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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Aug 15. 2018

제주 남조로 자동차 여행



제주 남조로 자동차 여행


전기 자동차를 타고 1118번 지방도를 달린다. 제주 함덕에서 교래, 송당을 지나 남원읍 수망리에 이르는 길 위엔 곳곳에 푸르른 자연과 그것을 지키는 삶이 가득하다. 제주 내륙에서 전기차를 타고 즐긴 친환경 액티비티 여행.









Best for Playing

멘도롱장

멘도롱장에는 손 그림이 그려진 에코 백, 뜨개팔찌, 수제 쿠키 등 핸드메이드 제품이 주를 이룬다. ⓒ 김주원

 제주 시내를 벗어나 섬을 1바퀴 빙 두르는 해안도로 동쪽에서 드라이브 여행을 시작한다. 에메랄드빛 함덕 바다 안에는 여름을 즐기는 여행자가 가득하다. 바다의 황홀함 앞에서 넋을 놓고 바라보는 이, 풍경 속에 이미 몸을 던진 사람, 나무 그늘 아래 텐트를 치고 느긋하게 쉬는 캠핑족까지. 날씨가 화창한 일요일 오후라면 여기에 한 가지 풍경이 더 추가된다. 일주일에 한 번 제주의 소규모 셀러가 모이는 플리마켓, 멘도롱장이다.

 

함덕 바다와 서우봉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너른 잔디밭 위에서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호기심에 이끌린 눈동자가 쉴 새 없이 굴러간다. 돗자리나 캠핑 의자에 앉아 손님과 대화를 나누는 셀러들은 마치 소풍을 나온 것처럼 보인다. “제주에서 원목 가구 공방을 하고 있어요. 여기 있는 물건은 취미로 만든 거예요.” 목공방 웜우드의 양영훈 대표가 아카시아나무를 깎아 만든 조명을 가리킨다. “마켓에서 큰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홍보가 목적이에요. 질 좋은 원목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나누고 싶어서 나왔어요.” 그가 만든 물건처럼, 멘도롱장에는 손 그림이 그려진 에코 백, 뜨개팔찌, 수제 쿠키 등 핸드메이드 제품이 주를 이룬다. 태양의 고도가 낮아질수록 멘도롱장의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는다. 함덕의 잔디밭에선 여름 내내 축제 같은 일상이 이어질 예정이다.



ⓘ 멘도롱장 4~10월 1pm~4pm(6월 말부터 4pm~7pm, 인스타그램 공지 확인), instagram.com/mendolong_market




SIDE TRIP

함덕뮤직위크

멘도롱장이 파하고 나면 여름 바다의 뜨거운 밤을 즐길 시간. 매년 7월 함덕서우봉해변에서 다양한 여름 축제가 펼쳐진다. 곶자왈 보전 매입 기금 마련을 돕는 록 페스티벌 ‘스테핑스톤 페스티벌(7월 13~14일)’, 남미 춤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제주 라틴 컬처페스티벌(7월 20~22일)’ 등을 만나보자. 








Best for Local Food

아끈식당

제주의 신선한 제철 식자재를 활용해 요리한 아끈식당의 음식. 아끈식당을 이끄는 이창균·정연화 부부. ⓒ 김주원

조천읍 신촌리에 올해 초 아끈식당이 문을 열었다. 잔잔한 바다 앞 오래된 집을 개조해 테이블 서너 개를 둔 이곳은 바닷마을의 풍경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있다. ‘아끈’은 제주 방언으로 ‘작다’는 뜻. 손뜨개 커튼을 단 창문, 중앙의 작은 감귤 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양귀비 1송이 등 아기자기한 소품이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담한 공간에서 제주 식자재를 이용한 다양한 브런치 요리를 낸다. 제주에서 만나 살림을 꾸리게 된 신혼부부 이창균·정연화 씨가 이곳의 주인이다.


