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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Nov 14. 2016

프랑스의 휴일

France Holidays

자동차를 타고 프로방스 최고의 미식을 경험하다. 마르세유에서 시작해 아를, 고르드를 거쳐 엑상프로방스에서 마무리하는 축복받은 대지의 만찬.


Day 1. Marseille

마르세유


프랑스 제2의 도시이자 영화 <택시>를 비롯해 누아르 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등장한 마르세유. 뒤죽박죽 얽혀 있는 도로와 그 위를 난폭하게 질주하는 운전자, 북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이민자의 억센 발음까지. 풍요롭고 느긋한 프로방스의 이미지와 정반대 편에 놓인 이 도시는 수수께끼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백 척의 요트가 정박한 마르세유 구 항구 ⓒ CHÉ

마르세예(Marseillais, 마르세유 현지인)가 자부하는 요리 부야베스(Bouillabaisse)는 항구도시 특유의 거친 환경 속에서 탄생했다. 과거 부둣가의 어부들이 상품성이 떨어지는 쏨뱅이, 흰붕장어, 달고기, 아귀 등을 몽땅 커다란 냄비에 끓인 뒤, 졸여 먹는 요리에서 기원한 것이다. 이 투박한 요리는 프로방스에서 난 최상급 허브와 향신료를 가미해 마르세유를 상징하는 미식으로 자리 잡았다. 구 항구(Vieux Port) 일대에 부야베스 전문 레스토랑이 즐비하지만, 관광객을 겨냥한 곳이 대부분. 기왕이면 차를 끌고 해안 도로를 따라 좀 더 남쪽에 자리한 발롱 데 오페(Vallon des Auffes) 항구로 가보자. 형형색색의 파스텔 톤 가옥이 둘러싸고 있는 아담한 부둣가에 자리한 셰 퐁퐁(Chez Fonfon, 부야베스 1인 53유로, chez-fonfon.com)은 40년 이상 마르세예의 한결같은 지지를 받아온 레스토랑이다. 정통 부야베스를 내는 곳에선 크게 두 가지 순서를 따르곤 한다. 먼저 다섯 종류의 생선을 넣어 끓인 수프가 테이블에 올라오면, 매콤한 루예(rouille) 소스를 얹은 바게트와 곁들여 맛보자. 이어 사프란 향이 깊게 밴 큼지막한 생선살과 감자가 담긴 접시가 나오면 이를 수프에 담가 먹으면 된다. 얼음물에 차갑게 식힌 프로방스산 로제 스파클링 와인은 얼큰하면서도 시큼한 부야베스의 깊은 맛을 제대로 음미하도록 도와준다.

구 항구 남서쪽 끝자락의 언덕에 자리한 파로 정원(Jardin du Pharo)에 오르면 새하얀 요트 수백 척이 빽빽하게 정박되어 있는 항구와 생장 요새(Fort Saint-Jean) 그리고 검은빛 파사드가 눈길을 끄는 지중해 문명 박물관(MuCEM) 등이 어우러진 마르세유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도시가 지닌 다이내믹한 기질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청사 너머에 있는 르 파니에(Le Panier) 지구는 보헤미안풍 분위기로 가득한 동네다. 울퉁불퉁한 자갈길이 깔린 골목 사이로 아기자기한 카페와 숍이 가득 들어차 있다. 올리브나무를 심은 초대형 화분 사이로 다채로운 색감의 노천 테이블을 갖춘 르 카페 데 제피세(Le Café des Épices, 메인 요리 25유로, cafedesepices.com)는 셰프 아르나르 드 그라몽(Arnard de Grammont)이 토끼 고기나 대구살로 조리한 창의적 요리를 선보이는 곳. 캐러멜 소스를 잔뜩 얹은 크럼블은 황홀한 다이닝의 마무리로 제격이다.

