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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Jun 13. 2017

산사에서 보낸 이틀-1DAY 월정사



태백산맥이 뻗어내리는 강원도의 깊은 골짜기에는 이름난 사찰이 곳곳에 자리한다. 그중에서도 오대산 월정사와 설악산 백담사는 아름다운 풍광과 오랜 역사 그리고 특별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에디터와 대학원생 그리고 소설가가 각자 1박 2일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보냈다.



Two Days in Two Temples

산사에서 보낸 이틀




내 생애 첫 템플스테이

천년 고찰이라 불리는 평창 월정사. 푸드 전문 프리랜스 에디터 권민지가 월정사 템플스테이를 체험했다. 평소 불교에 관심이 많다는 그녀는 사찰을 찾은 적은 많지만 템플스테이는 처음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찰 앞 전나무 숲으로 유명하다. 2011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최근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하며 더욱 유명해진 숲이다.

불교의 사물(四物) 중 하나인 법고를 울리는 의식은 네 발 달린 짐승을 구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 최남용



Day 1



1:30pm 전나무 숲길 산책하기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 일주문이 자리한다. © 최남용

아름드리 전나무 1,700여 그루가 자라는 월정사 전나무 숲. 템플스테이 첫 번째 일정은 바로 이곳에서 시작한다. 속세의 의복을 그대로 입은 채로 말이다. 휴일을 맞아 울창한 전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숲에 가족 단위 여행객과 등산객이 오간다. 템플스테이의 본격적 시작에 앞서 권민지 에디터는 변경희, 김재부 숲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숲길을 걷는다. 기록에 따르면 이 숲의 기원은 1,000 여 년 전 월정사 앞에 9그루의 전나무를 심은 것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예부터 절 주위에 전나무를 흔히 심었습니다. 곧고 빠르게 자라며 방화(防火) 역할까지 하기 때문이지요.” 김재부 해설사가 설명한다. “속설에는 전나무가 음기를 띠어 산사에서 도를 닦는 스님의 양기를 상쇄해준다고도 합니다.”


물론 숲에 전나무만 자라는 건 아니다. 김재부 해설사가 수풀 곳곳에서 찾아낸 야생화를 가리키며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숲에는 300여 종의 야생화가 자라고 있어요. 이건 노랑무늬붓꽃이에요. 오대산을 대표하는 깃대종이죠. 이 풀은 풀솜대인데, 별명이 지장보살이에요. 숲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구황식물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숲길 끝에 이르자 사찰로 진입하는 첫 번째 문인 일주문이 나온다. 여기에서 오른쪽 길로 꺾어 들어가면 계곡을 따라 뻗은 호젓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전나무 숲길보다 아담하지만 좀 더 비밀스러운 분위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걷다 보면 이제 잠시 속세를 벗어난다는 생각에 살짝 아쉬움이 들지 모르겠다.



3:30pm 사찰 입문

 

불교의 오체투지는 자신을 온전히 부처에게 맡긴다는 의미를 지닌다. © 최남용

수련복으로 갈아입은 참가자들이 서별당에 모인다. 수련복을 꼭 입어보고 싶었다는 권민지 에디터는 만족감을 표한다. 첫 순서는 사찰 예절 습의. 먼저 템플스테이 안내 영상을 관람한다. 영상에 따르면 스님을 만나거나 탑과 법당 앞을 지날 때는 반배를 하고, 경내에서는 양손을 마주잡고 일렬로 걸어야 한다. 공양 중에는 묵언하는 것이 기본. 영상이 끝나자 프로그램을 이끄는 도엄 스님이 사찰 예절을 간단히 설명하고, 오체투지를 시범해 보인다. 인도 출신의 도엄 스님은 한국을 여행하던 중 오대산의 아름다움에 반해 아예 한국에 와서 불교를 공부하고 월정사로 오게 되었다고. “오대산에 온 순간, 천국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인연이 닿아 이곳에 오게 되었다 할 수 있죠. 인도든 한국이든, 문화적 차이가 있을 뿐 불교의 가르침은 똑같습니다.”


