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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Jun 29. 2017

위니페거처럼 여행하기


How to be a Winnipegger

위니페거처럼 여행하기


캐나다 매니토바의 주도 위니펙에서 현지인의 일상을 파고들면 독창적인 건축, 
실험 정신 가득한 뒷골목 아트, 다국적 미식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1 Museum

유리 구름 안에서

캐나다인권박물관은 위니펙에서 상징적인 랜드마크다. ©BEN JAWORSKYJ

정갈하게 재단한 페이스트리를 턱턱 쌓아 올린 듯 보이는 지붕. 위니펙을 관통하는 레드강(Red River) 너머로 보이는 유리 파사드는 거대한 새 1마리가 날개를 폭 감싼 형상이다. 하늘 위로 우뚝 솟은 캐나다 인권박물관(Canadian Museum for Human Rights)은 위니페거(winnipegger, 위니펙 현지인)의 자부심처럼 강력한 첫인상을 안겨준다. 캐나다 인권박물관은 시민의 적극적 모금과 든든한 지지로 2014년 9월 문을 열었다. 박물관 건립에 쏟아부은 비용은 약 3,500억 원, 장장 11년의 공사 기간이 걸렸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권박물관이라는 타이틀로 보상받기에 충분하다.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원주민이 거주하는 위니펙은 과거 수많은 인권 항쟁을 겪어왔다. 선대의 그 투쟁 정신이 세계적 인권박물관을 이 도시에 만들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으리라.



위에서부터 왼쪽은 거대한 설치 작품처럼 박물관을 관통하는 대리석 통로. 오른쪽은 캐나다 원주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관 내부.  아래는 캐나다 인권박물관은 층마다 다채로운 멀티 스크린으로 볼거리를 더한다. ©BEN JAWORSKYJ ©유미정


“1층부터 3층까지는 걸어서, 3층부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죠.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박물관 투어가 될 거예요.” 미디어 홍보를 담당하는 모린 피첸리(Maureen Fitzhenry)가 박물관을 안내하며 말한다. 어두컴컴한 내부로 들어서면 먼저 인테리어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박물관 설계를 맡은 미국 뉴멕시코 출신 건축가는 노출 콘크리트와 대리석, 철근과 벽돌을 보기 좋게 버무려놓았다. 7층까지 지그재그로 올라탄 대리석 통로는 거대한 설치 작품처럼 건물을 관통하며 방문객의 시선을 연신 잡아 끈다. 황금빛 조명을 매입한 대리석 통로를 따라 1층씩 걸어 올라가면 피첸리가 전언한 ‘어둠에서 빛으로 떠나는 여행’이 비로소 와 닿는다. 층마다 다른 주제를 선보이는 전시관은 과거 인종차별이 심하던 캐나다에서 인권 발전의 계기가 된 사건과 변천사를 단계별로 보여준다. 방문객은 전시물을 요리조리 살피거나 원형 테이블 앞에 모여 터치스크린 스크롤을 움직이며 캐나다의 최신 인권 법률을 살피기도 한다. 돔형 극장에서는 원주민 이누이트(Inuit) 문화를 보여주는 서라운드 영상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나이, 국적, 성별을 불문하고 인권에 대해 한마디씩 던진 인상적인 문구는 벽면을 꽉 채운 멀티스크린을 장식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마침내 7층 희망의 타워(Tower of Hope)에 오른다. 시야가 무장해제된 듯 훤하다. 구름을 형상화한 투명한 유리 파사드 덕분에 박물관 안에서는 위니펙 도심을 맘껏 조망할 수 있다. 1층부터 차근차근 둘러본 이라면 이주민 노동자의 땀과 눈물이 담긴 위니펙의 대평원 농업 지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올 터. 캐나다 인권박물관에 하나의 수식을 더 추가한다면 아마도 ‘기승전결이 확실한 박물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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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인권박물관 입장료 16캐나다달러, 10am~5pm,

