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인생

by 마음은런더너

서울 변두리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그 동네에서 졸업하고 적당한 4년제 대학에 입학한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어서 가장 무난한 전공을 선택한다. 남들 다 가는 군대를 다녀온 뒤에도 진로는 생각도, 준비도 못 했기에 떠밀리듯 임용고시를 준비한다. 합격 후 아내를 만나고 아이들을 낳고 기르며 산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삶이다. 이름을 가리고 누구의 인생인지 묻는다면 자기 인생이라고 할 사람이 5만명 쯤 되지 않을까?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전쟁같은 육아와 가사노동 속에 설거지를 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이 인생 참 뻔하다.”

인구통계학적으로 보면 참 뻔하고 평범해보이는 삶이맞겠다. 교사가 전국에 몇십만명 있을 것이고 1인 가구가 많아지고는 있지만 4인 가족은 여전히 정형화된 가족의 대표처럼 여겨진다. 직업과 가족형태 만큼이나 생활 패턴도 뻔하다. 일어나서 밥 먹이고 씻기고 어린이집 보내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한숨 돌리면 하원 시간. 다시 먹이고 씻기고 재운다.

평범한 삶에는 권태가 찾아오기 쉽다. 반복된 일상이 지겹고 의미없어 보인다. 육아나 장시간 노동처럼 내 시간이 확보되지 않는 생활은 더욱 그렇다. 내 인생에 내가 빠진 모순인 것이다.

둘째 아이가 분리수면을 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간 고난의 행군이었다. 원래도 잘 깼지만, 분리수면 이후에는 한번 깨면 좀처럼 달래지지 않았다. 마침 이도 나기 시작해서 그 원인이 분리수면인지 이앓이인지 아내와 고민했지만 당장에 알 수 있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육아는 이런 경우가 많았다. 원인도 모른 채 온몸으로 받아내고 겪어내야 하는 일들. 피로는 권태로 돌아왔고 지금의 삶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조부모의 도움 덕에 아내와 잠시 바람을 쐴 기회가 있어 서울 나들이를 했다. 4시간의 자유를 만끽하고 돌아오는 길에, 드디어 고장난 회로가 작동하기 시작했는지 둘째를 갖기 위해 몸고생, 마음고생한 시간들이 생각났다. 뉴스에서 영아 유기 사건들을 보며 왜 저런 사람들에게는 쉽게 아기가 생기고 우리처럼 간절한 사람들에게는 아이가 생기지 않는지 그 불공평함을 신께 토로하던 시간들.

당연하게 얻지 않았으니 평범하지 않다. ‘오늘도 무사히’ 라는 산업현장에서의 문구는 일상이 일상답게 유지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말해준다. 권태가 끼어들 틈이 없다. 평범한 하루는 감사한 하루이기에 평범하지 않다. 나와 같이 평범한 하루를 살아내는 이들의 일상이 오늘도 무사히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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