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골목 탐방, 안트베르펜 예술 기행, 생태와 예술의 섬 을숙도 등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여행 루트.
여유와 낭만, 예술적 감수성이 짙게 흐르는 도시. 파리의 진면목은 광장에 솟은 랜드마크가 아니라 골목 안 작은 카페의 테라스에서 더 쉽게 발견되곤 한다. 랜드마크 뒤에 숨은 파리의 이야기를 찾아보자.
19세기부터 이어온 프랑스 뷰티 브랜드 불리 1803(Buly 1803)이 최근 르 마레(Le Marais)에 두 번째 지점을 열었다. 나무와 대리석으로 꾸민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캘리그래피 서비스 등 기본 구성은 동일하지만 곳곳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1798년 파리의 전설적 카페를 재현한 그랑 카페 토르토니(Grand Café Tortoni), 일본식 오니기리를 판매하는 나니 코레(Nani Koré)가 함께 자리하며, 비밀의 문 안쪽으로는 앙증맞은 플라워 숍과 로댕의 아틀리에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석고상 정원이 펼쳐진다. ⓘ buly1803.com
12세기에 시작한 전통 시장에서 로컬 치즈를 사고, 스타 셰프 제라르 뮐로(Gérard Mulot)의 페이스트리 숍과 쇼콜라티에의 빈 투 바 초콜릿 전문점 샤퐁(Chapon)에서 디저트를 맛본 다음, 피카소와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부부가 단골이던 카페 드 플로르(Café de Flore)나 레 되 마고(Les Deux Magots)에 들러보기. 미식 투어 전문 업체인 라 루트 데 고메(La Route des Gourmets)의 생제르맹데프레 고메 투어는 2시간 30분 동안 유서 깊은 상점을 순례하며 현지 미식 전문가가 역사와 문화, 지역과 관련된 프랑스 미식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준다. ⓘ 95유로, laroutedesgourmets.fr
13세기 파리 최초의 궁전으로 건축한 라 콩시에르제리(La Conciergerie)는 왕실이 루브르궁으로 터전을 옮긴 후 19세기까지 정치범을 수용했던 곳. 프랑스혁명 때 마리 앙투아네트가 수감됐던 흔적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기병대실이던 1층을 현대미술 전시 공간으로 개방한다. 현재 스테판 티데(Stéphane Thidet)의 전시회 <방향 전환(Détournement)>이 진행 중이다. 1910년 대홍수를 상기시키는 설치 작업으로, 센강에서 끌어온 강물이 콩시에르제리 구석구석을 흐른 후 다시 강에 합류하는 모습을 통해 감옥이던 성의 과거와 현재를 대조시킨다. 9월 초까지. ⓘ 9유로, paris-conciergerie.fr
파리지앵의 나이트라이프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영화 <아멜리에>의 주인공이 즐겨 찾던 생마르탱 운하(Canal Saint-Martin)로 향하자. 운하를 따라 감자칩에 가볍게 맥주나 와인을 즐기는 파리지앵이 가득한 이곳 한쪽 강변에 아프리칸 무드의 카페 겸 바 르 콩투아 제네랄(Le Comptoir General)이 있다. 두꺼운 철문을 열고 샹들리에가 걸린 어두운 복도를 지나면 덩굴식물과 늘어뜨린 조명, 일렉트로닉 음악이 어우러진 이국적 광경이 펼쳐진다. 맥주와 칵테일을 즐기는 현지인의 아지트 같은 곳으로, 바 안엔 작은 정원과 빈티지 부티크도 숨어 있다. ⓘ 모히토 10유로, lecomptoirgeneral.com
① 인천국제공항에서 파리샤를드골국제공항까지 에어프랑스가 직항편을 운항한다. 에어프랑스는 올해 10월까지 서울-파리 노선을 주 3회 추가 운항해 하루 최대 3편의 항공편을 제공한다. 100만 원부터, airfrance.co.kr
② 파리 종합 관광 안내소 공식 웹사이트(ko.parisinfo.com)는 파리의 최신 행사와 레스토랑, 호텔, 축제 등 여행 정보를 제공한다. 론리플래닛 <베스트 프랑스>(안그라픽스, 1만9,000원)는 파리의 주요 명소와 현지인의 문화를 상세하게 안내한다.
