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성공하고 싶습니까? 행복하고 싶습니까?
리모트워크의 시대에는 정말 많은 잡무와 일들이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을 잘하던 사람들의 업무경쟁력은 "0"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미팅 로그 쓰는 것, 보고를 위한 보고, Daily 매출 보고를 세일즈 관리가 아닌 큰 관련 없는 기획팀에서 분석한다던지, 전체 문제를 담당 직원이 아닌 팀 전체가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팀 미팅을 하던 일들이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업무 포지션의 책임과 역할도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그런데 또 이런 일이 없어지면, 정말 모두가 불안함없이 100% 리모트 워킹을 하고 싶을까 자문해보자.
리모트워크에선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 최우선 순위인데, 노력하는 모습, 오피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을 팀에게 어필하던 직장인들도 과연 리모트 워킹을 하고 싶을까?
원하는 공간과 시간에 자유를 얻어 회사에 보여주는 시간이 사라지는 대신,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회사의 직원들을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일들, 성과 관리를 위한 일과 업무 체계. 보고와 관리를 위한 일을 주로 하는 업무들. 핵심적인 업무 사이사이를 조율하던 프로세스는 리모트 워킹 시대의 도래와 함께 자동화 또는 디지털 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성실함과 싹싹함으로 어필하던 모모 과장은 이제 더 이상 사내 핵심인재로 인정받기 어려울것이다. 사내정치 전략가들도 이젠 입으로만 일 그만하고 결과로 승부를 해야 한다.
물론, 업무 에티켓과 태도는 보이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리모트 워킹할때는 팀메이트들 간의 신뢰와 지지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진문화, 혁신문화 같고, 스마트한 회사는 리모트 워킹을 할 것 같지만, 아직 Google, Facebook, Apple 은 직원들이 회사에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지내고 싶게 만들기 위해 모든 편이시설, 휴식시설 등을 갖추고 자잘한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회사에서 제공한다. 페이스북은 심지어 HQ 일정 거리 이내 거주하는 직원들에게 보너스도 준다고 한다. 바로 혁신적인 회사들은 물리적인 공간에 “팀이 함께 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문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과 같은 글로벌 테크 회사로 성공하기 위해 벤치마킹하면, 리모트 워킹은 도입은 아예 생각도 안하는게 맞는것 같다.
그런데 구글, 애플 이런 회사만큼 수익 엄청나고, 모든 인재들이 가고 싶어 하고, 직원들에게 그만큼 투자할 수 있는 회사들이 전 세계에,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이런 회사들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일하고 배우고 서로 서포팅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로 부터 받는 스트레스보다 좋은 사람들로 부터 배우고 지지받는 힘이 더 큰 회사들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전 직장인 런던의 미국계 미디어 대기업에서 일할 때, 주2회 리모트워킹을 허용했지만 나는 고작 격주에 1번정도 집에서 일할만큼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 출근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웠고, 회사가 위치한 주변 환경이 꽤 좋았고 회사 시설도 좋고,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또한 집에서 일하는 환경은 좋지 않아서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능률이 높았다.
그러나 현재 회사는 7년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300명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지만 회사 시설은 갈수록 망가지고 (우리 팀은 반지하에 위치해있었다), 회사 문화가 엉.망. 이다.
그리고 지금 회사는 정말 심하게 영국 백인 중심의 문화로 다양성이 부족하다. 이유 없이 불편한 것.
아침에 너무너무 너무 가기 싫은 곳이 지금 직장이었다.
리모트 워킹 시작한 지금이 참 좋지만, 좋은 사람들과 좋은 환경에서 "자율성과 유연성"이 보장된 회사라면 리모트 워킹에서 출퇴근으로 돌아가도 괜찮다.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리모트 워킹에 너무 만족한다. 시간과 환경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율의지는 내 삶을 접근하는 관점을 바꿔주었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엔 회사가 아니라도 '사회생활'을 배울 기회와 채널은 많이 존재한다.
업무에 대한 자율성과 유연함을 스스로 누리고 적용할 줄 아는 스킬을 기르지 못하면 리모트 워킹은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퇴사 말고 리모트 워킹] 매거진에서 수십 번 언급한 내용이라 이젠 지겨울 거다.
그만큼, 리모트 워킹 시대에는 주도적, 자율적 업무 능력이 중요해 질 것이다.
생각만큼 자율성을 가지고 스스로의 시간과 업무 시스템을 컨트롤을 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시킨 대로 정해진 일을 하는 (교육) 방식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 없다. 조금씩 루틴을 만들고 반복하면서 향상시킬 수 있다.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우리가 안해봐서 어려운거지, 루틴부터 시작하면 어렵지 않다. 업무 루틴을 만들고, 내 하루 일과의 루틴까지 만들어 익숙해지면, 하루를 2배로 살 수 있다. 이것이 궁극적인 이상적인 리모트 워킹의 결과이다.