파로 정원에서 바라본 마르세유의 전경. ⓒ CHÉ


Day 2. St. Remy de Provence & Arles

생레미 드 프로방스에서 아를까지


마르세유를 빠져나와 A7 고속도로를 따라 북서쪽 내륙으로 질주하면 비로소 프로방스의 평온한 풍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살굿빛 외벽 위로 테라코타 지붕을 얹은 가옥이 드문드문 자리하고, 야트막한 구릉에는 올리브나무와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마르세유에서 약 80킬로미터 떨어진 생레미 드 프로방스에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1년간 머물던 생폴 드 무졸 요양원(Monastère Saint Paul de Mausole)이 있다. 이곳의 병실에서 고흐는 <별이 빛나는 밤> <아이리스> <해바라기> 등 훗날 걸작으로 재평가받는 무수한 작품을 완성했다. 

생레미와 아를 사이에 있는 보 드 프로방스(Baux de Provence)는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간직한 곳으로 꼽힌다. ⓒ CHÉ

고흐에게 왕성한 창작욕을 부여한 생레미의 너른 대지는 현지인에게 올리브와 허브를 선사한다. 프로방스 요리에서 올리브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식자재. 양파 타르트 피살라디에르(pissaladière)부터 채소를 넣어 끓인 스튜 라타투유(ratatouille) 그리고 마늘과 케이퍼, 안초비를 배합한 매콤한 타페나드(tapenade) 소스 등. 프로방스의 셰프는 지역 최고의 올리브 산지 생레미에 경의를 표해야 할지도 모른다. 무지개빛 피튜니아꽃으로 입구를 꾸민 물랭 뒤 칼랑케(Moulin du Calanquet, Vieux Chemin d’Arles)는 지역에서 손꼽히는 올리브유 제조장이다. 이곳에서는 다섯 가지 품종의 올리브유를 포함해 올리브로 만든 소스와 잼 등을 시식해볼 수 있다. 제조장에 딸린 숍에선 올리브로 만든 비누, 올리브나무 도마 등 아기자기한 기념품이 방문객을 유혹한다.

물랭 뒤 칼랑케의 올리브. ⓒ CHÉ

여행자가 아를을 찾는 이유는 대개 고흐의 흔적을 좇거나, 원형경기장(Les Arènes)과 고대 극장(Théâtre Antique) 등 로마 시대의 웅장한 역사 유산을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진정한 미식가라면 가장 먼저 도시 북부의 아담한 정육점 메종 제냉(Maison Genin, maisongenin.com)부터 찾아야 마땅하다. 아를 최고의 별미 소시송 다를(Saucisson d’Arles)을 맛보고 싶다면 말이다. 이탈리아의 볼로냐 소시지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진 다를 소시송은 돼지고기에 당나귀 고기와 쇠고기를 배합하고, 아를 남부의 카마르그(Camargue)에서 채취한 품질 좋은 소금으로 염장해 오묘한 풍미와 식감을 낸다.

정통 소시송 다를을 선보이는 매종 제냉에서 소시지 시식하기.ⓒ CHÉ

고흐가 ‘별이 빛나는 밤’으로 칭송한 아를을 소시지로만 기억하기엔 좀 아쉬울 듯하다. 실제 고흐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한 르 카페 라 뉘(Le Café la Nuit)는 오늘날 관광객으로 우글거리는 탓에 당시의 정취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그 대신 오 브랭 드 튐(Au Brin de Thym, 메인 요리 20유로, 22 Rue du Dr Fanton) 같은 캐주얼한 비스트로에서 낭만적인 밤을 이어가자. 푸짐하게 나오는 에스카르고(escargots, 달팽이)로 입가심한 뒤, 양고기 패티와 염소 치즈를 넣은 버거와 카마르그에서 양조한 블론드 맥주를 홀짝이면서.

