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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카당스 Mar 18. 2024

줄임말(Acronym) 때문에 멘붕 터진 사연

회사에서 자주 쓰이는 약어들

한국에서 은행을 다니던 10년 전의 일이었다. 어린 직원과 우연찮게 밥을 먹다가, "고터 역"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아 무슨 9호선에 있는 역인가 보다 하고 괜히 아는 척을 했더니, 직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속터미널"이라고 고쳐줬다.


그 후로 밥을 먹으면서 계속 어린 친구들이 쓰는 줄임말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버카충" - 버스카드 충전. "JMT" - 존맛탱 (엄청 맛있다는 말이다) 등, 줄임말 강의가 이어졌다. 그때가 10년도 전이라 20대 후반이었는데도 세대차이가 느껴졌다. 요즘에 들었던 최고의 줄임말은 "알잘딱깔센" -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란다.


영어에는 이런 표현들이 없을까?


있다. 엄청 많이. 오늘은 영어에서, 특히 회사에서 쓰는 줄임말에 대해서 알아보자.




휴가 중이라면? OOO!


회사 메신저로 얘기를 나누다가, 어떤 직원이 자리에 안 보여서 어디에 있냐 물었더니, OOO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스템에 에러가 생겨서 이상한 답변을 하나 했더니, Out of offce(부재중)라는 뜻이다. 커피 마시러 나가거나 전화받으러 나간 건 보통 OOO라고 하지 않고, 그냥 She is away(자리에 없다)라고 표현한다. 집에서 근무할 때는 WFH(Work from home)이라고 한다.


대화를 하다가 급하게 자리를 떠야 할 일도 생기는데, 그럴 땐 BRB(Be right back)이라고 해주자. 어디에 가는지까지 자세하게 얘기해 주는 건 TMI(Too much information)일 수 있으니 삼가자. 회의가 연속으로 있을 때는 B2B(Back to back) Meeting이라고 한다. 출장을 연속으로 가는 것도, 고객을 연속으로 만나는 것도 다 B2B이다.


일정과 관련된 약어들도 참 많다. 5시 59분, 퇴근 시간 1분을 남기고 부장님이 일을 맡기면서 EOD(End of Day) Today 혹은 COB(Close of Business) Today까지 달라고 한다. 고민할 것 없다. 그냥 야근하면서 무조건 끝내고 가란 말이다. 반면에 조금 선량한 상사 같으면 ETA(Estimated time arrival)을 달라고 한다. 도착시간이 언제야? 가 아니라, 언제까지 할 수 있냐는 말이다. 뉴진스의 ETA라는 노래 덕분에 이 표현은 전 국민이 안다.


반면 일정을 정할 때 달력에 있는 대로의 날짜와 영업일은 철저하게 구분해야 한다. 달력대로의 날짜는 Calendar Day라 하고, 영업일은 Business Day라고 한다. Business DayBD라고 해서 잘 사용을 하는데, Caendar Day를 CD라고 표현하는 경우는 잘 못 봤다. 아마 보통 회사에서는 BD를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가장 유명한 일정 관련된 줄임말이라면 역시 ASAP(As soon as possible)이 아닐까. 최대한 빨리라는 표현인데 말로 표현할 때는 에이쎕이라고 한다.


전문가는 SME(Subject Matter Expert)


직원 하나가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전부 다 알 수는 없다. 그럴 때 보통 그 분야에 전문가인 직원과 일을 하는데, 이런 전문가들을 SME(Subject Matter Expert)라고 한다.


전문가들답게 역시 숫자로 얘기하길 좋아한다. 인사 전문가라면 HC(Headcount, 직원 수)라던가, FTE(Full time employee, 정규직원 수)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할 것이다. 수치 전문가라면 MoM(Month over month, 월간)라던가 YoY(Year over year, 연간), QoQ(Quarter over quarter, 분기간)와 같이 기간별 비교 수치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올해 3월과 작년 3월을 비교한다면 YoY, 올해 3분기와 2분기를 비교한다면 QoQ를 쓰면 된다.


YTD(Year to Date)과 같은 표현도 자주 쓰이는데, 연 초부터 올해 까지라는 표현이다. 우리 회사의 실적인 YTD 천만 불이었다는 표현은 연초부터 오늘까지 천만 불의 실적을 냈다는 말이다. FYEFinancial Year End를 말하는데, 보통 결산일을 말한다. FY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을 때도 약어들이 자주 쓰인다. FYI(For your information)의 경우 "참고하세요"라는 정도의 표현이 된다. FYR(For your reference)도 쓰는데, FYI가 더 많이 쓰인다. 전혀 모를 때는 IDK(I dont' know), 조심스레 의견을 제시할 때는 IMO(In my opinion), 의견이 좀 강하거나 지금껏 이어진 이야기와 달라서 그 점을 감안해서 들으라고 할 때는 IMAO(In my arrogant opinion)이라고 한다. IMHO(In my humble opinion)이라는 것도 있을까? 보통 약자를 안 쓰고 In my humble opinion이라고 하는데, 잘난 체하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다.


반대로 솔직히 말하면 TBH(To be honest)라는 말은 맨날 쓰인다. TBD(To be decided)라는 표현도 많이 쓰이는데,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표현할 때 쓴다. 회사의 일상적인 영업이나 운영은 BAU(Business As Usual)이라고 표현하는데, 이상하게 BAU로 엄청 많이 쓰이는 표현이다.




이번에는 일할 때 자주 쓰이는 영어 줄임말 표현들을 알아봤다.


사실 이런 표현들은 자주 쓰이지만 일부에 불과하고, 회사마다 제각기 엄청나게 많은 줄임말을 사용한다. 내가 다니는 은행의 경우에는 줄임말 "사전"이 있을 정돈데, 줄임말 사전만 수십 페이지에 달한다. 무슨 프로세스를 도입할 때마다 줄임말을 만들어댔을 뿐 아니라, 기관들도 전부 약어를 쓰다 보니, 약어를 모르면 일을 못할 지경에 달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금감원(금융감독원)은 OCC라 불리는데, 대충 들으면 느낌이 오는 금감원이라는 뜻과 비교하면 단어 자체로는 어떤 내용도 유추해 내기가 어렵다.


이런 표현들을 IMO 굳이 외울 필요는 없다. 자연스럽게 BAU를 통해 익히는 것이 유일하고 또 가장 효율적으로 줄임말을 익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I will be on vacation보다 I will be OOO라는 표현이 더 익숙해지는 날이 올 것이다. THK(Thank you). LoL(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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