ⓘ 취재 협조 프랑스관광청 kr.france.fr / 파리관광안내사무소 parisinfo.com
위부터 쓰레기 매립지를 복원한 을숙도 습지에는 매년 10만여 마리의 철새가 찾아온다. 부산현대미술관 개관과 함께 선보이는 패트릭 블랑의 ‘수직 정원'. ⓒNAKDONG ESTUARY ECO CENTER OF BUSAN METROPOLITAN CITY, MUSEUM OF CONTEMPORARY ART BUSAN
낙동강과 남해가 만나는 지점에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을숙도. 훼손되지 않은 자연 덕분에 한때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였지만, 낙동강 하굿둑이 들어선 이후 그 명성을 잃었다. 하지만 오랜 노력 끝에 을숙도는 다시 도심 속 생태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 기존의 분뇨 처리장과 쓰레기 매립지를 습지로 복원하고 섬 전체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한 것. 을숙도 철새공원은 여름과 겨울 수많은 철새가 찾아오고, 봄이면 노랗게 흐드러진 유채꽃밭으로 관광객이 모여든다. 생태를 회복한 이곳은 올해 예술의 섬이라는 타이틀을 새롭게 추가할 예정이다. 자전거를 타거나 피크닉을 즐기기 좋은 6월 중순 부산현대미술관이 정식 개관하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 뉴 미디어 아트의 연결 고리를 표방하는 미술관의 파사드에는 프랑스의 식물학자이자 아티스트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의 작품 <수직 정원(Vertical Garden)>이 들어선다. 국내에 자생하는 175종의 식물을 식재해 사계절 내내 푸른 신록을 띠는 미술관은 을숙도를 상징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듯하다.
①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까지 국내선 항공편으로 약 1시간 걸린다(7만1,400원부터, flyasiana.com). 김해공항에서 을숙도 생태공원까지는 버스 배차 간격이 길기 때문에 택시로 이동하는 것이 효율적이다(약 1만 원). 을숙도 내에서는 문화회관 근처의 무료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리거나 30분~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셔틀 전동 카트를 이용하자(busan.go.kr/wetland).
② 부산현대미술관은 6월 16일 개관과 함께 <수직정원; Vertical Garden> <토비아스 스페이스; Yourself is sometimes a place to call your own> 등을 포함한 5개의 개관전을 선보인다. 또한 미술관 안에 4,000여 권의 장서를 보유한 어린이예술도서관도 함께 운영한다. busan.go.kr/moca
③ 을숙도에서 차로 10분 거리 떨어진 브라운도트 명지점은 모던한 인테리어를 갖춘 디자인 호텔이다. 깔끔하게 꾸민 객실에서 낙동강의 전경이 내다보인다. 근방에 명지 선창 활어회 센터가 있어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기에도 좋다. 4만5,000원부터, wnhotels.com/browndot/myungji
안트베르펜 바로크 2018은 안트베르펜 최고의 유명 인사인 루벤스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한 문화 축제다. ⓒDENNIS TYFUS, VICTORIANO MORENO, JORIS CASAER, ATHOS BUREZ
바로크의 거장 루벤스(Rubens)부터 아방가르드 패션 디자이너 마르탱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와 앤트워프 식스(Antwerp Six)라 불린 6명의 전설적 디자이너까지. 벨기에 제2의 도시 안트베르펜은 고전과 힙스터 문화를 넘나드는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한 곳이다. 오는 6월 막을 올리는 안트베르펜 바로크 2018(Antwerpen Barok 2018)은 그 매력을 확인하기 좋은 기회다. ‘루벤스가 영감을 주다’라는 부제처럼 루벤스 작품 전시회는 물론 루벤스로부터 영감을 얻은 현대미술 전시와 공연, 도보 투어를 망라하니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어야 한다. 우선 루벤스 생가에 들어선 미술관 뤼벤스하위스(Rubenshuis)에서 여정을 시작하자. 루벤스와 이탈리아 거장의 작품 10여 점을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다.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의 루벤스 갤러리에서는 루벤스 작품을 배경으로 아방가르드 퍼포먼스를 펼치고, 도심 골목에서 바로크 미술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대형 벽화가 비밀리에 하나씩 등장하며 도시의 미감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① 인천국제공항에서 암스테르담 스키폴국제공항까지 KLM네덜란드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한다(102만 원부터, klm.com). 암스테르담 센트랄 역에서 안트베르펜 센트랄 역까지 기차로 약 1시간 20분 걸린다(26유로부터, raileurope.co.kr).