     수요일 9시까지, 월요일 휴무, humanrights.ca



2 Restaurants

러빙 잇, 잇, 잇

델리카트슨에서의 훈제 고기 샌드위치는 현지인에게 정평이 나있다. ©유미정

“셔브룩 스트리트(Shurbrook Street)는 위니펙에서 가장 핫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동네죠.” 델리카트슨(Delicatessen)의 오너 셰프 존 호크먼(Jon Hochman)이 오픈 주방에서 순식간에 훈제 연어 샌드위치 2개를 완성한 후 이야기를 건넨다. 그의 시선은 점심시간을 맞아 우르르 몰려온 손님들의 빈 접시를 빠르게 훑는다. 호크먼은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전통 유대인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로 위니펙 미식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불러왔다. 델리카트슨의 대표 메뉴 감자 팬케이크는 유대인의 명절 음식인 랏케(latke)로, 감자와 양파를 닭기름에 조리해 달걀과 마초(matzo, 발효 과정 없이 밀가루와 물만 넣어 만든 빵)를 함께 낸다. 바쁜 점심시간에는 훈제 고기와 생선을 넣은 샌드위치가 단연 인기다. 저울에 툭툭 올린 슬라이스 고기는 빵 사이에 채워 넣거나 접시에 수북이 올려 손님 테이블로 배달한다. 빵과 고기, 각종 소스와 채소를 뷔페처럼 펼쳐둔 테이블에서 위니페거는 각자 입맛에 맞는 샌드위치를 조리하기 위해 골몰하기 시작한다. “식자재는 최고 등급이 아니면 취급하지 않습니다. 아주 단순하지만 맛을 좌우하는 기본이죠.” 호크먼이 자신있게 말한다. 오픈 키친 맞은편에는 그의 가족사진이 담긴 액자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가족이 대대로 물려준 맛은 호크먼이 선보이는 요리의 원천. 그는 레스토랑의 성공 또한 언제나 가족의 공으로 돌린다.



세고비아 주인장이 운영하는 브런치 카페 클레먼타인 내부와 클레먼타인의 인기 메뉴 프라이드치킨 토스트. ©유미정


위니펙 미식을 이끄는 스타 셰프를 이야기할 때 애담 도널리(Adam Donnelly)를 빼놓아선 안 된다. 위니펙 출신의 도널리는 아내와 스페인 여행 후, 2009년 젊은이들이 모이는 오스본 빌리지(Osborne Village)에 타파스 레스토랑 세고비아(Segovia)를 열었다. “세고비아를 처음 방문했을 때 도널리를 마법사라고 불렀어요.” 함께 간 푸드 칼럼니스트 마크 그린(Mark Green)이 이야기한다. 그는 위니펙의 최신 레스토랑을 누구보다 발빠르게 찾아다니는 미식계 유명 인사다. 세고비아의 창의적인 타파스는 입맛이 까다로운 전문가도 엄지를 치켜올릴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덕분에 2012년 캐나다 최고의 레스토랑 50곳을 꼽는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저녁 6시 전에 가야 오래 기다리지 않아요. 보통 줄이 어마어마하게 긴데, 그만한 가치는 충분한 곳이에요.” 그린이 넌지시 귀띔한다. 도널리 부부는 최근 다운타운 익스체인지 디스트릭트(Exchange District)에 브런치 카페 클레먼타인(Clementine)을 새롭게 열었다. 세고비아가 위니페거의 주말 저녁을 책임진다면, 클레먼타인은 특별한 브런치로 위니페거의 아침 단잠을 포기하게 만든다. 레스토랑의 테이블은 오전부터 손님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삼삼오오 둘러앉은 이들은 올랑데즈 소스를 잔뜩 끼얹은 에그 베네딕트나 매콤한 프라이드치킨을 올린 오픈 샌드위치를 주문한다. “최근 위니펙에는 독특한 아침 메뉴를 내는 레스토랑이 부쩍 많아졌어요.” 그린이 말한다. 이곳에선 한국처럼 대놓고 “아침 식사 합니다”라는 문구를 걸어두진 않는다. 지하에 숨어든 카페의 경우 건물 앞에 무릎 높이의 작은 입간판을 세워두고 있다면, 주방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다. 위니페거의 아침 식사에서 오가는 은밀한 미식 교류는 오붓하고 여유롭게 맛을 음미하는 모습이다. 하루의 주요 임무를 마친 듯 접시를 싹싹 비우고 빠져나가는 이들의 뿌듯한 미소는 오늘의 아침 식사가 성공적이라는 뜻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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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리카트슨 스모크 미트 샌드위치 9.75캐나다달러, sherbrookstreetdeli.com, 