스님뿐만 아니라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도 사찰의 하루는 철저히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흘러간다. 기상 시간이 새벽 3시, 취침 시간이 밤 9시인 것은 이때 천문이 열리고 닫히기 때문. 팔각구층석탑을 중심으로 경내를 둘러보자 곧 저녁 공양 시간이다. 참가자들은 들뜬 기분으로 공양간으로 향한다. 오늘 메뉴는 호박·가지 무침 등 나물 반찬과 김치, 김자반에 시레깃국과 잡곡밥. 그릇에 고추장을 넣고 한데 비벼 먹는다. 스님의 탁발 전통에서 기원한 공양은 또 하나의 수행 과정이다. 밥알 1톨까지 싹싹 긁어 먹은 뒤 직접 설거지를 하며 첫 공양을 마무리한다.



6:10pm 저녁 예불

저녁 예불 전, 스님이 법고를 울릴 준비를 하고 있다. © 최남용

 땅거미가 내린 경내에 북소리가 둥둥 울려 퍼진다. 팔각구층석탑이 바라보이는 누각 위에서 스님이 법고를 울리는 중이다. 매일 새벽과 저녁 예불을 시작하기 전 진행하는 사물 울림은 법고와 범종, 목어, 운판을 차례로 치는 의식으로, 이 세상의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누각 아래 서 있는 신도들 틈 사이에서 합장한 채 스님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경건한 기분에 젖는다. 북채를 든 손놀림이 점차 화려해지고, 리듬은 더욱 강렬해진다. 이어서 행자 스님이 범종을 울린다. 깊이를 모를 금속의 울림이 저녁 공기를 서늘하게 가른다.


곧 저녁 예불에 참석하기 위해 누각 맞은편의 웅장한 적광전으로 향한다. 권민지 에디터는 예불에 정식으로 참여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좌복 앞에는 예경문이 놓여 있다. 스님을 따라 반야심경을 읊으니 몇 소절만 읽었는데도 숨이 차오르고, 머릿속의 잡다한 생각이 사라진다. 예불을 진행하는 스님은 1시간이 넘도록 한결 같은 박자와 톤을 유지하며 불경을 읊는다.



7pm 절 한 번마다 염주 1알 꿰기

108배를 하며 염주를 꿰는 수행은 마음을 비워내는 과정이다. © 최남용

백팔염주 꿰기는 절을 한 번 할 때마다 염주를 1알씩 꿰는 108배 수행법이다. 절을 하고 엎드린 상태에서 염주 1알을 꿴 후 일어나면 된다. 각자의 좌복 앞에 108개의 염주알이 담긴 그릇과 실이 놓여 있다. 도엄 스님이 죽비를 내리칠 때마다 절을 한다. 108배의 목적은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이라고 하는데, 절을 반복할수록 그 뜻이 이해가 갈 것이다. 매번 정확히 꿰는 일에 집중할 때 점차 머릿속에서 온갖 잡생각이 사라지니까. 또 모든 참가자가 절을 하고 일어날 때까지 서로 기다려줘야 하므로, 모두가 이 수행을 함께하고 있다는 특별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고요함 속에 누군가의 숨소리와 죽비 소리만 이어진다. 관자놀이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할 즈음, 프로그램 진행을 돕는 직원이 문을 활짝 열자 저녁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마침내 마지막 염주 1알을 꿴 후 매듭을 짓고 각자 자신만의 염주를 완성한다.







8pm 전나무 숲에서 별 관측하기

월정사 전나무 숲은 별 관측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 최남용

초저녁이지만 산사에는 벌써 밤이 깊었다. 내일 아침에 예정된 발우공양을 위해 참가자 모두 식기 준비를 마친 후 전나무 숲 포행을 하러 간다. 스님은 평소 공양을 마친 후 명상 겸 운동 목적으로 포행을 한다고. 오늘밤 포행의 목적은 108배 후 다리근육을 풀어주는 것. 그리고 별을 보는 것이다.

