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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Aug 15. 2017

일본군이 저지른 '팔라완 학살'을 아십니까?

필리핀 여행 에세이- 팔라완 섬

몇년 전(2013년)에 필리핀의 팔라완(Palawan) 섬에 갔었다. 수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의 중앙 성당을 들렀다. 그리고 그 푸른 색을 칠한 아름다운 성당 바로 옆에 있는 공원엘 갔다. 거기서 그전에 알지 못했던 2차대전의 참혹한 실상을 듣고 보았다.


‘플라자 카르텔(Plaza Cuartel)’이라는 이 조그만 공원은 서울의 파고다 공원정도의 크기였다. 이곳이 2차대전 중 일본군이 저지른 ‘팔라완 학살(Palawan Massacre)’이 일어난 바로 그 장소였다. 이곳에는 2차대전 당시 군 요새였고 이곳에서 포로로 잡힌 미군들은 갖은 중노동과 고문을 당하였다고 한다.

이 팔라완 학살은 1944년 12월 14일에 일어났다. 약 150명의 미군포로들이 일본군에 잡혀 있었고 이 지역은 일본군 14지역군이 담당했으며 ‘토모유키 야마시타(Tomoyuki Yamashita)’장군의 통솔하에 이곳에 주둔했다고 한다. 그들이 이 팔라완 학살을 주도한 것이다.


먼저 일본군은 150명의 미군포로를 자기들 부대 안으로 끌고왔고 미군들의 공습이 시작되자 이 전쟁포로들을 미리 파놓은 참호속에 숨겼다. 아래 사진에서 보다시피 좁은 3개의 참호속에 이들을 가두었으며 각각의 참호엔 딱 한개의 조그만 입구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악랄하게도, 짐승보다도 못하게, 이 좁고 어두운 150명의 포로가 숨죽이고 있는 참호안으로 가솔린을 쏟아부으며 불을 질렀다. 우리나라 제암리 교회 학살과 비슷한 악랄한 방법이었다. 이 지옥의 입구에 난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


“어떻게 이런 잔악한 방법으로…”


이 어두컴컴한 땅속 참호에서 죽어간 영혼들을 기억했다. 그들의 거친 숨소리와 살려달라란 외침이 불길속에 들리는 듯했다. 150명의 포로중에 오직 11명만이 탈출에 성공했다고 한다.  몇몇은 참호속을 빠져나왔으나 다시 일본군의 총알에 쓰러졌다고 산 사람들은 증언했다. 139명이 이 불길속에 무참히 학살당했다. 그중의 123명은 본국으로 보내져 세인트 루이스 미주리의 국립 제퍼슨 병영(Jefferson Barracks National Cemetery, St Louis Missouri) 에 안치됐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1948년, 16명의 일본군이 이 팔라완 학살로 요코하마 군사재판에 회부되었고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일반사면으로 모두 풀려났다고 한다.


“아니, 학살자들이 사면으로 풀려났다구?”


또다시 분노가 이글거리는 태양속에 끓어 올랐다. 그 학살자들은 어떻게 하루 하루를 살아갔을까? 하루 하루 어떻게 가족과 대화하고 밥먹고 길을 걷고… 이해가 힘들었다. 잠시 나무 그늘로 가서 분노를 식히려 했다. 포로들이 촘촘히 앉아있던 참호속에 가솔린을 부은 일본군도, 그게다가 성냥을 그어 던진 일본군도 또 이를 명령한 일본 장군도 기억했다.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들일까? 이들이 그때 천황만세나 부르지 않았을까? 아니,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겠지 결론을 내렸다.


이역만리 고국을 떠나 이곳에서 포로로 잡혀 참호속에 웅크리고 앉아 공포에 떨었을 미군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 공포가 뜨거운 태양아래서도 간담 써늘하게 전해져 왔다. 그리고 고국인 미국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을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헤아려 보았다. 전쟁이 가져온 비극들...


더이상 비극이 우리에겐 필요치 않다.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전쟁의 비극을  막아야할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그러기 위해서 전쟁의 참상을 알고 기억하는 것은 기본일 것이다.


오늘 또다시 그 좁은 참호의 어두컴컴한 입구를 기억했다. 거기에 지옥은 분명히 있었다. 인간들이 직접만든 지옥이었다.


인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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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중앙에 희생자를 기리는 조각이 있다.

공원 입구. 성당은 바로 길 건너에 있었다. 정문 왼편 기둥에 안내문이 보인다.

참호 입구. 지금은 쇠창살로 막아 놓았다.

또다른 참호입구.

참호를 파는 도중에 남긴 사진.

공원안의 수레를 설치해 놓았다. 구약성서에 엘리야 예언자처럼 이곳의 희생자들이 수레를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갔으면 하고 기원했다.

공원옆의 성당. 색깔이 특이하게 연한 푸른색이다.

성당 내부.

공원과 성당 사이길에서 본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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