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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Nov 18. 2017

라이징 포토그래퍼,
캐나다를 사진에 담다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신인 여행 사진가 육성 프로젝트, 라이징 포토그래퍼가 첫 작품을 공개한다. 3명의 파이널리스트가 각자 포착한 온타리오, 앨버타, 브리티시컬럼비아의 풍경은 과연 어떤 매력을 품고 있을까. 캐나다의 경이로운 자연과 유쾌한 일상의 모습을 펼쳐보자.





라이징 포토그래퍼,

캐나다를 사진에 담다






나이아가라를 즐기는 

세 가지 방법


나이아가라폭포 하류 한복판을 혼블로워 크루즈가 항해한다. © 박소현

멀리 하얀 물보라가 등대처럼 피어오른다. 길을 묻지 않아도 폭포를 찾아갈 수 있을 정도다. 마침내 폭포를 마주하는 순간, 초현실적 광경에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이른 아침이지만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표정으로 이 경이로운 자연에 감탄을 표하고 있다. 가방 없이 심플한 차림의 백발 노부부부터 딸이 든 셀카봉에 이 순간을 담는 가족,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는 젊은 연인까지. 인파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그 열기는 더 뜨거워질 것이다.


나이아가라폭포를 좀 더 스릴 있게 경험하기 위한 도전은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왔다. 폭포 정상에서 배럴 통 안에 들어가 그대로 떨어진다거나, 절벽을 타고 내려가 폭포의 뒤태를 감상한다던가 하는. 그렇게 오랜 시간 나이아가라폭포는 경이로운 자태로 인간의 탐험 정신을 도발해왔으리라.


이제 극한의 정신력을 요하지 않고도 나이아가라폭포를 짜릿하게 즐길 수 있다. 혼블로워 나이아가라 크루즈(Hornblower Niagara Cruises)가 크루즈를 타고 급류를 거슬러 올라 세차게 떨어지는 폭포 파편을 뒤집어 쓰는 극적인 경험을 선사하니 말이다. 빨간 우비를 비장하게 동여맨 사람들이 승선을 마치자, 크루즈는 아메리칸 폭포(American Falls)와 브라이덜 베일 폭포(Bridal Veil Falls)를 지나 서서히 마지막 격전지 호스슈 폭포(Horseshoe Falls)로 나아간다. 청록색의 온타리오호는 물 반, 갈매기 반이다. 얼마 후 폭포에서 불어닥치는 바람에 빨간 우비가 정신없이 나부낀다. 물세례를 준비하라는 신호. 마침내 호스슈 폭포를 마주하자,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물줄기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한편으로는 엄청난 수량을 뿜어내는 폭포의 초자연적 자태에 놀라움을 넘어 초연함마저 느껴진다. 크루즈가 뱃머리를 출발지로 돌리고 떨어지는 물이 잦아드니 다시 사람들의 말소리로 소란스럽다. 아마 우리는 모두 같은 경험을 했나 보다.


우비를 입었지만 마법처럼 홀딱 젖은 옷을 햇볕에 말리며 테이블 록 웰컴 센터(Table Rock Welcome Centre)로 걸어간다. 크루즈 선착장에서 테이블 록 웰컴 센터로 이어지는 약 1킬로미터 구간은 아메리칸 폭포와 브라이덜 베일 폭포 그리고 호스슈 폭포를 한눈에 전망할 수 있는 포인트.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이아가라폭포의 변화무쌍한 풍경을 다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해가 서서히 캐나다 영토를 비추는 시각, 온타리오호 위에 무지개가 떠오른다. 흩날리는 물보라를 맞으며 테이블 록 웰컴 센터에 도착한다. 센터 앞에서는 잔잔한 이리호(Lake Erie)의 물이 거대한 말발굽 모양의 절벽을 만나 야수처럼 나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테이블 록 웰컴 센터에서는 또 하나의 짜릿한 액티비티인 저니 비하인드 더 폴스(Journey Behind the Falls)가 기다린다. 이름처럼 이 투어는 호스슈 폭포 뒤편으로 관통한 터널을 따라 색다른 풍경을 경험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절벽을 따라 뚫린 엘리베이터를 타고 46미터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티켓을 확인한 안내 요원이 노란 우비를 시크하게 건넨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130년 묵은 터널에 천둥 같은 폭포 소리가 내리꽂힌다. 터널의 끝. 떨어지는 폭포수와 마주하는 순간, 어마어마한 폭포의 힘에 압도된다. 터널 탐방이 끝나면 야외 전망대에서 나이아가라폭포의 전망을 감상하는데, 나이아가라폭포의 전망과 호스슈 폭포의 측면이 보인다. 옆에서 보니 더욱 거대한 물줄기에서 1만 년이 넘게 흐른 나이아가라의 위압감이 새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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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블로워 나이아가라 크루즈 25.95달러, niagaraparks.com

