 그는/그녀는 이 그림을 볼때마다 천문학적 값의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를 알아 챌까? 만약에 우리가 이 뜻을 알아 듣고 '실천'한다면 천 사백만 달러의 값어치를 하고도 남을 그림이다. 그러나 만약에 소 귀에 경 읽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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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SAINT DOMINIC IN PRAYER',

Domenikos Theotokopoulos, called El Greco

CANDIA (1541 - 1614 ),

oil on canvas,

75 by 58 cm.; 29 1/2  by 22 7/8  in.,

Private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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