     클레멘타인 프라이드치킨 토스트 13캐나다달러, clementinewinnipeg.com



3 Nightlife

별이 빛나는 금요일 밤

스칸디나비아 전통 사우나를 재현한 노천 스파. ©THERMEA BY NORDIK SPA-NATURE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을 둘러싸고 선베드에 누운 이들이 신기루라도 찾는 듯 밤하늘을 뚫어지게 올려다본다. 사위는 어둠이 내려앉았고, 이름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별이 깜깜한 하늘에서 빛을 내뿜는다. 노천탕 위로 뜨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두툼한 가운으로 몸을 감싼 위니페거는 종종걸음으로 온탕과 냉탕을 옮겨 다닌다. 서미아 스파(Thermëa Spa)는 다운타운에서 자동차로 30분 남짓 걸리는 외곽에 자리한다. 위니펙에서 가장 최근 문을 연 노천 온천으로, 숲속에 푹 파묻힌 자연 친화적 분위기다. 스칸디니비안 전통 사우나를 재현한 통나무 사우나와 노천탕은 아늑하고 한적하다. 대형 벽난로를 설치한 휴식 공간은 작은 속삭임마저 귀에 거슬릴 정도로 고요하다. 이곳에선 몸과 마음을 어지럽히는 거추장스러운 모든 것을 훌훌 벗고 자연으로 돌아가 적막의 시간을 즐겨야 마땅하다. 되도록 낮보다는 밤이 낫다. 뭉근한 물에 들어앉아 쏟아지는 별을 하염없이 올려다보거나 유칼립투스 향이 진하게 풍기는 습식 사우나에서 아득한 기분을 만끽해보자. 오두막처럼 아담한 건식 사우나에서 몸의 긴장을 푼 다음, 실내 레스토랑에서 무드 있는 저녁 식사를 즐기는 것도 괜찮다. 셰프가 직접 요리한 고급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데, 장소에 걸맞게 유기농 식자재를 활용한 건강식이 주를 이룬다. 현지인은 가운만 걸친 채 자연스럽게 와인을 홀짝이고, 밤이 좀 더 깊어지면 밖으로 나가 다시 뜨끈한 노천탕에 몸을 담근다.


디어아몬드의 시그니처 디저트, 캐러멜 피넛 아이스크림. ©유미정

도시 나이트라이프를 즐기는 위니페거를 따라 나선다면, 펍 크롤로 유명한 익스체인지 디스트릭트를 어슬렁거리게 될 것이다. 그들이 배를 채우기 위해 먼저 들르는 곳은 디어아몬드(Deer+Almond). 이곳의 셰프 맨들 히처(Mandel Hitzer)는 엉뚱하고 기발한 음식을 내는 것으로 위니페거 사이에 소문이 자자하다. 금요일부터 주말 저녁이면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레스토랑이 붐빈다. 히처는 계절마다 제철 생선이나 채소 위주로 메뉴를 바꾼다. 유대식, 이탤리언, 아시안을 뒤섞은 퓨전 요리가 매번 새롭고 독창적이다. 진득한 캐러멜을 부은 피넛 아이스크림은 그만의 특기. 화려한 데커레이션이 절정을 이루는 디저트다. 어시니보인강(Assiniboine River)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에는 디어아몬드가 선보이는 팝업 레스토랑 로아몬드(RAW: almond)를 반드시 들러보자. 세계적 셰프가 의기투합해 매년 겨울 강 위에 이색 레스토랑을 열고 특별한 메뉴를 선보이는데, 미식에 열광하는 위니페거가 겨울을 간절히 기다리는 또 다른 이유기도 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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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미아 스파 46캐나다달러부터, 9am~10pm, thermea.ca, 

     디어아몬드 메인 메뉴 23캐나다달러부터, 11am~2pm(점심), 5pm~11pm(저녁), 85 Princess St.



글. 유미정




캐나다 위니펙 여행 두 번째 이야기

위니펙 여행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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