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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Aug 28. 2017

파리에서 만난 당나라 여인...

프랑스 여행 에세이-

파리에서 이 당나라 여인을 만났다.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조각이라고 쓰여있었다. 어느 권세가나 또는 당나라 황제의 무덤에서 출토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당나라라면 7세기에서 10세기(618-907)사이이니 적어도 이 여인의  나이가 1100년이나 1400년되었다는 말이다.  오래된 부장품임에도 그때 그 색상은 그대로 인것같다.


박물관을 걷다 문득 눈에 들어온 이 조그만 당나라 여인의 박물관 이름표엔 ‘시뇽 머리 스타일을 한 밍기 여인(Lady with chignon mingqi)’이라 적혀 있었다. 여기서 ‘시뇽’은 조각에서 보는 것과 같은 헤어스타일이고 밍기(Mingqi. 밍치?)는 한자로 冥器 또는 明器로 혼령품(spirit objects)이라는 얘기이니 갑자기 으시시해졌다. 무덤속에 넣어주는 부장품이니 그 누구가 됐던간에 죽은이를 위한 동반자라는 말도 된다. 하긴 인도의 어느 지방에선 산 여인(죽은 남편의 부인)까지 생매장했으니 당나라의 이런 부장품은 상당히 문명적이다.


무덤 부장품이란 이름땜에 으시시하지만 사실 이 여인의 얼굴과 옷모습을 보면 친근하고 퉁실한 이웃집 보통 아줌마다. 딱보면 얼굴은 전형적인 동아시아 여인네며 몸체와 고개는 겸손한 자세로 왼편으로 향하고 있다. 그 왼편에 누가 있길래? 그녀의 퉁실한  빰엔 보통의 홍조라기보단 무슨 큰 부끄러움을 타는지 아예 빨갛게 칠해 놓았다. 여인네라 꽃무늬 긴 옷을 걸치고 있으며 그녀의 신발코는 우리나라 버선코는 저리가라 할 정도이다. 그때 그 시절 유행이었을까? 유행의 중심 이곳 파리에서 이 당나라 여인은 기메 박물관의 유리전시장 안에서 당나라 여인의 패션과 화장을 겸손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 런던의 한국사람들에게 보여주니


‘와, 최순실이네’하는 파와


‘와, 가수 방실이네’하는 파로 서로 갈려 싸웠다.

난 당나라 현종의 애첩 ‘양귀비’라고 느꼈다(날렵한 그 옆의 여인과 비교해 보라).  최순실을 닮았든 방실이를 닮았든, 이 여인에겐 죽은 누구를 위해 같이 묻힌 무덤보다 박물관이 그래도 더 좋을 듯 싶었다. 그리고 당나라에 묻혔다가 어떻게 서역만리 이곳에 왔을까 생각하니 이 여인의 팔자도 참 기구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찰나 뒤에서 한 프랑스 관람객이 눈치를 주기에 ‘빠이 빠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

‘Lady with chignon mingqi (tomb figure)’

Tang dynasty 8th-9th century CE

Polychrome terracotta, light engobe

높이: 47 cm, Polain donation. MA 6106

§

https://brunch.co.kr/@london/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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