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리더십은 잘 작동하고 있는 걸까?

서툴더라도 성실하게 그 자리를 지켜내는 사람이 리더다.

by 외로우니까대표다

벨빈, 다시 나에게 오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나의 리더십은 잘 작동하고 있는 걸까?”

회사에선 대표로, 팀에선 리더로, 때로는 조력자이자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문득 거울을 보듯 내 리더십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어진 순간이었다.

그러던 찰나, 한 달 전쯤 잊고 지내던 이름 하나가 메일함에 눈에 띄었다. ‘벨빈(Belbin)’.
작년 이맘때에 해외 리더십 진단 툴들을 한창 찾아보던 때, 벨빈코리아에 직접 메일까지 보냈던 기억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검사비가 꽤 부담돼서 조용히 포기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메일 제목에 ‘벨빈 개인 진단 무료 체험 이벤트 참여 신청!’
‘이건 운명인가?’ 싶은 마음에 덥석 신청했고, 운좋게 무료 체험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나를 리더로서 마주할 기회를 얻었다.

진단 유효기간은 2주였고 나는 마감 당일이 되어서야 꾸역꾸역 자가진단을 마쳤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검사의 진짜 묘미는 바로 ‘관찰자 평가’.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본 나의 리더십’을 포함해야 비로소 결과가 완성된다. 솔직히 잠깐 귀찮았다. ‘굳이 남의 평가까지 4명 이상이나 받아야 해?’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래도 무료 진단인지라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우리 회사 직원 다섯 명에게 조심스레 평가를 부탁했다.

다행히 기한 내에 모두 응답을 해줘서, 나의 리더십 보고서가 11페이지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고서를 마주하였는데 나는 또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과연, 나의 리더십은 지금도 건강한가?”


분위기 조성자 그리고 전문가


이번 벨빈 진단은 팀 성과에 기여하는 9가지 행동 유형을 기준으로 내가 팀 안에서 어떤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하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자가 진단 결과, 내가 가장 기여도가 높은 팀 역할은 ‘분위기 조성자’였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우리가 회사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Extended DISC 진단에서도 내 팀 역할은 ‘분위기 조성자’였는데, 이름도 똑같고, 글자 하나 다르지 않게 '분위기 조성자'라니. ‘이 정도면 거의 정체성 인증 아닌가?’ 싶을 만큼 신기했다.하지만 진짜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었다.

5명 관찰자 평가 결과에서는 내 상위 팀 역할이 ‘분위기 조성자(TW)’와 함께 ‘전문가’라고 나왔다. 분위기 조성자는 자가 진단 결과와도 일치하니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전문가라니?

사실 자가 진단에선 ‘전문가’는 그저 ‘잠재 역할’로 분류돼 있었다. 그런데 직원들의 시선에선, 내가 ‘전문가 역할’을 꽤 강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조금은 의외였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어쩌면 내가 ‘리더’로서 보여주려고 애쓰는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부족한데도, 구성원들은 나를 전문가로 본다’는 사실이 고맙기도 하고, 어깨가 조금 무거워지기도 했다. 역시 ‘내가 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는 다른 가 보다.

그래서 리더에게는 혼자 하는 성찰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일도 중요한 것 같다.


리더란 완성된 전문가가 아니라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고 애쓰는 사람


사실 나는 내가 ‘분위기 조성자’라는 사실엔 이견이 없었다.
갈등을 중재하고, 다툼보단 조율을 택하고, 모두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건 어쩌면 내가 가장 자연스럽게 해내는 일 중 하나다. 그래서 ‘분위기 조성자’라는 역할은, 나답다고 느껴져서 오히려 위안이 되었다. 그런데 ‘전문가’라는 타이틀은 조금 달랐다.

전문가는 특정 분야에 깊은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 팀 내에서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독보적인 무언가를 가진 사람 아닌가. 그렇게 보기엔 나는 아직도 매일이 불확실하고, 시행착오의 연속인데...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전문가는, 너무 완벽한 이미지만 떠올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지금의 나는 어떤 ‘완성된 전문가’가 아니라, 매일같이 더 나은 판단을 하려고 고민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려 애쓰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직원들이 나를 ‘전문가’라고 느꼈다면, 그건 아마도 내가 매번 그 진심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바라봐주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결국 리더십이란 건 ‘무엇을 얼마나 완벽하게 잘하느냐’보다, ‘어떤 태도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느냐’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서툴더라도 성실하게 그 자리를 지켜내는 것


이번 벨빈 진단을 통해 내가 새롭게 깨달은 것은, 리더십은 단 하나의 역할로 정리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루는 분위기를 읽고 조율하는 사람이었다가, 다른 하루는 누구보다 집중해서 팀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전문가’의 얼굴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저 역할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팀이라는 무대 위에서 각자의 상황과 맥락에 맞게 ‘움직이는’ 존재인 것이다.

그 역할이 항상 잘 맞진 않더라도, 서툴더라도 성실하게 그 자리를 지켜내는 것. 그게 지금 나에게 필요한 리더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리더가 아니라,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리더로 오늘도 나는 나의 리더십을 점검하고, 다시 길을 잡아본다.

"나의 리더십은 안녕한가?" 그 물음표는 아직 마침표가 되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묻는 그 질문 자체가 이미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첫걸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