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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Aug 20. 2017

속죄와 구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스페인 여행 에세이-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에 가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가보지 않았으면 바르셀로나에 갔다왔다고 할 수 없다. 런던에 와서 빅벤이나 국회의사당 그리고 대영박물관을 안 가본거나 마찬가지며 파리에서 루브르나 에펠탑을 안 본거나 마찬가지다. 꼭 가봐야 할 ‘Must See’ 성당이다. 그러나 난 바르셀로나 교외 산자락에 있는 ‘몬세라트’ 수도원이 보고싶었지 이 유명한 성당이 1순위는 아니었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말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이 성당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흉한 건물중 하나이다(one of the most hideous buildings in the world)’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때는 1938년이었다. 1882년부터 공사가 시작돼 아직 완공이 안된 이 성당은 그 역사만으로도 신비하고 관심이 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몬세라트 수도원을 보기 하루 전날 늦은 점심에 바르셀로나에서 도착했다. 오후가 그대로 남았다. 바닷가 쪽에 위치한 호텔에서 택시로 겨우 20여분하는 곳에 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위치해 있어서 운도 좋았다. 택시 기사는 모로코 사람이었고 서글서글하며 뜻도 안되는 영어로 계속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치노(중국인)라는 말밖엔 아무것도 안 들렸다. 하지만 목적지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란 말은 너무도 잘 알려져 문제가 전혀 안되었다. 도착해서 표를 구하려고 가니 한 20여 미터의 줄이 이어져 있었다. 역시나 바르셀로나의 대표적 관광지였다. (그러나, 나 혼자만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대부분 스페인의 성당엔 가톨릭 성직자는 무료였다...)


도착해 성당의 외관을 올려다 보면서 난 조지 오웰이 한 말이 거짓임을 분명히 깨달았다. 그가 가톨릭 신자라면 고백성사를 봐야할 거라고 속으로  피식 웃었다. 성당의 스타일이 변형된 ‘후기 스페인식 고딕(Spanish Late Gothic)양식이며 바르셀로나 지역인 카탈란 모더니즘의 영향 그리고 가우디 말기에 유행한 아트 누보(Art Nouveau)등 여러 양식이 혼합된 건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곳곳의 조각과 장식을 보며 스페인식 바로크 양식도 있다고 느꼈다.


가우디는 원래 18개의 첨탑을 구상했다고 한다. 이는 12사도와 성모 마리아 그리고 4명의 복음사가(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를 합친 17명과 예수 그리스도의 타워 등 총 18개의 첨탑을 기획했다고 한다. 가장 높게 설계한 건 물론 그리스도의 타워였다. 최고 높이 약 170미터이며 아마 세계 종교 건축물 중에 가장 높을 거라고 안내서엔 적혀 있었다. 그러나 이 최고 높이도 바르셀로나의 상징 ‘몬주익 언덕(Montjuïc hill)’보다 1 미터 낮게 의도적으로 설계했다고 하며, 이는 인간의 창조물은 창조주의 창조물보다 더 높을 수는 없다고 한 건축가의 숨은 의도였다. 문득 바벨탑 이야기가 기억났다. 올리고 또 올려 하늘에 닿으려 한 그 구약성서의 바벨탑 말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난 이 성당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스페인 말로 또 카탈란 말로도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여튼, 지금까지 8개의 첨탑이 세워졌으며 4명의 사도탑과 4명의 복음사가를 가리키는 4개의 첨탑이 서있었다. 까마득히 올려다 보다 고개가 아플 지경이었는데 문득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우리나라 황영조 선수가 일등으로 거대한 문주익 경기장에 자랑스레 들어오던게 기억났다. 짝짝짝. 나도 모르게 황영조 선수가 온 국민에게 선물한 값진 금메달에 감사했다.


