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53) - 경남 진주시 이현동의 '하연옥'
강원도에서 아쉽게도 시간의 연이 닿지 않아 포기한 막국수. 그 대체재로 선택한 것이 통영을 향하는 길로 경유한 진주의 진주냉면이었다. 개인적으로 필자에겐 11년 전쯤 사천에서 접한 진주냉면의 추억이 있어,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연인에게도 소개해 주고 싶었던 메뉴이기도 한데. (당시 기억은 분명 '하연옥'이었는데 다시 찾으니 통 나오질 않더라. 어디였나 했더니 현재는 '하연옥 사천점'에서 '하주옥'으로 이름을 탈바꿈한 것 같다.)
서울에도 분점이 있길래 그곳을 먼저 방문해야 하나 했다가, 여행의 연이 닿아 방문한 곳. 듣기론 진주냉면의 명맥이 끊겨 과거의 모습은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진주냉면이라는 키워드로는 가장 유명한 곳이지 않을까 싶다. 교방음식으로도 유명한 진주냉면을 다루는 집, 서진주 인근에 위치한 '하연옥 본점'을 만나보도록 하자.
※ '하연옥 본점'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10:00 ~ 20:30
- 주차 가능. (역시나 유명세 및 크기에 걸맞은 전용 주차장이 여러 구역으로 포진되어 있다. 주차 직원분이 위치를 안내해 주신다.)
- 본관, 별관으로 건물이 2동인데, 본관의 경우 2층이 홀인 테이블식 구조다.
- 화장실은 건물 계단의 화장실 (남녀 구분)
- 진주시 외곽에 위치해 있어, 33번 국도를 타다가 빠지자마자 나오더라. (인근 여행 중 경유지를 삼아 방문하기에 좋겠다.)
- 남은 음식은 포장이 불가한 것이 가게의 원칙.
- 육전이 올라간 화려한 진주냉면. 전통의 방식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필자가 느끼기에 현재의 진주냉면은 화려함과 담백함을 담은 근사한 냉면이다. (진주 교방음식, 과거 연회를 통해 대접하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
- 간은 슴슴한 편으로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의 중간계쯤으로 보면 되겠다.
- 육전 조각이 고명으로 올라가 있어 포만감은 높은 편. (기름진 냉면이기도 하다.)
- 뭐랄까, 푸짐하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 선호할 듯한 냉면. 정말 잔칫상 냉면스럽다.
- 냉면 고명의 육전을 맛봐도 육전이 맛있겠구나라는 확신이 든다.
국도를 빠져나오자마자 도착한 '하연옥 본점'. 역시나 명성에 걸맞게 두 채의 큼직한 건물(본관과 별관)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라. 전용 주차장 또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어, 상당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모양새. 필자의 경우 강원도 삼척에서 통영으로 진입하기 전 경유한 진주로, 4시간가량 운전 후 점심에 더해 휴식의 목적으로도 방문했는데, 이 또한 굿 초이스였다고 할 수 있겠다.
1층엔 고속도로 휴게소보다도 편안한 쉼터가 조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진주시 외곽에 위치한 탓에 여행객들이 자주 방문해서일까? 식사와 함께 한숨을 돌리고 가기엔 아주 최적의 식당이겠다. 덕분에 식후 가볍게 그늘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필자다.
역시나 오래된 집은 볼거리가 많구나. 2층으로 올라가는 길로 보이는 메밀면을 뽑는 국수틀.
시초가 되었을 가게의 옛 모습의 가게 사진까지. 기대가 되는구나. (가장 왼쪽의 분은 현재 카운터를 보고 계신 사장님 같았다.)
그렇게 2층으로 올라왔는데. 이야, 한참이 지난 점심임에도 많다, 많아. 하나같이 냉면을 들이키는 손님들로 보는 필자가 시원해질 정도.
바로 자리를 잡고 앉아 바로 진주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주문했다.
여전할까? 뭣 모르던 시절에 방문한 사천점에서 왜 이리 냉면이 푸짐하고 색감이 아름다운 걸까? 의아해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하구나.
그렇게 주문한 물냉면과 진주냉면이 등장했는데, 여전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들이 홱 뇌리를 스치더라. 실고추, 계란지단, 오이까지. 마치 그리듯, 꾸며낸 듯한 색상이 냉면을 감싼 모양새. 가히 교방음식의 대표주자답구나. 그 위로는 채 썬 육전이 방점을 찍었다.
지금까지 사진에 담긴 음식 중 색감이 좋다라고 느낀 음식 중에서는 손을 꼽을 정도가 아닐까?
필자는 비빔냉면을 선택했는데, 섞지 않은 그대로에서 바로 육전을 집어 비빔냉면 양념 육수에 찍어 한 입. 음, 당시 느꼈던 그 맛이 난다. 무엇보다도 육전, 썰린 일부만 맛을 보았을 뿐인데도, 이 집의 육전, 굉장히 맛있을 것이다란 추측이 가능할 정도. 우둔일지 홍두깨일지 모를, 얇게 포 뜬 고기에 계란옷이 참 적절하게 입혀졌다. 기술적이기까지 하구나. 씹는 맛도 고소한 맛도 일품.
필자의 경우 요 녀석은 비빔냉면 양념에 푹 적셔 먹는 것이 좋더라. 새콤함까지 가미되어 고소함은 더욱 배가되는 느낌이다.
그렇게 진주냉면은 처음인 연인과 함께 후루룩 들이킨 식사였다. 필자의 경우 장시간 운행 직후 바로 식사를 하다 보니, 위가 굳은 탓인지 아쉽게도 술술 넘기진 못했는데. 어찌 되었든 육전까지 올라가 굉장히 포만감이 짙은 냉면이다. 때문에 기름진 냉면, 잔칫상 냉면 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겠다. 물냉과 비냉의 육수의 경우 자극적이지 않은 그윽한 맛인데,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의 중간 정도.
확실한 건 생긴 건 일반 냉면같이 보여도 시큼한 맛의 비중은 아주 약한, 그런 그윽하면서도 은은한 담백한 맛이란 점. 면도 질기지 않은 뚝뚝 끊어지는 메밀면이라 구분이 확실히 지어진다 보면 되겠다.
그래, 무수한 고깃집의 손쉬운 사이드격 냉면 아닌 이것이 진정한 냉면이지. 과연 평양냉면에 대적할 만한 녀석이다.
계산과 함께 가볍게 대화를 건네주신 사장님, 손님들을 위한 시원한 쉼터에 근사한 냉면까지. 제대로 된 고마운 휴게소이자 쉼터 같았던 식당.
진주의 '하연옥 본점'에 관한 이야기였다.
고독한 먹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