저니 비하인드 더 폴스 17.3달러, niagaraparks.com




토론토를 즐기는 

세 가지 방법


토론토 아일랜드에서 카약에 오르면 멋진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다. © 박소현

왼쪽부터 토론토의 벽화 명소인 그라피티 앨리(Graffiti Alley). 나이아가라 인근의 관광도시 클리프턴 힐(Clifton Hill)의 야경. © 박소현


토론토는 여행자에게 특별하다. 그 끝을 올려다보자면 목이 아플 정도의 고층 빌딩이 빽빽이 서 있어 막 도시에 들어선 여행자에게 자칫 위화감을 조성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공존해 마치 세계를 이 한 도시에 담아놓은 듯 독특하다.


토론토 아일랜드(Toronto Island)는 토론토니언의 다양함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장소다. 유달리 가을 더위가 쉬이 가시지 않는 일요일 낮 12시, 토론토의 수은주는 섭씨 31도를 찍고 토론토 아일랜드는 짧은 차림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총길이 약 5킬로미터에 달하는 토론토 아일랜드는 본래 온타리오호의 사주(砂洲)였는데, 유실과 퇴적을 반복하고 인공적인 건설을 통해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영국 이주민이 캐나다 땅에 정착하기 전부터 이 지역 원주민이(The First Nations) 휴식처로 이용했다고 하니, 휴양지로서 유서가 깊다.

여느 휴양지와는 다른 점은 마치 디즈니 월드의 어트랙션 ‘It’s a Small World’를 떠올리게 하듯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것.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낮을 틈타 물놀이를 하는 사람,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는 연인, 자전거를 타는 가족, 카약을 타는 사람 중 누구도 얼굴 찡그린 이가 없는 걸 보니 더욱 ‘It’s a Small World’가 생각난다.


오후 5시 30분, 카약에 오른다. 물이 일렁일 때마다 마음을 졸이지만 그것도 잠시, 섬 안에서는 볼 수 없던 풍경을 접하는 재미에 매료된다. 낮은 목재 다리 밑을 통과하기도 하고, 무심한 듯 물 아래서 열심히 물갈퀴질을 하는 귀여운 오리와 속도를 맞춰가며 노를 젖는다. 해 질 녘 노을빛이 부서진 물을 나아가는 것은 황홀 그 자체. 토론토 스카이라인의 야경을 바라보며 토론토 아일랜드에서 의 아쉬운 소풍을 마무리한다.




왼쪽부터 늦은 오후, 햇빛이 반짝이는 토론토의 다운타운. 더 캐머런 하우스의 라이브 무대. © 박소현

나이아가라 브루잉 컴퍼니 (Niagara Brewing Company)의 크래프트 맥주. © 박소현

월요일 밤, 토론토 시내의 퀸스 스트리트(Queens Street)를 걷다 펍에서 들려오는 밴드 공연 소리에 홀리듯 문을 연다. 그곳이 더 캐머런 하우스(The Cameron House)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붉은색 무대에선 4인조 밴드의 공연이 한창이다. 맥주 1잔을 들고 자리를 찾아 앉으니 그제야 무대 앞 사람들과 신기한 인테리어가 보인다. 월요일 밤이었지만 꽤 많은 사람이 자리를 잡고 있다. 퇴근 후 찾은 듯 정장 차림의 남성부터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까지. 왠지 퇴근 후 맥주 한잔하러 온 것과는 다른 느낌을 풍긴다. 곡이 끝날 때마다 아티스트에게 피드백을 주질 않나, 신나는 컨트리풍 노래에 맞춰 남자 2명이 나와 춤을 추질 않나…. 이 작은 공간에서 아티스트와 관객의 소통이 참 자유롭다. 공연이 끝난 후 메인 보컬인 크리스(Chris)가 악수를 청한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팁 자(tip jar)에 마음을 표해본다.