② 안트베르펜 바로크는 6월 1일부터 내년 1월까지 진행한다. 바로크 페스티벌 카드를 구입하면 48시간 동안 축제에 참가하는 모든 전시관과 명소에 입장할 수 있으며, 이벤트 할인도 제공한다. 25유로, visitantwerpen.be/en/barok
③ 트렌디한 자위트(Zuid) 지구의 호텔 필라르(Hotel Pilar). 높은 층고와 자연 채광을 자랑하는 17개 객실을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꾸몄고, 세련된 레스토랑과 라이프스타일 숍도 들어서 있다. 135유로부터, hotelpilar.be
태백산에서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병풍처럼 두른 봉화. 수려한 풍광이 끝없이 펼쳐지고, 천년 고찰과 사대부의 기품이 깃든 고택 등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땅. 첩첩산중에 가려진 탓에 그간 여행지로 딱히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봉화와 주변을 잇는 도로가 속속 개통하고 최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정식 개원하면서 여행자의 발길이 부쩍 잦아지는 중이다. 51.79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자랑거리는 단연 호랑이숲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백두산호랑이 3마리를 거대한 숲에 방사해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 불리는 야생식물 종자 저장 시설인 시드 볼트(Seed Vault)와 2,000여 종의 식물을 식재한 전시원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춰 생태 여행과 휴양을 함께 즐기기에도 이상적이다.
① 동서울터미널에서 춘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 시외버스로 약 3시간 걸린다(2만700원, ti21.co.kr). 춘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국립백두대간수목원까지 농어촌버스로 약 45분 걸린다. 자동차로 이동 시 강원남로의 영월 IC로 나와 영월동로, 88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닿을 수 있다.
②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거울연못, 암석원, 고산습원 등 총 27개 전시원을 비롯해 갤러리, 체험 교육장 등이 들어선 거대 수목원이다. 각 구간은 전기 트램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다양한 테마 프로그램은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다. 입장료 5,000원, 9am~5pm, 월요일 휴무, bdna.or.kr
③ 봉화의 유서 깊은 고택에서 고즈넉한 하룻밤을 보내보자. 조선 후기 문인 강용이 봉화에서 생산하는 춘양목을 아낌없이 사용해 지은 만산고택이 한옥 스테이를 운영한다. 영친왕의 친필 편액이 걸린 서실, 여러 문인이 교류하던 칠류헌 등 역사가 깃든 공간을 예약할 수 있다. 5만 원부터, 054 672 3206, mansan.modoo.at
카타르의 수도 도하가 두바이에 도전하는 중동의 신흥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왁자지껄한 전통 시장
너머로 현대적 스카이라인이 나날이 변모하는 이 도시에 최근 유명 건축 사무소 OMA의 수장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설계한 카타르 국립도서관(Qatar National Library, 사진)이 오픈했다. 도심 서쪽, 대학과 연구 기관이 모인 에듀케이션 시티(Education City)에 들어선 국립도서관은 1,000년 넘은 중동의 고서적과 문서를 포함해 무려 100만 권이 넘는 장서를 소장하고 있다. ‘사람과 책이 공존하는 하나의 방’을 만들고자 한 콜하스의 의도대로, 사방에는 흰 대리석 책장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며 초현실적 풍광을 자아낸다. 중심부에 6미터 깊이로 조성한 헤리티지 컬렉션은 지하 신전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하는 곳. 여기에 전파식별(RFID) 기술을 활용한 셀프 체크인과 체크아웃, 인터랙티브 스크린, 자동 수송 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이 방문객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① 인천국제공항에서 도하 하마드국제공항까지 카타르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197만 원부터, quatarairways.com
② 카타르 국립도서관은 레스토랑과 카페, 이벤트 공간도 갖추었다.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하고, 금요일에는 오후 4시에 오픈한다(qnl.qa/en). 올 연말에는 장 누벨이 설계한 카타르 국립미술관이 문을 열 예정이다(qm.org.qa).
③ 도심에 즐비한 럭셔리 호텔이 부담스럽다면 K108 호텔(K108 Hotel)을 대안으로 택하자. 모던한 분위기의 부티크 호텔로, 무료 미니바를 제공하는 객실과 루프톱 수영장, 레스토랑을 갖췄다. 이슬람 미술관, 전통 시장 수크 와키프(Souq Waqif) 등 도하의 주요 명소와 가까운 위치도 장점. 250카타르리얄(약 7만4,000원)부터, k108ho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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