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사가 현의 도자기 마을 아리타와 3,000년 세월의 신목을 지나 온천두부요리까지. 유니온페이 카드와 떠나는 북규슈 자동차 여행.
도자기 문화를 꽃피운 아리타(有田)의 소문난 명성과 달리 마을은 고요하기만 하다. 고양이가 느릿느릿 걷다가 배를 보이며 눕고, 대로변 안쪽에 자리한 가마 굴뚝에는 연기가 드문드문 올라온다. 도자기에 관심이 없다면 아리타는 그저 시간이 멈춘 세계처럼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이곳이 의미 있는 이유는 조선 도공 도조 이삼평(陶祖 李参平) 선생의 숨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1616년 에도 시대의 영주이던 니베시마 나오시게(鍋島直茂)가 조선 도공 이삼평을 강제로 데려왔고, 그가 이즈미야마(泉山)에서 백자의 원료인 백자광(白磁鉱)을 발견하면서 아리타에서 일본의 첫 도자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 아리타 도자기의 시초이자, 일본 도자기의 역사다. ‘400년 동안 하나의 산을 도자기로 바꾸었다’고 할 만큼 이즈미야마 도석장은 산 허리가 뚝 잘린 채 일부만 겨우 남아 있는데, 여전히 새하얀 살결을 드러낸다. 이삼평 도공을 기리는 신사와 기념비, 묘비가 마을에 있으며, 14대 후손인 가나가에 쇼헤이(金ケ江省平) 부부가 여전히 도자기를 구우며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陶祖 李參平窯(도조 이삼평요)’에는 17세기 초 이삼평이 만든 아리타 도자기를 그대로 재현해 전시하고 있다.
ⓘ 도조 이삼평요 +81 50 1099 9432, 佐賀県西松浦郡有田町幸平2-1-3.
자동차 핸들을 돌리는 곳마다 사가 현의 평온한 시골 풍경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다케오 신사(武雄神社)의 안쪽 샛길을 따라 들어가니 높이 20미터는 족히 되는 대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하늘을 뒤덮은 대나무 위용이 엄청나다. 주변 소음은 사라지고 오로지 대나무 잎사귀의 자작한 움직임만 들린다. 길을 따라 5분 정도 들어갔을까. 3,000년간 마을을 꿋꿋이 지켜온 다케오노오쿠스(武雄の大楠)의 굵직한 뿌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끼와 덩굴에 둘러싸인 나무는 둘레가 20미터, 높이가 30미터에 이른다. 나뭇가지도 30미터 이상 사방을 향해 뻗어 있다. 기둥 가운데에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큰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 천신(天神)을 모신다. 햇빛이 거목의 기둥 사이로 들어오면서 선명한 빛 줄기가 생긴다. 천신이 슬쩍 모습을 드러내다가 이내 그늘로 모습을 감춘다. 눈앞에 마주한 신목(神木)은 거대한 자연을 마주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신비로운 에너지와 벅찬 경이로움을 안긴다. 그저 영험하다는 고목을 보러 갔다가 말 없이 오랫동안 나무를 응시하고 겨우 자리를 뜬다.
ⓘ +81 954 22 2976, 武雄町大字武雄5327.
사가 현을 떠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음식이 있다. 온천수로 요리한 두부 정식. 사가 현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온천 마을 우레시노(嬉野)의 명물이다. 60년 전통의 온천 두부 요리 전문점 사가히라카와야(佐嘉平川屋) 우레시노 시 지점은 일본의 민가의 고재를 재활용한 건축물로, 천고가 높고 외부와 내부가 모두 평면으로 연결되어 전형적인 일본 시골 가옥과 닮았다. 자칫 식사 시간대를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만큼 공간에 비해 테이블이 적은 편. 한쪽에 마련된 판매대에는 히라카와야에서 직접 제조한 두부를 올리느라 분주하다. 도톰한 흰 두부를 오롯이 담은 냄비에 참깨 소스와 각종 채소, 다진 유자와 생강이 함께 상에 오른다. 온천수가 끓어오르면 신기하게도 맑은 국물이 우유처럼 뽀얗게 변한다. 진가는 그 눅진한 맛에 있다. 고기 뼈를 오래 우린 듯한 국물은 담백하면서도 시원하고, 진한 감칠맛을 낸다. 규슈에서 가장 인상적인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히라카와야의 온천 두부 요리다. 후식으로 우레시노 유기농 홍차도 곁들이자. 특유의 신선한 포도향이 입 안을 청량하게 마무리해준다.
ⓘ 우레시노 온천 두부 정식 1080엔(주중), 1350엔(주말), 우레시노 유기농 홍차 250엔, 10am~6pm(마지막 주문 5pm까지), +81 954 43 1241, 佐賀県嬉野市嬉野町大字下宿乙1463.
규슈 여행자 대부분이 온천 여행지로 유후인을 떠올리지만, 규슈 현지인은 사가 현으로 향한다. 평범한 호텔식 건물의 온천이 옹기종기 모인 우레시노가 덜 매력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트륨을 많이 포함한 수질 만큼은 일본 3대 온천수로 꼽힐 만큼 유명하다. 나가사키로 향하기 전 우레시노의 무료 족욕탕인 유슈쿠 광장(湯宿広場)에 들러 피로를 풀자. 마을 주민을 위한 평범한 휴식처 같아도 발을 담그는 순간 온천수의 뜨거운 열기에 놀랄 것이다. 한쪽에는 목조로 만든 증기 족탕도 있다. 증기가 빠지지 않도록 뚜껑을 덮는 것이 좋고, 약 10분 후에 자연스럽게 증기 작동이 멈춘다.
ⓘ 9:00am~8:00pm, 嬉野町大字下宿乙2187-4 嬉野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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