차갑고 청명한 밤공기가 감도는 숲길. 108배를 끝낸 피곤한 몸을 이끌고 걷는 이의 머릿속은 오히려 맑아진다. 길은 고작 몇 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컴컴하다. 조명에 비친 전나무 숲은 낮과 달리 신비롭고 웅장하기까지 하다. 일주문 밖 공터에 이르자 사람들의 입에서 “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탁 트인 하늘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무수한 별이 반짝이고 있다. 그믐달 왼편에는 붉은빛의 금성이 반짝인다. “9시면 조명을 끄니 얼른 오세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권민지 에디터에게 김성환 팀장이 외친다. 방사로 돌아올 무렵에는 이미 사방이 캄캄해진 뒤다. “마음이 단순해지고, 좋은 것만 담아가는 기분이에요.” 권민지 에디터가 말한다. “오늘밤에는 아주 푹 잠들 것 같아요.”



Day 2



4:20am 새벽 예불

사찰에서 매일 세 차례 진행하는 예불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 최남용

 여느 때라면 깊은 렘수면에 빠져 있을 시간. 참가자 몇 명이 새벽 예불을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적광전으로 향한다. 어제 저녁 예불보다 참가 인원이 훨씬 적고 적막한 분위기다. 비몽사몽이라 그런지 뭔가 비현실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스님을 따라 소리 내어 불경을 외며 잠을 쫓는다. 비록 불경의 뜻은 거의 이해할 수 없지만, 암송을 계속할수록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점차 나에게 맞는 암송 톤을 찾아간다. 시간이 흐르고 신도들이 하나둘 적광전을 떠나지만, 몇몇 참가자는 무언가에 홀린 듯 목탁 소리에 맞춰 큰절 올리기를 반복한다. 마치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무수한 죄 그리고 전생에 지은 죄까지 속죄하듯. 어느덧 창호지 너머로 푸르스름한 여명이 밝아오고 새의 지저귐이 들려온다.








6:10am 발우공양에 도전하기

발우공양을 마친 후 정 갈하게 정리한 식 기 . © 최남용

 오늘 아침 공양 분위기는 자못 비장하다. 참가자는 각자 꾸러미 하나를 앞에 둔 채 두 줄로 마주보고 앉는다. 발우공양을 위한 그릇과 수저를 천으로 감싼 꾸러미다. 단무지 1조각으로 그릇을 닦아 음식물을 남김 없이 먹는 발우공양은 스님이 탁발하고 받은 음식을 1그릇에 모아서 먹던 전통에서 시작했다. 도엄 스님의 지시에 따라 발우공양용 그릇 4개를 순서대로 놓는다. 각각 국과 밥, 반찬 그릇 그리고 식기를 닦는 청수물을 담을 그릇이다. “밥을 먹는 동안 묵언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도엄 스님이 말한다.


대망의 설거지 시간. 맨 끝자리의 참가자가 청수물 주전자를 들고 다른 이의 밥그릇에 차례로 부어준다. 1개 남긴 단무지로 밥그릇을 닦은 뒤, 청수물을 국그릇과 반찬 그릇에 차례로 옮겨 담고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 물을 마신다. 그릇 안의 청수물이 완전히 맑아질 때까지 이를 되풀이해야 한다. 다 끝나면 청수물을 공동 양동이에 붓는다. 여전히 불순물이 조금 남아 있다. “원래 스님이 발우공양을 수련할 때에는 청수물에 남은 음식물이 있으면 그 물을 다 함께 나눠 마시게 해요. 오늘은 특별히 봐주겠어요.” 도엄 스님이 인심 쓴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그릇과 수저를 원래대로 정리하고 천으로 매듭을 묶는다. 마치 한 번도 쓴 적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참가자들에게는 분명 기억에 길이 남을 아침 식사였을 것이다.