고대 유적과 중세 골목이 어우러진 아를의 낭만적인 밤. ⓒ CHÉ




Day 3. L'Isle-sur-la-Sorgue & Gorde

릴 쉬르 라 소르그에서 고르드까지


QM3를 타고 뤼베롱 자연공원(Parc Naturel Régional du Luberon)으로 진입하기 전, 릴 쉬르 라 소르그로 방향을 튼다. 좁다란 강과 수로가 마을 전체를 두르고 있어 ‘프로방스의 베니스’라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인구가 2만 명이 채 되지 않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하지만 일요일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마을 중심의 공영 주차장 앞으로 파리를 비롯해 타 지역의 번호판을 단 차량이 줄을 잇고, 메인 거리인 카트르 오타주(Avenue des Quatre Otages)는 축제장처럼 들썩인다. 유럽의 3대 앤티크 벼룩시장으로 꼽히는 선데이 마켓(Sunday Market, 10am~6pm)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 약 500명의 셀러가 참여하는 벼룩시장에는 빈티지 스티커로 도배한 여행 가방부터 수십 년의 세월을 견뎌온 가구와 레트로풍 테니스 라켓에 이르는 진귀한 물건이 펼쳐지고, 앤티크 애호가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흥정에 나선다. 

쇼핑을 마친 뒤에는 마을 서쪽의 소르그 강 너머에 자리한 미스트랄 비스트로 모데른(Mistral Bistro Moderne, 3코스 요리 29유로, 52 Rue Carnot)에서 점심을 해결하자. 핀란드 인 부인과 프랑스 인 남편이 공동 운영하는 이곳은 매일 마을 시장에서 준비한 신선한 오가닉 식자재로 피스투(pistou, 마늘과 바질을 넣은 야채 수프), 가지를 얹은 타르틴(tartine) 같은 건강한 프로방스식 메뉴를 선보인다.

미스트랄 비스트로 모데른의 가지 타르틴. ⓒ CHÉ

릴 쉬르 라 소르그 동쪽에 있는 고르드는 흔히 프로방스 라벤더 드라이브 여행의 출발지로 삼는 산악 마을이다. 아쉽게도 보랏빛 꽃이 절정에 달하는 한여름이 막 지나간 터라 라벤더 들판은 이미 수확을 마친 상태. 그렇다고 실망하기엔 이르다. 영화 <어느 멋진 순간>의 주인공이 거쳐 간 드라이브 루트를 좇는 여정이 남아 있으니까. 영화 속 런던의 유능한 펀드 매니저 역을 맡은 러셀 크로는 삼촌의 유산으로 프로방스의 와이너리를 물려받고, 이를 찾기 위해 유년기를 보낸 고르드로 떠난다.

해발 600m 산악 지애데 들어서 있는 중세 마을 고르드. ⓒ CHÉ

구불구불한 뤼베롱 협곡의 산악 코스를 몇 차례 지나자, 하늘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아찔하게 산악 지대를 감싼 고르드가 장엄한 모습으로 시야를 채운다. 일단 차를 마을 중심가에 주차한 뒤, 산악 마을을 천천히 거닐어보자. 영화에 등장한 장소를 일부러 찾지 않더라도 산악 지대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고르드에선 미로처럼 얽힌 중세풍 골목을 헤매는 즐거움이 남다르다. 게다가 30분 정도면 마을 전체를 돌아볼 수 있을 만큼 규모도 아담하다. 고르드 산책의 마무리는 가볍게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르 세르클르 레퓌블리캥(Le Cercle Républicain, Rue des Tracapelles)이 제격. 가파른 절벽 위에 자리한 테라스에서 아니스 열매를 넣은 식전주 파스티스(pastis) 1잔으로 목을 축이며 석양이 짙게 깔린 뤼베롱 자연공원의 경이로운 풍경에 감탄해보자.