리모트 워크를 지금까지 해오면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바로 이 "루틴"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다.
스스로 내 업무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고, 내 개인의 성향에 맞는 방식으로 생산성에 최적화된 좋은 하루를 설계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이 내 삶의 만족으로 연결되는 것. 이것이 바로 리모트 워킹의 가장 명확한 장점이다.
바로 지금의 리모트 워킹이 풀타임에서 창업가로 옮겨가는 전환 단계 (Transition)로 생각하고 있다.
나는 풀타임 직장인과 프리랜서의 마인드셋이 합쳐져, 일반 회사의 풀타임 직장인이 경험할 리모트 워킹과는 조금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회사일과 개인 프로젝트를 저글링하며 예전보다 2배로 일한다.
나는 풀타임 일을 끝낸 후, 거의 매일 오피스에 남아서 개인 프로젝트를 한다. 물론 풀타임 일이 우선순위기 때문에 풀타임 일에서 성과가 나와야 내가 개인 프로젝트를 하는 데 있어 심적 부담도 덜하다.
그리고 개인 프로젝트를 할 시간이 주어지니, 풀타임 일을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과 동기부여가 생기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준다.
이 글을 보는 고용자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역시 리모트 워킹하면서 사심 품고 딴짓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니까. 그래서 안돼'
그런데 리모트 워킹 안 하고 사심 없이 회사만 바라보고 올인하는 직원보다, 리모트 워킹하는 직원이 개인 프로젝트도 하는데 성과가 더 잘 나온다면? 그래도 허용할 수 없을까?
그건 고용주가 직원의 능력과 역량에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시간'에 지불한다는 관념을 뿌리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회사원이 평생직장을 가지고 회사원으로만 살 수 있을 것인가?
나는 하루를 2배로 사는 시간을 벌어서, 개인 프로젝트, 미래의 사업 준비에 쓰고 있다.
그러나 그 의미 있는 시간이 가족을 위해서 쓸 수도 있고, 나의 배움과 취미생활을 위해서, 또는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할 수도 있다. 물론 투잡을 할 수도 있겠다.
회사일을 통해 일을 넘어선, 한 인생의 의미를 만들어 가는 것.
평생 직장인의 삶도, 의미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리모트 워킹을 시작하면서 포기한 것들이 있다고 했다. 연봉 인상과 승진.
유럽에서 리모트 워킹을 도입한 회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리모트 워킹의 도입으로 약 8% 정도의 비용을 절감했단다. 이는 직원의 연봉협상 시 월급 8%와 리모트 워킹의 베네핏과 교환했다는 뜻인데, 나뿐 아닌 다른 리모트 워킹을 선택한 사람들도 연봉의 일정 부분을 감수했다는 뜻이다. 회사와 고용주도 아직은 리모트워킹이 일종의 "혜택"이라고 생각하기에 연봉책정을 조금 더 낮게 하고 있다는 뜻이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
마지막으로 리모트 워킹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현재 회사와 지금의 업계에 야망이 없다. 즉, 사내 정치, 회사 내 입지나 목소리를 내는데 쓰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내 일만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에서 주어진 목표 이상으로 성과를 달성하고, 내 조건에 적합한 월급을 받으면서 만족한다. 회사에서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요구되는 모든 것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에, 그래서 더더욱 행복하고 만족한다. 나는 일만 하고 싶다. 사내정치는 싫다. 못한다.
반대로 승진과 업계 내 주목받는 리더로 성장하고 싶은 야망이 있다면, 리모트 워킹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10년 후 직장 생태계, 리모트 워킹이 일하는 방식의 주류로 자리 잡는 시대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회사생활도 사람대 사람이다. 사람끼리 하는 일에 어느 한 명이 점점 눈에서 멀어진다면, 마음도 관심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기대치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그 직원의 성과에는 만족하더라도, CEO에게는 리모트 워킹 직원에게 거는 기대는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러나 저러나, 내게는 행복한 직장인이 성공한 직장인이다.
리모트 워킹을 시작하면서, 나 스스로가 내 인생의 가치를 조금씩 만들어 나가고, 회사일과 개인의 삶이 조화로운 루틴을 살면서 행복해졌다. 나는 이미 성공한 직장인이 되었다.
#재택근무 #리모트워킹 #리모트잡
커버이미지/ 마지막 이미지 출처: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