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카당스 Mar 11. 2024

회사에서 운율(Cadence) 찾는 이유

회의와 관련된 영어 표현들

새로운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Kick-off meeting,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회의)이 있는 날. 회의 도중 프로젝트 리드가 이렇게 말을 한다.


"Let's create some cadence first"


케이던스? 생소한 단어라 사전을 찾아보니 "리듬"이나 시의 "운율" 등을 뜻한다고 한다.


갑자기 웬 운율을 찾는 걸까. 프로젝트는 포기하고 시라도 쓰려는 걸까?




그놈의 회의, 지긋지긋한 회의


회사에는 참 회의가 많다. 어떤 회의들은 단발성이지만, 어떤 회의들은 주기적으로 한다. 주기적으로 하는 회의를 보통 "Recurring Meeting"이라고 하고, 그 주기를 "Meeting Frequency"라고 한다.


그런데 회사에 꼭 보면 이런 흔한 말보다, 뭔가 멋져 보이는 말을 선호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반복적으로 들어온 "Recurring Meeting"보다는 "Cadence"라고 표현하기를 더 좋아할지 모른다. 즉, Cadence는 반복적인 회의 등을 말한다.


굳이 회의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Regular Reporting"도 Cadence의 한 가지. 이때 주기적으로 보고서를 받고 프로젝트에 계속 참여하는 사람들을 Participant라고도 하지만, "In the loop"이라는 표현을 써보자.


일을 할 때 의외로 삐지는 일이 종종 있다. 특히, 내가 꼭 들어가야 하는 회의가 있는데 나만 쏙 빼고 회의를 하면 그렇게 섭섭할 수가 없다. 그럴 때는 좀 짜증 나는 얼굴로 "Can you keep me in the loop going forward?"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앞으론 나도 좀 껴줄래?"


반면, 지루한 업무에서 빼주면 그렇게 신이날 수가 없다. 낚시꾼한테 반쯤 걸렸다가 운 좋게 풀려난 물고기처럼 신이 나서 도망친다. 그럴 때 "Off the hook"이라고 한다. 반대로 낚였을 때는? "On the hook!"


회의는 꼭 만나서 하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 회의는 더 이상 고리타분한 체리색 가구로 도배된 좁은 회의실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전화로, 화상으로, 때로는 메신저로도 회의는 진행된다.


아무리 인프라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때때로 인터넷 연결이 안 좋거나 이동 중이라 연결이 잠시 끊기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목소리가 끊길 때, "You are breaking up"이라고 표현한다.


목소리만 끊기면 Break up이라 할 수 있는데, 화상회의가 보편화된 요즘엔 아예 말하던 사람이 갑자기 멈춰버리기도 한다. 그럴 땐 "You are frozen"이라고 한다. 움직이지 않으니까 Stop이 들어간 표현을 쓸 것 같은데, 그냥 얼어붙었다고 간단하게 표현한다.


만나서 회의할 때는 발언권을 얻고자 할 때 손을 가볍게 들거나 입을 뻐끔뻐끔 거리면, 대충 사람들이 듣는 시늉을 한다. 그런데 전화회의나 화상회의에서는 조금 어렵다. 그래서 "Can I ask you a question?"이라던가 "Can I say something?"이라고 말하고 주의를 돌리고자 하는데, 해서는 안 되는 표현이다. 마치 부부 싸움을 할 때, 잠자코 듣고 있던 남편이 드디어 폭발하면서 말을 꺼낼 때 쓰는 표현 같다.


굳이 저런 말을 하지 않고 그냥 바로 질문으로 넘어가는 게 훨씬 낫다. 저런 질문들은 별로 Add Value하는 것도 없으니, 안 하느니 못하다. 누군가 동시에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먼저 말하고 싶으면 Sorry to cut you off라고 하면 된다.


결과가 없는 회의는 안 하니만 못하다


어떤 회의들은 "Talking shop"으로 끝나는 경우가 무척 많다. 이렇게 말만 무성하고 결과가 없는 회의는 "Philosophical waste of time"이라고 해주자. 철학적인 시간낭비랄까.


철학적 시간낭비를 표현하는 다른 주옥같은 말이 있다. 바로 "Rabbit hole"이다. 얘기가 답이 안 나오는 방향으로 흐를 때, "We are going into a rabbit hole"이라고 해주자. 보통 얽히고설킨 복잡한 토끼굴에서 토끼를 나오게 하려면 불을 지른다. 그런 화끈한 결정을 "Executive decision"이라고 한다.


그런 회의에 들어가면 탁자에 앉아 시계만 쳐다본다. 1분 1분이 마치 1시간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누군가는 회의록을 써야 한다. 이런 지루한 1분(Minute), 1분(Minute)들이 모이면 "Minutes(회의록)"이 된다.


회의란 주장과 주장이 만나는 자리. 사전에서 주장하다를 검색해 보면 많은 단어가 나오는데, 한글 뜻으로는 모두 "주장하다"이지만 의미와 뉘앙스가 다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싹 정리를 해봤다.


1. Maintain: 입장을 가지면서

2. Contend: 싸우듯이

3. Assert: 당당하게

4. Insist: 고집하며

5. Argue for/against: 논쟁할 때

6. Claim: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장

7. Allege: 범죄 비리 혐의 등

8. Opine: 두려움이나 망설임 없이 의견을 말하다


특히 Opinion에서 파생된 Opine은 비즈니스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이다. 어떤 일에 대해 누군가의 의견을 물을 때, 간단하게 "Can you opine on this please?"라고 말하면 된다.


회의가 길어지자 테이크아웃(Take out) 커피가 간절히 땡긴다. 유럽에서는 Take out보다는 Take away 커피라고 보통 말한다. 회의에서 "Take Away"라고 말하면 회의의 결론이나 해야 할 일들(Action Plan이나 Follow-up)을 의미한다.




오늘의 Take away를 정리해 보자


먼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주기적인 회의의 Cadence를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들이 모이더라도, 회의들은 쉽게 Rabbit hole에 빠지기 십상. 그럴 때는 Executive DecisionOpine하고, 마지막으로 Take Away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면 Off the hook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 03화 말(Talk)을 말해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