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54) - 은평구 역촌동의 '더블쪼끼'
주거지를 이전해 처음 은평구에 정착했을 당시, '마산집'과 함께 필자만 알았으면 하는 집에 속하는 집이다. 전형적인 동네의 터줏대감 호프집의 모습인데, 뭐랄까. 이 집에 앉아 있으면 독특한 구조 탓에 서울 근교의 외진 시골 가맥집, 또는 휴게소에서 술 한잔하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호프집이다 보니 당연히 극상의 음식 맛으로 먹는 것은 아니지만, 먹어보면 나름의 이 집만의 해석 또한 필요한 집이어서 좋다. 그리고 엄청난 가성비.
드디어 소개를 하게 되었구나. 오래 간직한 추억의 장난감과도 같은 호프집, 역촌동에 위치한 '더블쪼끼'를 한 번 만나보도록 하자.
※ '더블쪼끼'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5:00 ~ 23:55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접근성은 낮은 편)
- 테이블식 구조 (일곱 개 정도 되는 테이블 수)
- 입출구가 두 방향으로 트여 있는데, 이 점과 더해 내부의 분위기까지 더해져 시골의 가맥집, 휴게소의 느낌도 난다.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전형적인 동네 주민 애착형 호프. 단골도 상당히 많은 편.
- 호프집이지만 나름의 해석이 필요한 집이어서 좋다. (음식 안주류들이 이 집만의 스타일로 조리되어 나오기 때문.)
- 치킨과 골뱅이무침을 대표로 내세우는 집으로 그 외 안주류도 꽤나 많은 편이다.
- 필자의 경우 치킨, 돈까스, 골뱅이무침, 오뎅탕, 낙지볶음을 접했는데 치킨을 제외하면 모두 이 집만의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
- 현재도 소주는 3,000원, 생맥주 500cc도 3,000원.
- 현재 물가 대비해서 저렴한 가성비인데, 최근 2년간 만난 집 중 유일하게 메뉴 금액의 변동이 없는 집이었다.
- 사장님 내외는 연세가 지긋하신데 욕심 없이 소탈하신 분들인가 보다. 막연히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역말사거리와 역촌사거리 중간 도로변 사거리에 위치한 '더블쪼끼'. 접근성은 상당히 취약한 편이다. 물론 인근 주민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요소로 손님의 지분 9할은 인근의 주민분들이다. 20년 이상 되었다는데, 동네 주민으로 치면 선배인 셈.
여하튼 간 필자의 경우 기쁜 일, 근심, 걱정이 있을 때, 큰 고민 없이 간편한 차림으로 찾아 저렴하게 생맥주를 즐길 수 있어, 이따금 찾는 편인 집인데.
저렴한 가격도 그렇지만 이 집만의 스타일이 있어서 참 좋은 집이다. 먼저 당시 주문한 '더블쪼끼'의 낙지볶음인데, 좋았다. 굉장한 음식 맛보다도 특유의 스타일이 배인 이 집만의 맛이 말이다. 사진이 없어 아쉽지만, 돈까스도 그렇고 오뎅탕도 그러했다. 낙지볶음은 처음이었지만 역시나 들기름향 물씬 배여 매콤하면서도 그윽한 고소함을 주는 맛. 안주로는 참 제격이다. (골뱅이무침 소스 기반인 건지, 시큼한 맛도 아주 미미하게 나더라.)
'더블쪼끼'의 기본 안주도 함께 살펴보자. 땅콩, 간장에 찍어 먹는 마른 김, 마른 멸치까지가 이곳의 기본 안주인데, 뭐랄까. 기본 안주가 참 넉넉하다. 메인을 즐긴 후에 생맥주 안주로는 더할 나위 없는 구성. 가끔 사장님께서 과일을 조금씩 내어주시기도 하는데, 이 또한 이곳만의 매력이자 고마움이지.
그래, 이 집은 욕심이 없는 베푸는 집이다. 그렇게 정의 내린 필자다.
메뉴판만 봐도 느껴진다. 근 2년 동안 변동이 없던 메뉴판.
일전에 사장님이 영업 종료시간이 조금 앞당겨졌다며 양해를 구하신 적이 있었는데, 힘들어 그렇다 하시더라. 모르겠다.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자면, 노년의 시기에 무료함을 위한 운영일지, 오랜 시간 가게와 손님들에 대한 정일지는 모르겠지만, 욕심 없이 현상 그대로 가게를 이어가는 느낌도 들고 말이다. 참, 막연히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여기에서 기인한 게 아닐까 싶구나.
이런 동네 주민을 위한 호프. 그래도 오래오래 변치 않고 가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여하튼 간 당시도 만족스러운 식사(?)이자 저녁의 한 잔이었다. 낙지볶음 역시 안주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소면 역시도 알던 어마한 양으로 등장.
골뱅이무침도 그렇고, 오징어볶음도 그럴 것 같은데, 이곳의 소면은 '적당한'이 아닌 상당한 양으로 나오니 참고하면 좋겠다.
더해 이번엔 낙지볶음, 계란탕의 세트 메뉴로 주문해 함께 나온 계란탕. 계란찜과 계란탕의 딱 중간 정도로 국물까지 있으니 더욱 좋다. 물론 이 역시도 보통 뚝배기 이상의 크기.
그렇게 흡족했던 나름의 저녁도 마무리.
참, 내부만 보자면 필자가 동네인 건지, 서울 근교 어느 시골에 있는 건지 하는 생각도 든다. 더해 깊숙한 느낌의 내부 인테리어로 지금의 날이 밝은지, 어두운 지까지 잊게 되는 집인데. 좋다.
호프에서의 한 잔은 항상 그렇게 마무리되니 말이다.
고독한 먹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