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필독서 - 프레젠테이션 #2
그리스 철학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저서인 "수사학"에서 설득의 3요소로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를 들었다. 쉽게 말하면 에토스란 설득하는 사람의 권위나 카리스마, 파토스란 감성, 그리고 로고스는 이성에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
이 중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MBA 수업 중에 뜬금없이 던져진 교수님의 질문에 학생들은 다들 "로고스"라고 입을 모아 답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로 수많은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한 사람이니 당연히 이성을 중시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아리스토텔레스는 에토스를 가장 중요하게, 파토스를 그다음으로, 그리고 로고스를 가장 덜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사람을 합리적인 사람이 아니라, 합리화하는 사람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법정 드라마만 보아도 이성에만 근거해 이루어져야 할 법정 공방의 경우도, 감정이나 권위에 호소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기업의 의사결정 또한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 이성보다는 감성, 권위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 우리의 프레젠테이션이 나아갈 방향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더 권위 있게 말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감정에 호소할 것인가, 그것도 안되면 어떻게 하면 이성에 호소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에 따라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 하나씩 하나씩 들여다보고 어떻게 하면 실무에 적용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알아보자.
유튜브에서 쉽게 구독자를 늘려 돈을 버는 방법이 있다. 바로 "유명해지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먹방 유튜브를 시작한다고 하자. 이제 막 유튜브를 시작한 먹방 유튜버가 혼자서 핫도그 100개를 먹었다고 하자. 카메라 조작 없이 실제로 해냈다면 정말 볼만한 광경일 것이다. 그런데 같은 날 유튜브를 시작한 연예인이 핫도그 10개를 먹는 먹방을 했다고 하자. 핫도그 10개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천지에 널렸다.
두 사람의 유튜브 방송의 조회수는 불 보듯 뻔하다. 핫도그 10개를 먹은 연예인은 영상 하나로 뉴스에 나오고 수많은 댓글이 달린다. 반면 핫도그 100개를 먹은 유튜버는 처참한 조회수 때문에 이걸 계속해야 하나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SNS에서 성공하는 방법이 유명해지는 것이라니, 닭과 달걀의 문제인 것만 같다. 물론 그래서 너나할 것 없이 유명해지고자 노력을 하는 것이다. 20세기 팝아트의 대가인 앤디 워홀은 "일단 유명해져라.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쳐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SNS 시대를 내다보는 선구안이 아닐 수 없다.
다른 방법으로 에토스를 활용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소위말하는 "전문가"들이다. 텔레비전을 보면 수많은 전문가들이 등장해 자신들의 견해를 내세운다. 때로 던지는 근거 없는 말이나 일방적인 주장도, 전문가라는 타이틀만 있으면 그럴듯해 보인다.
이제 다시 회사의 실무현장으로 돌아와 보자. 중요한 회의가 있고, 회의에서 우리 팀의 의견을 무조건 관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자. 이때 가장 효과적으로 의견을 프레젠테이션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사장이나 임원이 직접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회사에서의 권위는 직위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주어진다. 승진해 본 이들은 잘 알 것이다. 승진한 후에 사람들이 이상하게 자신의 말을 더 경청하고 잘 받아준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또한 같은 말이라도 임원이 하느냐 평사원이 하느냐에 따라 말의 무게가 달라진다.
회사들은 경험적으로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영업사원의 명함에는 실제 직급보다 한 두 단계 더 높여서 직급을 표시해 주는 것이다. 사원보다는 대리가, 대리보다는 과장이 하는 말에 더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이미 그 분야의 전문가라면 말속에 전문성을 녹일게 아니라, 대놓고 전문가임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프레젠테이션의 서문에 관련 경험에 대해서 적어놓거나,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할 때 자신의 전문성에 대해서 어필을 할 수 있다.
낯 뜨겁게 느껴지겠지만 전문가가 얘기하는 것과 비전문가가 얘기하는 것에는 큰 온도차가 있다. 실제로 완벽한 전문가일 필요도 없다. "전문가"라고 인식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문가가 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전문성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프레젠테이션의 청자가 더 전문성을 가지고 있거나,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로 발표자의 전문성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권위에 호소하기가 어려운, 소위 말발이 안 먹히는 경우다.
이럴 때는 다른 방법으로 권위에 호소를 해야 한다. 클래스 101이나 여타 강의 사이트에 가보면, 굳이 내용과 상관없이 정장을 입은 강사의 사진을 썸네일에 넣은 것들이 보인다. 100이면 90은 썸네일에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강사의 사진이 있기 마련인데, 바로 이게 권위에 호소하는 방식이다.
실무 현장에서도 똑같이 적용해 볼 수 있다. 전문가처럼 보이는 의상을 입는 것 하나만으로도 프레젠테이션의 효과는 급상승할 수 있다. 중요한 발표라면 최대한 옷을 차려입는 것.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긴장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적당한 농담을 섞는 것 또한 발표자의 권위를 높이는 방법이다. 특히 팔짱을 낀다던가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은 약자의 방어적인 자세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시선을 회피한다던가, 어색하게 손을 빨리 놀린다던가 하는 것도 권위를 줄이는 방법이다.
제스처 부분에서 한국인들은 서양 사람들을 따라갈 도리가 없는데, 서양인들의 대화 문화 자체에 제스처가 엄청나게 섞여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취하려면 무조건 연습을 해야 한다. 쑥스럽더라도 비디오 녹화를 해서 연습하는 것만이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갖추는 비결이다.
이렇게 권위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봤다. 그런데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회사 내에서 일 잘하는 직원으로의 "평판"을 갖추는 것이다. 일 잘하는 직원으로 소문이 나면 그것만큼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 누구나 그 직원의 말을 경청하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커뮤니케이션에만 몰두하는, "말만 잘하는 직원"이 된다면 처음에는 이야기를 들어주다가도 점점 신뢰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매일 지각하고 회의에도 조는 직원이 말을 한다면 누가 들어주겠는가. 따라서 평판 관리야말로 좋은 커뮤니케이션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