“캐머런에서 인정받았다면 토론토 어디에서건 공연할 준비가 된 겁니다.” 밴드 블루 로데오(Blue Rodeo)의 짐 커디(Jim Cuddy)의 말이다. 더 캐머런 하우스는 1981년 호텔을 인수해 개업한 이래 지금까지 신예 아티스트의 시험 무대가 되고 있다. 블루 로데오, 몰리 존슨(Molly Johnson), 홀리 콜(Holly Cole), 고디 존슨(Gordie Johnson) 등 다양한 아티스트를 낳은 것. 스타를 꿈꾸는 신인의 공연이 매일 밤 열리는 이곳에서 토론토니언은 맥주 1잔과 좋은 음악으로 하루의 피로를 푼다.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파머스 마켓. © 박소현

토론토의 도시 라이프를 즐긴 후에는 차로 약 1시간 30분 떨어진 교외에서 캐나다 시골 풍경을 감상해보자. 온타리오의 남서쪽, 세인트제이콥스는 ‘평화주의(Pacifism)’를 모토로 삼는 메노나이트(Mennonite, 메노파 교도)가 전쟁을 피해 유럽 각지에서 건너와 정착해 마을을 이루고 사는 곳이다. 전통 생활 방식을 고수하는 메노나이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그들이 생산하는 유기농 농산물과 식자재를 살 수 있는 파머스 마켓이 유명하다.


세인트제이콥스 마을의 메노나이트 투어 마차. © 박소현

오전 11시도 안 된 시각이지만 주차장은 이미 꽉 차 있다.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각, 마차 투어에 오른다. 약 9년간 마차를 끌었다는 숙련된 말 2필이 메노나이트 삶의 터전으로 이끈다. 실제로 메노나이트로 생활하는 가이드는 소개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몰아치는 관광객의 질문 공세를 받는다. 현대의 삶에 익숙한 이들에게 전기나 차 없이 생활하는 메노나이트의 생활은 꽤 많은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므로.


횡단보도를 건너 잠시 나아가자 초록 들판이 펼쳐진 마을의 비포장길로 진입한다. 버기(buggy, 메노나이트의 마차)를 끄는 검은 옷차림의 메노나이트를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빗나갔지만, 최소한의 현대 기술만 사용하는 메이플 시럽 추출 과정이나 가축을 키우는 농장을 둘러보는 일은 꽤 흥미롭다. 정오 가까이 되어 돌아온 파머스 마켓에는 1시간 전 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장사진을 이룬다. 모두 출출할 무렵이니만큼 음식 코너마다 대기줄이 길다. 무시무시한 인파를 뚫고 애플 프리터를 사수한 나는 한 캐나다 가족과 합석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유모차에 앉아 있는 어린 손자까지, 3대가 함께한 이 가족은 날씨가 좋아 가족끼리 나들이를 나왔다고 한다. 덧붙여 목요일에는 물건을 사러 나온 메노나이트를 볼 수 있다고 귀띔해준다.

으레 메노나이트라고 하면 현대의 것을 거부하고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곳 세인트제이콥스에만 약 30여 부류의 메노나이트가 있다. 검은 옷과 마차 등을 고집하는 아주 보수적인 메노나이트부터 현대적 옷차림을 하고 휴대폰을 사용하며, 교수, 운동선수, 정치인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진보적 메노나이트까지 다양하다. 때묻지 않은 시골 풍경과 사람 구경이 즐거운 세인트제이콥스. 반나절 방문해도 이곳이 왜 온타리오주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골 마을 중 하나인지 알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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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아일랜드 페리 왕복 7.71달러, 보트 하우스 솔로 카약 대여 1시간 18달러,

                           web.toronto.ca/explore-enjoy/parksgardens-beaches

더 캐머런 하우스 thecameron.com

세인트제이콥스 마차 투어 성인 1인 18달러, 파머스 마켓 7am~3:30pm, stjacobs.com






Rising Photographer

박소현은 여행을 좋아하고 음악과 사진을 사랑하는 감성 직장인이다. 현재 상경 2년째. 가끔 서울말이 툭 튀어나와 깜짝 놀라고 있다. 밥 없이는 여행해도 가끔 한국의 매운맛이 미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 내년 새해는 어디서 보내야 하나 고민 중이다.







supported by FUJI FILM, Canada Tourism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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