8am 숲속을 걸으며 명상하기

오대산 선재길은 대부분 평지로 이뤄져 있다. © 최남용

 오대산 선재길은 월정사부터 상원사까지 9킬로미터가량 이어진다. 예부터 스님과 신도가 걸어 다니던 이 길을 따라 밀짚모자를 쓰고 배낭을 메고 소풍 가듯 포행에 나선다. 오늘은 편도 50분 정도 걸리는 섶다리까지 다녀올 예정. 성큼성큼 앞장서 걷던 도엄 스님은 이따금 멈춰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포행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걸으면서 하는 명상을 뜻해요. 계곡물이 맑지요? 가끔 먹을 것을 던져주곤 하는데 물고기가 많이 모인답니다.” 스님의 둥근 얼굴이 아이처럼 들떠 보인다. “사이다 광고 같아요.” 권민지 에디터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영상을 휴대폰으로 담는다. 평탄하던 숲길은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며 점차 험해진다. 머지않아 섶다리가 나온다. 나무 기둥을 세우고 잔가지와 흙을 엮어 만든 임시 다리에서 스님과 다른 참가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섶다리에서 돌아오는 길. 계곡 아래 널찍한 바위에 둘러앉아 다 함께 명상을 하기로 한다. “온몸의 힘을 빼고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으세요. 그런 다음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에 집중하세요.” 도엄 스님의 말을 따라 두 눈을 감자 세찬 계곡물 소리만 들리다가 어느 순간 그조차 들리지 않는 무념무상에 빠진다. 명상의 종료를 알리는 죽비 소리가 울린다. 오랜 시간이 흐른 듯한데, 고작 10분 남짓 지났을 뿐이다. 곧 배낭 안에 챙겨온 보온병과 잔, 한과를 꺼내 야외 찻상을 차린다. “아까 넘어질 때 무슨 생각 했어요?” 도엄 스님이 권민지 에디터에게 묻는다. “힘들다는 생각요. 넘어지면 안 되겠다 싶어 땅만 보고 걸었어요.” “넘어지지 않으려면 걷는 동안 오로지 걷는 행위에만 집중해야 해요.” 이는 포행뿐 아니라 삶의 숱한 상황에 적용되는 진리이리라.



월정사 인근의 계곡에서 명상 중인 도엄스님. © 최남용



Epilogue


1pm 카페라테 마시기

난다나 베이커리의 통밀 빵과 카페 난다나의 음료. © 최남용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끝낸 뒤 경내에 자리한 카페 난다나에 들른다. 여행객이 북적거리는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바로 옆 난다나 베이커리에서 산 견과류 바게트와 무화과 통밀 빵에 카페라테를 곁들인다. 베이커리에서는 달걀, 우유, 조미료를 제외하고 유기농 밀을 사용한다고. 빵은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하고 건강한 맛이 난다. “사찰에서 지내는 동안 믹스 커피만 먹어도 꿀맛이었는데, 카페라테와 빵을 먹을 수 있는 것만 해도 어디겠어요?” 권민지 에디터가 말한다. 푸드 전문 에디터인 그녀에게 이번 템플스테이는 맛에 관한 욕심까지 비우는 과정이었다고. 다음번에는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신청해 좀 더 느긋하게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울창한 나무가 테라스에 그늘을 드리우고, 계곡물은 햇살에 반짝인다. 모두 속세로 돌아갈 시간이다.








Tip 월정사 템플스테이

월정사 1박 2일짜리 휴식형·체험형 템플스테이를 상시 운영한다. 2~3시간 동안 원하는 2개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템플라이프도 신청 가능하다. 6월 3일부터 5일까지는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와 함께 특별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월정사 템플스테이 1박과 알펜시아 리조트 1박으로 구성한 상품이다. 템플라이프 2만 원, 휴식형 템플스테이 5만 원, 체험형 템플스테이 7만 원(가격은 변동 가능).





2DAY 백담사 템플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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