이 성당은 3곳의 거대한 파사드(건물 정면. façades)가 있었다. 모두 그리스도의 삶을 요점으로 보여주는 곳이었다. 먼저 ‘성탄의 파사드(the Nativity façade)가 동쪽에 있었고 다음은 ‘수난의 파사드(the Passion façade)는 서쪽에 마지막으로 영광의 파사드(the Glory façade)가 북쪽에 있었다. 각각 정면에 그에 맞는 성서의 스토리와 인물들을 조각해 놓고 있었다. 나머지 한 파사드는 남쪽면에 있을 예정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건물 전체가 하나의 신학대전 같았다. 성당 안과 밖 어디에고 신학적이고 성서적인 모티브와 상징들이 가득 있었다. 물론 종교적 건물인 성당이 다 그렇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 같은 큰 성당에서 보는 그 모티브와 상징은 더 크고 더 정밀했고 더 우람했다. 특히 그 첨탑들은 ‘호산나(Hosanna)’, ‘엑첼시스(Excelsis)’, 그리고 ‘상투스(Sanctus)’ 등의 가톨릭 전례 단어들로 장식되었고 수난의 파사드엔 성서의 용어는 물론이려니와 지역언어인 카탈란 언어까지 장식해 놓았다. 그리고 영광의 파사드에는 사도신경(the Apostles' Creed)을 장식해 놓았다. 이 세군데의 입구는 신학적 삼덕, 즉 신덕(Faith), 망덕(Hope) 그리고 애덕(Love)을 상징한다고도 한다. 그리고 각각의 입구는 그리스도의 지상을 삶을 봉헌하는 의미라고 했다. 그래서 성탄의 파사드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리며 구세주의 출현을 알리며 이곳의 사이프러스(cypress) 나무는 ‘생명의 나무(the tree of life)를 의미한다고 한다. 영광의 파사드는 그리스도의 지상의 사명완수와 함께 영광스런 승천을 뜻하며 수난의 파사드는 그리스도의 영광전에 겪은 수난을 상징한다고 한다. 성당의 앞스(apse. 성당 건축에서 반원형의 부분)쪽 탑은 라틴어로 성모송(Hail Mary)을 보여주고 있었다. 성당의 곳곳에 여러 신학적 성서적 개념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놓은 조각들을 볼수 있으며 또 성인들은 물론 신학적 덕과 죄의 개념을 표현한 부분도 함께 볼수 있다. 어쨋든, 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그리스도의 삶을 건축적으로, 조각적으로, 미학적으로 또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디테일로 추적하며 읽어 가다보면 가톨릭 신학이 곳곳에 숨은 그림처럼 숨어있었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유럽 고딕성당의 전통을 따라 성당 전체가 그대로 하나의 종교 미술관이 되었다.

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정식명칭으론 ‘성가족 바실리카 겸 속죄의 성전(Templo Expiatorio de la Sagrada Familia. Basilica and Expiatory Church of the Holy Family)’이란 긴 이름이다. 그냥 짧게 ‘사그라다 파밀리아’이지만 2010년 베네딕트 교황님이 오셔서 소 바실리카(Minor Basilica)로 축성하셨으며 또 이 정식명칭에 속죄(Expiatory. 또는 Piacular)란 신학적 명칭이 같이 붙어 있다. 속죄 또는 보상이란 죄를 지은 인간이 하느님 앞에 죄의 용서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으며 구약성서에선 ‘속죄 양’으로 또 신약성서엔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속죄(atonement)를 뜻하기도 한다.


(며칠 전 이 성당이 있는 멋진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끔찍한 테러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 이 도시의 랜드마크인 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바르셀로나 테러 희생자를 위한 미사가 열렸다. 이 성당의 명칭처럼 인간이 저지르는 죄는 상상을 못할 정도이다. 스페인 국왕과 왕비가 참여하는, 특히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참여하는 이 미사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속죄를 다시 음미하며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았으면 한다.)


http://www.brunch.co.kr/@london/127

http://www.brunch.co.kr/@london/134

http://www.brunch.co.kr/@london/138




성당 내부. 찬란한 빛이 들어왔다. 성당 건축은 천상을 표현한다. 높디 높은 하늘처럼 성당의 천장은 까마득했다.

스페인 바로크 양식을 여기서 느꼈다. 장미창은 고딕형 뽀족 창이다.

성탄의 파사드 기둥밑에 깔린(?) 거북이. 조각은 약간 엉성하고 거칠다. 거북이가 기둥이 무거운지 입을 크게 '아' 벌리고 있다. 도와줄까? 하다가 돌아섰다.

성당 첨탑도 높고 크레인도 높다. 한쪽 탑은 개방되어 올라갈 수 있으며(엘리베이트로) 바르셀로나 시내 전경을 볼수 있다.

그 탑에 올라가서 내려다 보며 찍은 사진. 아찔했다. 유려한 곡선과 직선을 멋지게 살려냈다.

고딕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닮은 것같다. 빛이 들어와 유리조각들이 현란하게 각각의 빛을 발하였다. 중세의 빛을 바라보는 것같았다. 우리 인간들도 각각의 빛을 발하면 이런 조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인 지상의 천국을 세울수 있지 않을까?

거대한 성당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라. 인간이 세운 성당안에 선 인간이 이럴진대 거대한 창조주의 창조물인 자연앞에 선 인간은? '미학'에서 말하는, 에드문드 버크(Edmund Burke. 영국의 정치가겸 철학자)의 '숭고(Sublime)'개념을 여기서 느꼈다. '숭고'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미(Beauty)'와는 다르다. 아찔하게 느끼는게 숭고이다. 자연이 아닌 인간의 구조물 안에서 난 이 숭고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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