고르드 인근 보니외(Bonnieux) 마을을 통과하는 QM3. ⓒ CHÉ


Day 4. Aix-en-Provence

엑상프로방스


프로방스 여행의 종착지로 엑상프로방스는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듯하다. 폴 세잔(Paul Cézanne)과 소설가 에밀 졸라(Emile Zola) 등 숱한 예술가가 찬미한 목가적 풍경, 로마 시대의 풍부한 건축 유산, 침샘을 자극하는 빼어난 미식 등 프로방스의 모든 매력적인 요소를 응축한 곳이니까. 출근 시간으로 분주한 평일 아침, 엑상프로방스의 중심가는 느긋한 공기가 흘러 넘친다. 이곳에서 매주 화ㆍ목ㆍ토요일에 열리는 노천 시장 덕분이다. 프로방스의 뛰어난 식자재로 만든 간단한 먹거리와 판매자가 직접 생산한 말린 토마토, 올리브, 자두, 허브, 염소 치즈, 꿀 등 형형색색의 가판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구릉 지대에서는 프로방스 최고의 와인을 생산한다. ⓒ CHÉ

엑상프로방스에서 유일하게 미슐랭 별을 획득한 레스토랑 레스프리 드라 비올레트(L’Esprit de la Violette, 점심 3코스 49유로부터, lespritdelaviolette.com)에서는 셰프 마르크 드 파소리오(Marc de Passorio)의 과감한 실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새하얀 접시를 캔버스 삼은 그는 제철 식자재만 사용해 조리하는데, 평범한 셔벗조차 예술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파리지앵이 마카롱의 새로운 맛을 개발하는 동안, 엑상프로방스 현지인은 칼리송(calisson)에 깊은 애정을 바쳤다. 13세기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서 전파된 것으로 알려진 칼리송은 엑상프로방스는 물론, 프로방스 대다수의 레스토랑에서 식후에 가볍게 디저트로 즐기곤 한다. 메인 거리 쿠르 미라보(Cours Mirabeau)에 있는 베샤르(Béchard, facebook.com/maisonbechard)는 칼리송을 기념품으로 구입하기 좋은 파티스리다.

사실 보르도나 브르타뉴 지방에 비해 프로방스 와인의 평판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단, 엑상프로방스 동쪽, 세잔이 평생에 걸쳐 흠모한 생빅투아르 산(Montagne Sainte-Victoire) 북부에 걸쳐 있는 지대는 예외다.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강한 겨울 바람 미스트랄(mistral)을 생빅투아르 산이 막아주는 덕분에 포도 품종의 수준을 균일하게 관리할 수 있다. 엑상프로방스에 차로 약 30분 걸리는 주크(Jouques)의 한적한 농가 와이너리 샤토 르블레트(Château Revelette, 일요일 휴무, Chemin de Revelette)도 마찬가지. 프랑스의 미식 잡지 <180°C>에서 ‘프로방스의 왕’이라 치켜세운 독일 출신의 페터 피셔(Peter Fischer)가 40여 년 전 프로방스에 정착한 이래,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이용해 최상급 와인을 소량 생산하고 있다. 피셔가 공들여 양조한 시라 품종의 레드 와인은 복잡 미묘한 산미로 호평받는다. 와이너리에서 기분 좋은 시음을 마친 뒤에는 주크 마을 내의 비스트로 루주 갱게트(Rouge Guinguette, 메인 요리 16유로부터, +33 4 4263 7605, Chemin de Citrani)에 들러보자. 아늑한 정원을 갖춘 것은 물론, 소믈리에 출신 주인장이 보유한 와인 컬렉션의 수준 또한 예사롭지 않다. 

와인 향을 확인하는 페터 피셔. ⓒ CHÉ

Captur Life with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프랑스 캡처 라이프 여행에 동행한 소설가 최민석과 영화 제작자 박성준은 20대 때 맺은 인연으로 종종 함께 여행을 다니며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QM3를 타고 마르세유부터 엑상프로방스까지 프로방스 각지역의 다채로운 미식을 만끽했으며, 너른 대지와 산악 구간을 잇는 프로방스의 한적한 도로를 마음껏 질주했다. 고르드로 향하는 뤼베룽 협곡 구간이 가장 드라이브를 즐기기 좋았다는 후문. 두 ‘아재’의 프로방스 미식 기행 경험담은 르노삼성자동차의 온라인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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