식전 빵으로 준비된 바삭한 허브 토스트가 입에 군침을 돌게 한다. 곧이어 예쁘게 플레이팅한 샐러드와 파스타가 상에 오른다. 구운 채소 샐러드 위엔 부드러운 쇠고기 부챗살을 얹고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로메스코 소스(romesco sauce)에 우도 땅콩을 넣은 고소한 소스를 곁들였다. 먹기 좋게 손질한 제주 딱새우와 루콜라를 넣은 올리브유 파스타는 각 식자재 고유의 맛을 풍성하게 끌어낸다. 모두 남편 이창균 씨의 솜씨다. 결혼 전까지 서울 서촌의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근무했던 그는 간결함이 특징인 일본식 프랑스 요리를 배웠고, 지금은 제주의 제철 식자재를 활용해 요리한다. 봄에는 ‘천혜향으로 매리네이드한 닭가슴살을 얹은 크림 리소토’와 ‘제주 옥돔 먹물 리소토’를 메뉴에 넣었다. 성게로 만든 새로운 요리를 여름 메뉴로 구상 중이다.


“자랑 하나만 해도 될까요?” 주방에서 요리를 하던 이창균 씨가 홀에 나오더니 멋쩍은 듯 웃으며 이야기한다. “이탈리아 할머니 두 분께서 오신 적이 있어요. 저희 집 파스타를 드시곤 한국에서 이렇게 잘 삶은 파스타 면은 처음 드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창균 씨의 말처럼 가는 면 페델리니(Fedelini)를 사용한 아끈식당의 파스타는 다 먹을 때까지 알덴테(al dente)를 유지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문 후에 면을 삶기 때문이다. 맛있는 식당이 속속 들어서는 제주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부부가 택한 방법은 그저 ‘정성을 쏟는 것’. 요즘 보기 드문 정직한음식은 피로가 가득한 삶에 작은 위로와 기쁨을 준다. 편안한 미소를 지닌 두 부부의 모습처럼 말이다. "보시다시피 작은 식당이에요. 많은 사람이 오기보단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연히 들어와서 먹고, 맛있다고 느끼는 식당이 되면 좋겠어요.”


ⓘ 아끈식당 제주 딱새우 루콜라 파스타 1만5,000원, 11:30am~9pm, 010 8600 0625, 제주시 조천읍 신촌북2길 31-3. 








Best for Trekking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 지대에 조성한 교래자연휴양림에서 트레킹하며 듣는 숲 해설. ⓒ 김주원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숲의 입구를 들여다본다. 빽빽한 나무 사이 찢어진 틈 같은 좁은 통로에 제주의 속살이 드러난다. 초록 잎과 나무 덩굴, 이끼가 덮은 검은색 암석이 뼈와 살, 혈관처럼 얽히고설켜 거대한 유기체를 이루는 듯하다. 온통 푸른빛으로 채워진 세상 안으로 조심스럽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색깔과 공기, 소리 등 모든 것이 점점 더 선명한 초록으로 물든다. 나무와 돌, 그러니까 제주 방언으로 ‘곶’과 ‘자왈’이 마구 섞여 있는 모습의 숲 ‘곶자왈’. 제주도 동부·서부·북부에 걸쳐 넓게 분포하는 곶자왈 지대 중에서도 남조로가 통과하는 동북 면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곶자왈 체험을 할 수 있는 휴양림이 조성돼 있다. 300만 제곱미터가 넘는 지대에 자리한 교래자연휴양림이다.


“교래자연휴양림의 특징은 숲에 전혀 손을 대지 않는다는 거예요. 가령 태풍이 와서 나무가 쓰러진다고 해도 일으켜 세우거나 치우지 않습니다.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놓아두는 것이죠.” 오늘 함께 숲을 걸을 문정순 해설사는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낸다. “바위 사이사이에 있는 숨골을 통해 여름에는 찬 바람이,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들어와 늘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합니다. 그래서 곶자왈은 사시사철 푸른 아열대식물과 온대식물인 활엽수, 고사리 같은 한대식물이 어울려 사는 전 세계 유일한 숲이죠.” 어느새 그녀의 주위에 여러 사람이 모여들어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보다시피 굉장히 많은 덩굴이 나무와 얽혀 있어요. 나무에 피해를 주는 것 같지만, 태풍이 잦고 땅이 얕은 제주에선 이들이 얽히고설켜 서로를 지탱해주는 거죠.”



교래자연휴양림 산책로. ⓒ 김주원

교래자연휴양림의 산책로는 폭이 좁고 험한 편이다. 그만큼 숲의 생채기를 최소화하고, 자연에 가까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뜻. 원시림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자갈길 위에는 지난봄 숲을 화사하게 물들였던 때죽나무 꽃잎의 잔해가 그대로다. 여름엔 온통 초록 일색인 숲은 봄엔 각양각색의 야생 꽃으로, 가을엔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겨울엔 새하얀 눈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곶자왈은 언제라도 당신을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어떤 계절에 와도 곶자왈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언제나 제 모습을 내는 솔직함이 곶자왈과 제주의 아름다움일지도 모르겠다.


