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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Aug 30. 2017

파리에서 아시아를 경험할 수 있는 곳...

프랑스 파리 여행 에세이- 기메 박물관

파리에는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다. 물론 루브르가 이 중에 가장 유명하고 규모도 크며 전세계 유물과 미술품을 모아 놓았지만 파리에 있는 수많은 특색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방문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 피카소 작품만을 모아놓은 피카소 미술관이 퐁피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로댕의 조각작품만을 모아놓은 로댕 미술관도 있다. 지역과 종교에 따른 박물관도 있는데, 이슬람 박물관이 생 제르망 대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특이한 건물로도 유명하다. 또 시대에 따른 박물관도 있는데, 소르본 대학에 가까운 곳엔 중세 박물관이 그것이다.



파리에서 아시아의 유물과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전시하는 ‘기메 박물관’은 에펠탑을 가장 잘 볼수 있는 ‘트로카데로’에 가깝고 ‘빨레 드 토쿄(Palais de Tokyo)’에도 가깝다. 이 박물관은 ‘에밀 에티엔 기메(Émile Étienne Guimet. 1836–1918)’의 헌신으로 세워졌다. 그는 미술품 애호가며 유물 수집광으로 아시아뿐만아니라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이집트 문명의 유물들도 수집했다고 한다. 그러나 파리의 루브르와 협상해 아시아쪽 유물만을 전문적으로 이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아시아, 즉 아프가니스탄과 인도까지 아우르는 범아시아 유물외 다른 문화권 유물은 루브르에 양도하고 대신 루브르의 아시아 유물을 건내받아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직물 산업자본가였던 사뮤엘 코오트올드와 몇몇의 주도로 세운 런던의 ‘코오트올드 갤러리(Courtauld Gallery. 프랑스식으로 ‘코오또’로 발음하는 사람도 있다)’처럼 이 기메 박물관을 세운 에밀 기메도 산업자본가였으며 그의 예술에 대한 정열과 사랑으로 세워졌다. 크게는 문화, 좁게는 미술이나 유물의 수집 보존 전시는 이런 자본가들에 의해 많이 좌지우지 되었다(우리나라의 삼성 리움처럼). 지금은 정부의 문화시책이 많이 영향을 미치지만 이들의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에밀 기메는 인공물감, 특히 진청색인 울트라마린(Ultramarine) 제조로 성공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았는데 후엔 미술애호가로 직접 아시아로 건너 가서 유물을 수집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르네상스 시기 화가들이 사용한 아주 진한 청색을 얻을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수입해 온 ‘라피스 라줄리(lapis lazuli)’를 인공으로 제조해 떼돈을 번 것을 그는 다시 예술품 수집에 투자한 것이다. 그래서 화가들은 이제 비싼 돈주며 ‘바다보다 진한(beyond the sea)’이란 라틴어 뜻인 ‘라피스 라줄리’를 갈아 청색을 얻기보다 이제 더 쉽게 또 더 싸게 청색을 얻을 수 있었다. 라피스 라줄리를 사용한 르네상스 그림은 특히 가톨릭 성화인 ‘성모자(Madonna and Child)’ 아니면 '성모'의 그림에 자주 목격되며 특히 성모의 의상이 순결과 천국을 상징하는 이 청색을 자주 사용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나오는 이 라피스 라줄리를 이용한 청색은 르네상스 이태리뿐만아니라 실크 로드를 타고 중국으로까지 퍼져 ‘둔황 석굴’의 그림에서도 이 라피스 라줄리 청색이 발견된다고 한다. 물론 이 기메 박물관엔 이 청색의 흔적을 볼수 있는 그림은 없지만 대신에 라피스 라줄리의 고향인 아프가니스탄의 유물들, 특히 불상들은 대단히 흥미로왔고 미술사적으로도 중요한 것들이었다. 실크로드 상에 위치해 있었던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의 부분까지 포함해서)은 동서양 문화교류의 흔적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곳임을 이 기메 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석굴암의 불상조각이 간다라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면 이 간다라 미술은 또 그리스 알렉산더 대왕의 인도정복(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까지 포함해)에 의해 그리스 조각의 영향이 있었으므로 그 동서의 중간지점은 아프가니스탄이었고 이 기메 박물관에서 그 흔적을 뚜렷이 볼수 있었다.



이런 중요한 미술사적 흔적을 볼수 있는 기메 박물관을 세운 에밀 기메는 1876년에 프랑스 정부의 공공교육부에 의해 동양의 종교, 특히 불교와 힌두교에 관련된 유물들을 직접 답사하며 수집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을 딴 이 기메 박물관도 그의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 기메 박물관 위층의 중앙엔 원형의 도서관이 있는데 그는 수집뿐 아니라 엄청난 양으로 동양종교와 문명에 대해서도 연구조사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기메 도서관은 프랑스에서 동양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겐 매우 중요한 도서관이라고 한다. 원래의 도서관 자리는 박물관 중앙에 1-2층으로 구성되었으며 오래된 고서들이 서가에 유물처럼 전시되어 나란히 꽂혀 있었으며 도서관 중앙에 큰 불상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들어가는 문 오른쪽 벽에(위에 보이는 그림) 기메의 초상화가 걸려있었는데 댄디한 프랑스 신사의 복장을 한 기메씨가 작은 불상을 들고 조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분의 노력과 열정이 없었으면 이곳에서 동양의 유물들을 볼수 없었을 것이다.



(그림: Émile Guimet in his Museum, by Ferdinand Jean Luigini, 1898)

https://brunch.co.kr/@london/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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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이 기메 아시아 박물관. 작아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크다.

기메 박물관 정면. 마침 일본 '우키요-에'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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