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59) - 경남 남해군 상주면의 '재두식당'
잊지 못할 풍경을 선사해 준 남해. '독일마을'과 함께 해안선을 따라 짧게 방문한 모든 곳곳이 명소였는데. 마지막 남해 여행지였던 '다랭이마을' 방문을 앞두고 늦은 점심을 위해 방문했다. 충무김밥과 마찬가지로 통영 아닌 남해에서 만난 독특한 지역 음식. '재두식당'의 멸치조림쌈밥을 만나보도록 하자.
※ '재두식당'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0:00 ~ 15:00 / 매주 월, 화요일 정기휴무
* 외진 곳인 만큼 재료 소진 및 기타 사유에 따라 마감 시간이 변동이 있을 수 있나 보다. 방문 전 사전에 꼭 문의를 해보면 좋겠다.
- 주차 가능 (식당 앞으로 큼직한 마당 공터에 주차)
-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 (남녀 구분)
- 남해의 1호 '백년가게'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그 외에도 지역 타이틀도 획득 중인 듯)
- 남쪽 지역 특유의 유채나물(겨울초)과 함께 나물 찬들의 맛이 꽤나 인상적이다.
- 재미난 점으로 원산지가 '우리집', 즉 직접 재배한 식재료들로 찬들 전반을 요리하는 듯한데, 그 때문인 듯하다.
- 멸치조림의 경우 꽁치김치찜과 흡사한 맛으로 굉장히 칼칼하다. 갈치조림과는 다른 결의 밥도둑.
- 다만 남도 음식의 특성으로 전반적으로 간이 셀 수 있으니 참고.
의문을 품고 가게를 살펴보는데, 간판의 모습에서 잠시 멈춰 섰다. 재두(장)식당. 만약 떨어져 나간 '장'이란 단어가 여관을 의미하는 접미사 '장(莊)'이라면 별장과 같은 모습을 한 식당의 모습이 이해가 되는구나. 그럼 좀 흐트러진 퍼즐이 맞춰진다.
보니 '재두장식당'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던 것 같은데, 추정이 맞다면 과거엔 숙박업으로도 사용되는 건물이었으나, 지금은 식당만 운영하기에 일부로 제거한 것인가 보다.
참, 가게 곳곳에 적힌 정보들이 따수운 느낌. 멸치조림쌈밥이라는 독특한 음식에 대해서 솔직하게 가감 없이 설명을 해주고 있는 '재두식당'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없는 것 같다라. 마음에 든다. 때문인지 원산지의 '우리집'도 더욱 믿음직스럽구나. 글씨체만큼이나 뭔가 이 집만의 단단함, 올곧음이 느껴진다.
그나저나 조심하자. 필자의 경우 일요일에 방문했는데, 전날인 토요일은 13시에 마감했다고 한다. 14시 반에 도착해 다행히 주문이 가능함을 확인한 필자인데, 정말 다행이다라며 큰 한숨을 쉬었다. 때문에 먼 거리의 외지 여행,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사전 전화 문의의 태도는 필수다.
그렇게 본격적인 입장.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인데, 메인 홀 외에도 또 다른 공간이 이어져 있다.
필자의 경우 멸치조림쌈밥 小짜를 주문. 마찬가지로 독특한 갈릭파전. 늦은 점심으로 저녁은 다른 집을 만날 예정이었기에 아쉽지만 눈에만 담아 봤다. 그렇게 가게를 마저 더 살펴보는데. '백년가게'. 개인적으로는 미쉐린보다도 좋아하는 타이틀이다. 거의 대부분은 가게 만의 내공, 비기와도 같은 독특한 무언가를 품고 있기 때문. '재두식당'은 남해군의 1호 '백년가게'란다.
자, 이후 직원분일지 아드님일지(아마 아드님일 것이다.) 친절한 안내와 서빙으로 기본 찬들부터 등장.
음. 좋다. 서울의 평범하고 뻔한 찬들이 아니어서 좋고 말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여행에 온 기분을 실감하게 하는 것은 기본 찬과 메뉴판이 아닐까? 항상 새로움이 있다. 자 오늘은 무엇이 있을지 살펴보는데. 시금치, 저 빨간 것은 겨울초라고도 불리는, 유채나물이다. (노란 유채꽃의 순 최근 맛있게 만났던 녀석을 이번엔 매콤하게 무친 나물로 만났다. 아니지, 유채김치가 맞겠구나. 그 외에 방풍나물, 어묵조림, 된장고추가 나왔다.
그런데 유채김치도 유채김치지만, 시금치나물. 굉장히 맛있다. 직접 빻은 마늘로 버무린 것도 마음에 들고 말이다. 이것도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만든 찬인지, 인상 깊다. 역시 봄엔 나물이다.
이제 메인 메뉴. 멸치조림 등장. 어린 시절 '꽁치김치찌개'를 자주 접한 필자에겐 꽤나 익숙한 비주얼이다. 안내되어 있는 맛있게 먹는 방법을 따라 우선 큼직한 통멸치만 건져내어 쌈으로 시작.
밥 또한 시금치밥이라는데 좋구나. 필자에겐 딱 들어맞는 취향의 한상. 역시나 백년가게스럽고, 남해와 어울리는 음식과 작은 구성들.
그렇게 맛보는데, 좋지 않을 수 없다. 밥 살짝 조림국물 살짝 얹어 쌈으로 먹는데 진정한 밥도둑. 남해에서 만나는 별미 밥도둑이다. 술도 함께였다면 더욱 근사했겠다. 맛은 익숙한 꽁치김치찌개, 꽁치김치찜과 비슷한 결인데, 조금 더 꼬소롬한 맛이 진하다. 국물의 진함도 강하고 말이다.
보글보글 끓는 멸치조림. 약간의 비린 맛도 허용되지 않는 이들에겐 호불호가 갈릴 순 있겠다. 통멸치의 가시는 씹을만하나 꽤나 단단한 점도 참고. 더불어 전반적으로 간이 세다고 느낄 수 있으니 이 점도 사전에 참고하면 좋겠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남도 음식의 특성이라 한다면 감안하고 맛있게 접할 수준이다. 다음에 또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기장 또는 통영의 멸치회일까?
여하튼 간 맛으로든 서비스로든 전반적으로 좋았던 기억의 집.
생각보다 식당이 많지 않아 귀한 집이었는데, 운영 시간이 변동될 수 있는 점만 유의한다면, 찾아간 당신도 좋은 만남이 될 것이라 자부한다.
고독한 먹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