ⓘ 교래자연휴양림 입장료 1,000원, 숲 해설 무료(사전 신청 필수), 7am~4pm, jeju.go.kr/jejustoneparkforest














SIDE TRIP

제주돌문화공원

교래자연휴양림은 제주의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신화’를 테마로 조성한 제주돌문화공원과 함께 자리한다. 휴양림에서 곶자왈을 거닌 뒤 돌문화공원에서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직접 경험해보자. 돌문화공원 내 전통 초가 마을 돌한마을에서는 석공예, 천연 염색, 전통 목기, 가죽공예, 금속공예 체험을 할 수 있는 ‘돌한마을 문화예술 체험방’을 운영 중이다. 








Best for Farm-experience

아침미소목장

아침미소목장 한쪽에 주르르 서 있는 밭담은 관광객의 사진 촬영 포인트다. ⓒ 김주원

 제주 최초의 젖소 목장이자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에 위치한 친환경 목장을 찾아가는 길. 무성한 잡초와 들꽃이 뒤엉킨 들판 사이, 울퉁불퉁 손질되지 않은 길을 달리는 게 쉽지만은 않다. 차 1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도로를 느릿느릿 달리기를 오래, 아무것도 없을 것 같던 허허벌판 위에서 자그마한 젖소 목장이 나타난다. 찾아오기 힘든 곳인데도 목장 안에 꽤 많은 사람이 있다. 너른 풀밭 언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커플,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는 아이들, 치즈 만들기 체험을 하는 가족 여행객 등. 젖소가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목장곳곳에는 돌담이나 나무 의자, 깃털 등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한 소품도 보인다.


아침미소목장의 수제 요구르트. 아침미소목장 대표 이성철. ⓒ 김주원
목장의 초원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는 어린 젖소들.  ⓒ 김주원

“맛이 어때요?” 평일엔 체험 공간으로, 주말엔 카페로 사용하는 작업장 안에서 이성철 대표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작은 요구르트 병을 건넨다. 그의 요구르트는 달지 않고 담백하며 감칠맛이 배어 있다. 집에서 만든 것처럼 첨가물 없이 순수하고 깊은 우유 맛이다. 정말 맛있다는 대답에 그는 “다른 목장에서 같은 레시피로 만들어도 절대 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며 자랑한다. 아침미소목장에서 기르는 젖소의 수는 약 100마리. 같은 면적의 다른 목장이면 보통 400마리 정도를 키운다고.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전원생활을 즐기며 자란 건강한 젖소가 만든 우유는 맛과 영양이 다를 수밖에 없다. 1975년 처음 문을 열고 우유를 생산하던 아침미소목장이 체험형 목장으로 변신해 개방한 것은 2007년. 그때부터 만들기 시작한 요구르트와 치즈, 아이스크림은 어려웠던 목장 운영에 활기를 되찾아줬다.


“예전에 200여 개 정도였던 제주의 젖소 목장이 지금은 33곳만 남아 있어요. 그 목장들은 저희의 경쟁자가 아니라 동료입니다. 그들과 함께 요구르트, 치즈 등 제주를 대표할 유제품을 개발 중이에요.” 아버지 뒤를 이어 목장을 운영해온 지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성철 대표는 지금도 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2016년에는 6만 명, 2017년에는 14만 명의 소비자가 저희 목장을 찾아주셨어요. 하지만 목장을 확대할 생각은 없어요. 많은 젖소가 아니라, 행복한 젖소를 길러내는 게 제 일이니까요.”


ⓘ 아침미소목장 입장료 무료, 10am~5pm, 화요일 휴무, 064 727 2545, 제주시 첨단동길 160-20.




TIP

아침미소목장에서는 어린 송아지에게 우유 주기, 염소에게 당근 주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의 체험을 사전 예약 없이 즐길 수 있다. 단체 손님 전용으로 진행하는 피자 만들기나 스트링 치즈 만들기 체험은 예약이 필요하다.





글. 김수지     사진. 김주원




Part 2. 제주 남조로 자동차 여행 

Part 3. 제주 남조로 자동차 여행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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